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30여년 이끌며 정규군 능가하는 무장조직으로 키워내
28일 이스라엘군이 제거했다고 발표한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는 헤즈볼라를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비국가 무장조직으로 키운 인물이다.
나스랄라는 1960년 베이루트 동쪽 부르즈 하무드의 난민촌 이슬람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청과상을 했으며 그는 장남이었다. 시아파 정당인 아말운동에 가입해 활동했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창설된 헤즈볼라에 합류했다.
헤즈볼라는 1985년 공개적으로 미국과 소련을 이슬람의 주요 적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무슬림들이 빼앗긴 땅으로 규정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1992년 2월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아바스 무사위가 이스라엘의 헬기 공습으로 사망한 뒤 헤즈볼라의 수장인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도자가 된 뒤 무사위 사망에 대해 보복했다.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해 이스라엘에서 소녀 1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무사위가 숨진 지 한달 뒤인 3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라엘 대사관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 공격으로 29명이 숨졌다.
그는 1978년 이란이슬람혁명으로 친미 국가에서 시아파의 맹주이자 강력한 반미 국가로 거듭난 이란에서 지원을 이끌어 내, 헤즈볼라를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하는 무장조직으로 키워냈다.
나스랄라 체제의 헤즈볼라는 30여년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장거리 미사일까지 갖춘 군사 조직을 보유하게 됐고, 선거에도 참여해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으로도 성장했다.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는 3만∼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2만∼20만기의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가 지도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저강도 전쟁을 벌였고 2000년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서 철군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장남인 하디가 숨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스라엘군의 철군 뒤에 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항해 처음으로 아랍의 승리를 쟁취했다고 선언했다.
나스랄라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2006년에 이스라엘군을 공격해 이스라엘군 8명이 숨지고 2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을 침공하는 34일간의 전면전을 벌였다. 34일간 벌어진 이 전쟁에서 레바논인 1100명 이상이 숨졌으나, 이스라엘군도 100명 이상이 숨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일어난 가자전쟁 뒤에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헤즈볼라는 매일 같이 전투를 벌여왔다. 북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에 8000발 이상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전쟁 중심을 하마스에 대한 공격에서 헤즈볼라 공격으로 옮기고 있었다. 지난 17~18일에는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 및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사건으로 30명 이상이 일어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스라엘이 벌인 소행으로 추정된다.
나스랄라는 19일 방송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모든 경계와 레드 라인을 넘었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더욱 공격의 강도를 높여 지난 23일부터 레바논에 융단 폭격을 가해 지금까지 최소 700명 이상이 숨졌다.
그의 지도 아래 헤즈볼라는 이란 중심 ‘저항의 축’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으나 그의 죽음이 사실로 확인되면 저항의 축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항의 축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여 가자 전쟁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뒤 낸 성명에서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의 편에 서서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과 맞설 수 있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기원 기자 >
나스랄라 사망 직후 이란 하메네이 “헤즈볼라 전폭 지원”…파병 가능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에 대한 무슬림의 지원을 선포했다.
로이터 통신은 하메네이가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그들이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달라”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선두로 한 저항군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현재 신변 안전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이란 내 모처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쪽 소식통들은 현재 이란이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와 다른 동맹국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한편,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이란이 수일 안에 레바논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국제문제 담당 차관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하산 아크타리는 엔비시에 “우리는 1981년에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선담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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