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성명 "북 파병 결정" 공식화
서방 주장만 난무…'결정적 증거'는 없어
윤, 트럼프 취임 전 살상무기 제공하나
미국·나토, 거리 둔 채 한국 개입은 환영
반트럼프든 친트럼프든 '의중 파악' 먼저
"우리는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서방 진영의 주장만 난무하지 그걸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이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공식으로 담긴 것이다. 특히 세 정상은 북·러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해 북한군 파병을 재차 기정사실화했다.
한미일 정상 성명 "북 파병 결정" 공식화
미국 "북한 위협, 가장 심도 있게 논의"
지난 10월 4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가 북한군 파병설을 처음으로 지핀 이후 한 달 보름여만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파병설을 증폭시켰고 뒤늦게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진영도 모두 가세했다. 3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을 계기로 이날 페루 리마에서 약 40분간 만났다.
공동성명에는 작년 8·18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급진전해온 3국 안보·국방 협력 제도화에 대한 평가와 전반적 3국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한미일 사무국' 설립, 중국을 겨냥한 남중국해와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한 3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이 담겼지만, 예상대로 북한군 파병,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3국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된 의제는 증대되고 있는 북한 위협"이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논의된 북한의 주요 위협으로 미사일, 핵 역량, 그리고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됐다는 1만 명 넘는 북한군 문제를 포함한 북·러협력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윤석열-시진핑, APEC서 2년 만에 회담
윤 "북·러 협력, 한반도 불안정 야기"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 문제를 보는 세 정상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 "우리는 그들이 전투에 관여하기 위해 간 것으로 추정한다" △ "러·북 간의 증대되는 연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등을 소개했다. 정작 당사자인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이 '이미 파견'됐는지에 가타부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2년 만에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북·러 협력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군사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거론한 뒤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서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 관련 발언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트럼프 취임 전 살상무기 제공하나
미·나토, 거리 둔 채 한국 개입은 환영
분명한 것은 한미 모두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고리로 삼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방어용·공격용 모두 포함) 제공과 유사시 한국군 파병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내에서 설사 북한군이 실제로 파병됐다고 해도 그것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한국의 안보와 무슨 직접적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을 무마하고자 △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 등의 논리를 구사하며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우크라 지원에 '한계'에 봉착한 바이든 정권의 요구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윤 정권의 필요가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일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날 3국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사무국' 설치에 합의해 트럼프 복귀 이후에도 3국 협력 제도화를 되돌릴 수 없게 '대못'을 박듯이, 한국의 살상무기 제공과 유사시 파병도 비슷한 맥락에서 결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하면 "24시간 안에 해결하겠다"면서 누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의지를 밝힌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를 공유했다는 바이든의 요구를 수용해 전쟁을 확전시키는 쪽으로 '베팅'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점이다.
두 달 후면 취임할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도 모른 채 큰일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도 나토 등 유럽도 자신들은 거리를 둔 채 한국의 개입을 바라는 형국이다.
다급한 우크라이나, 주한 대사마저 등장
서방 주장만 난무…'결정적 증거'는 없어
다급한 우크라이나는 온갖 확인하기 힘든 정보를 뿌리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까지 나섰다.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과의 충돌은 이미 발생했으며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통제 관리 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정보를 여러분과 처음으로 공유한다"며 "북한군 장교들로 구성된 북한 통제 관리 센터에는 현재 참모 3명과 여단장 4명 등 7명의 장군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 제93 특수부대 여단은 쿠르스크주 레치사 마을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배치됐다"며 "여기에는 제1대대와 제3대대, 그리고 지휘부에 장교 72명을 포함한 총 876명의 군인이 있다"고도 했다. 이 정도로 세세하게 파악했다면 우크라 정보 능력은 세계 최고일텐데, 주장과 말 뿐이지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영상과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곤 조만간 우크라 정부 대표단의 방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장비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트럼프든 친트럼프든 '의중 파악' 먼저
국제 정세 변화를 거스르는 윤석열 외교
백악관 재입성 이후 트럼프가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집권 1기의 대외 정책을 2기에는 더한층 강화하고, 이를 위해 바이든과는 정반대로 러시아와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현시점에선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 '낡은 동아줄'인 바이든을 부여잡고 우크라 전쟁 개입을 타진하고, 트럼프의 주 표적이 될 시진핑과는 하필 이 시점에 만나 '반트럼프'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듯한 모양새를 과시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난 2년 반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가치 외교'란 미명 아래 반중 일변도 정책을 펴오더니 아주 예민한 시점인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인 모습을 보여서다. 뭔가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최소한 두 달은 함부로 움직일 때가 아니다.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이다. 반트럼프를 하든, 친트럼프를 하든, 반중을 하든, 친중을 하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국익 외교를 하든, 그다음의 일이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트럼프 취임 전에…한미일 정상 ‘준동맹체체’ 대못 박기
경제·안보 협력 강화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 합의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준동맹체제 확립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한미연합사+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중국 견제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에 참석 중인 한미일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각)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에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체제 확립
한미일 경제 군사안보 협력의 조정 창구 역할을 할 3국간 연락사무국은 지난 5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무차관협의회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주도로 논의된 바 있다.
연락사무국 설치를 서두른 것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차 정부(트럼프 2.0) 출범 전에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자신이 주도한 한미일 협력체제(‘준동맹체제’)가 트럼프 2.0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중대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체제가) 항구적으로 존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강화(유착)를 고리로 한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는 중국이 미일동맹의 최대 경쟁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일동맹 주도의 기존질서 유지와 안정을 고수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2023년 8월의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국의 준동맹적 협력체제는 향후 적어도 1년에 한 차례씩은 정례적으로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돼 있으며, 이번이 그 첫 번째 회담이다.
3국간 여러 협력안건들을 정리하고 진척상황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될 3국간 연락사무국은 3국 정부 내의 담당자들이 돌아가며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한편 주일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체제 통합을 위해 신설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통합군사령부’를 도쿄 도심 롯폰기에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미군 기관지 역할을 하는 군사전문지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주일 미군이 도쿄도 훗사시 등에 흩어져 있는 요코다 기지 내의 주일 미군사령부를 도쿄 중심부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의 미군기지 ‘아카사카 프레스센터’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성조지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주일 미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은 미국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통제 제휴(통합지휘체제) 강화를 위해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신설하는 등 주일 미군을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일 미군사령부가 롯폰기로 이전할 경우 일본 방위성과 30여 km 떨어져 있는 주일 미군사령부가 방위성과 4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주일 비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과 함께 추진될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의 체제 전환은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지휘권을 일부를 이양받아 독자적인 작전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일본이 내년 봄에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한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함께 일본 현지 사정에 맞는 작전을 미일 양군이 펼칠 수 있는 통합지휘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말 도쿄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2+2(외교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주일 미군의 통합사령부 신설에 합의했으며,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과 이를 통한 미일 양군의 통합지휘체제 강화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일 양군 통합지휘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부회’ 설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미연합사+한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한미연합사 등을 통해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통합지휘체제를 갖추고 있는 한국은 지난 10월 ‘전략사령부’를 신설해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과 한국의 재래식 무기체계를 통합한 연합작전체제를 강화했다.
내년 봄에 일본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가 신설되고 롯폰기로 이전할 주일 미군사령부가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 재편될 경우 한미일 안보군사 통합지휘체제 한층 더 강화돼, 사실상 미국이 통합 지휘하는 한미일 준동맹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이 준동맹체제의 틀을 내년 초 트럼프 정권 출범 전까지 굳히고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으로의 정권교체 뒤에도 이를 수정하거나 해체할 수 없는 이른바 ‘불가역적인’ 체제로 확정할 심산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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