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연락에 예상못해…아들과 저녁식사 평범한 하루"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6년 5월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10 [연합]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한국의 작가, 한강(South Korean author HanKang"

10일 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스웨덴 스톡홀롬 한림원 발표장에 들어선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는 "한림원은 이제 노벨 문학상 결정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차분히 발표문을 읽어내렸다.

먼저 스웨덴어로 수상자를 발표한 말름 이사는 이어 영어로도 수상자를 발표한 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노벨문학상 발표=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 마츠 말름 이사. 2024.10.10 [AP=연합]
 

말름 이사는 이날 한강과 전화 통화를 한 내용도 전했다.

그는 "한강과 전화로 얘기할 수 있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한강과 오는 12월 열릴 노벨상 시상식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쓴 한강은 이날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외신도 ‘한강 노벨문학상’ 주요 보도…“아시아 여성 첫 수상 획기적”

뉴욕타임스 “노벨문학상 다양성 추구 흐름”

 
 
소설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수식을 10일 세계 주요 언론들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한 작가가 “소설, 에세이, 단편소설집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 등의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 왔다”며 “2007년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5년 영어로 번역되어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한림원 상무이사인 마츠 말름이 한 작가 수상 발표 뒤 내놓은 발언도 소개했다. 말름은 “한 작가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며 “한 작가는 ‘아들과 막 저녁을 먹은 뒤였고 평범한 하루였고,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작가 수상은 예상 밖이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날 발표 전까지만 해도 출판계에서는 올해 유력한 수상자로 중국의 대표적 아방가르드 여성 작가로 꼽히는 찬쉐가 유력하다고 꼽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 작가의 수상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다양화를 꾀하는 흐름과도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서구 백인 남성에게 많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최근 유럽과 북미 이외 출신이나 여성 등 수상자를 늘려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엔이치케이(NHK) 방송도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도코 코지 와세다대 문학부 교수는 “(한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이미) 받았으며, 타당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로서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획기적”이라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는 전했다 . 도코 교수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성으로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다루고 있어 감동적인 작품도 많다. 한국 음악과 영화도 친숙한데,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도 더 읽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본에서도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이미 번역되어 있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는 ‘82년생 김지영’ 등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가 번역했는데, 제주도 방언을 오키나와 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서 지상전이 벌어져 20여만명이 희생된 곳이다. 사이토는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번역 당시 “제주도를 방문해 무차별 학살이 벌어졌던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순간 오키나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