이재명과 김진성 실제 통화 내용과 곳곳 상반돼

김진성 “그때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밝혀
공소장엔 “김진성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재

김진성, 이재명에게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 칭찬
검찰은 누락한 채 “김진성이 중압감 느껴 위증” 주장

최철호 “김병량 시장이 KBS 국장에게 소 취하 약속”

 

‘이재명 위증교사 의혹 녹취록’에는 대화 당사자인 김진성 씨가 2002년 이른바 'KBS 피디의 검사 사칭 취재 사건'의 처리를 위해 '성남시와 KBS 사이 이면 협의 정황'을 또렷이 인식하고 있었던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검찰(서울중앙지검 김용식 검사)의 공소장에는 “김진성은 기억이 없었다”고 정반대로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변론요지서를 잘 썼다”고 칭찬했으나 검찰은 이 역시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고, 거꾸로 “이재명 지사가 김 씨에게 보낸 변론요지서를 보고 김 씨가 중압감을 느껴 위증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지사가 김 씨에게 “있는 대로 말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한 사실도 검찰은 공소장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관한 검찰 공소장

 

김진성은 “그때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 “김진성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재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6월 공개한 '이재명 녹취록'을 보면 김 씨가 2002년 당시 상황을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통화가 이뤄진 2018년 12월 이재명 지사가 김 씨에게 통화 초반 “이재명이가 이렇게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를) 사주해가지고 하라고 그래서 했다, 이렇게 모으니까 자기(KBS) 책임을 싹 가린 거지. 모두가 그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거예요. (중략)”라고 말하자 김진성 씨는 "그때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고 맞장구쳤다. 김 씨의 이런 반응 때문에 이 지사는 “그러니까”라고 언급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대화 내용을 왜곡해 기재했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재명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보내주는 변론요지서를 읽어보고 그곳에 기재된 본인 입장에 맞추어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하였다”고 쓴 뒤 “이에 김진성은 이재명 피고인이 설명한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음에도 ‘그렇게 해서 제가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걸 보내주시고’ 라고 말하자”라고 썼다. 2002년 당시 상황을 김 씨 스스로 언급한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도 검찰은 “김진성은 이재명 피고인이 설명한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고 기술한 것이다.

이 지사와 김 씨의 대화 내용을 종합 분석하면, 김 씨의 2002년 당시 기억을 두고 이 지사는 크게 두 가지를 묻는다. ▲성남시와 KBS 사이 이면 협의 분위기가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는지 여부 ▲이면 협의를 진행한 성남시청 실무 담당자가 누구인지 기억하는지 여부였다. 김 씨는 전자에 대해서는 “그때 굉장히 그런 분위기 있었다”고 답한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그 내용까지는 (중략)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이재명은 김진성 씨가 김병량 시장과 KBS 사이 피고인을 주범으로 몰기 위한 고소 취소 협의에 관하여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고만 공소장에 기재했다.

 

검찰 공소장에 누락된 녹취록 속 김진성의 중요 발언
 

김진성, 이재명에게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고 오히려 칭찬

검찰은 이 부분 누락한 채 “김진성이 중압감 느껴 위증” 주장

 

김 씨가 이 지사가 보낸 변론요지서를 읽어본 뒤 이 지사를 칭찬했던 사실도 <리포액트>의 녹취록 분석으로 추가 확인됐다. 김 씨는 이 지사의 변론요지서에 대해 “지금 지사님 변론 그 당시를 보면 어 아무튼 뭐 선거 때문에 굉장히 좀 민감한 상황이었고, 해명이 됐어야 될 이제 상황이 필요했던 거죠. 아무래도. 그 분위기를 잘 쓰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사가 “내가 당시 듣기로는 (중략) 그때 당시 (성남시가) 최철호 피디 고소 취소해주기로 했는데 안 해준다고 신경질 내고, 내가 빨리 잡혀야 구속 취소를 하든지 뭐 하는데 그것도 사실 안 해줬고”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검찰은 “이 지사의 강요로 김 씨가 중압감을 느껴 공직선거법 재판에 나와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가 변론요지서를 보고 되레 “잘 쓰셨더라고요”라고 말한 부분은 검찰 주장과 논리적으로 부딪힌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비논리적 주장을 설명하기보다 김 씨의 “변론요지서 잘 쓰셨더라고요”라는 부분을 생략해버렸다. 검찰은 나아가 공소장에 “(이재명이) ‘제가 얘기해 놓은 내용들 있으니까 그거 한번 보십시오’라며 김진성에게 재차 변론요지서를 열람할 것을 요구했다. (중략) 김진성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변론요지서에 그러한 내용이 잘 기재되어 있는 것을 읽어보았다’는 취지로 대답하였다”고만 썼다.

 

최철호 KBS 피디가 '이재명 검찰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기록.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김진성 씨에게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부탁한 것은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철호 피디가 2002년 이재명 변호사의 '검찰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당시 재판 기록을 보면, 최 피디는 “담당 국장과 부장이 면회를 와서 처벌을 완화하려고 하면 시장의 소 취하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소 취하를 얻기 위해 회사가 노력을 했고 제가 듣기로는 시장이 약속을 해줬다고 들었다. 제가 듣기로는 고발자가 소 취하하면서 정상이 참작된다고 들었다. 그렇게 알고 저희 담당국장이 시장을 만났고 시장이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 허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