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 잇달아 실명 게시2일 학생 시국선언 예정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에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노민영(20)씨 제공
 

‘시끄러운 세상 속, 대학가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합니다. 고려대학교에서 먼저 침묵을 끝냅시다’

25일 낮,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침묵을 깨고, 함께 외칩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재학생 노민영(20)씨가 ‘고려대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기 위해 붙인 대자보다. 노씨는 이날 한겨레에 “정부의 지난 모습을 보면, 수많은 청년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목소리 낸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았다. 교수님을 이어 대학생으로서 ‘퇴진 시국선언’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 교수 152명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국정농단을 철저히 규명할 특검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노씨는 “교수님들이 학교에 시국선언 대자보를 붙이신 이후 그 옆에 ‘교수님들의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더는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등 학생들이 수십 개의 포스트잇을 붙였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그냥 포스트잇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노민영(20)씨가 25일 ‘시국선언 제안’ 대자보를 붙인 이후 하루도 안 돼 ‘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이 붙었다. 노씨 제공
 

하루도 안 돼 노씨의 대자보 옆에 ‘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이 잇달아 실명으로 게시됐다. 바이오시스템과학부 24학번 박정환씨는 ‘윤석열 퇴진 고려대학생 시국선언에 함께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에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도 되지 않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저는 비록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그럼에도 과거로 퇴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22학번 임장표씨가 붙인 ‘윤석열 퇴진 고려대학생 시국선언에 함께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지금 목소리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망가뜨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씨는 “일주일간 연서명을 받은 후 오는 2일 고려대에서 ‘학생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고려대 교수 152명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하라” 시국선언

“권력 사유화한 윤 대통령 퇴진하라”

 

 
 
10월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LED촛불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있다. 연합
 

고려대학교 교수 152명이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하고 국정농단을 철저히 규명할 특검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고려대 교수들은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검을 즉각 시행해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우선 윤 대통령 부부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지속”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고려대학교 교수들이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교수들은 “이태원 참사,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올해 무책임한 의료대란까지 일으켜 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군인 한 사람의 목숨도 명예롭게 지키지 못하는 권력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전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 정지와 퇴진에 따른 일시적 혼란은 민주적인 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의 국정 농단은 우리 사회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고려대 서명 교수 일동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검을 즉각 시행하여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고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번영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 이념이 남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변 열강의 이해에 따라 부침을 반복할 것인가, 그 기로를 결정하는 역사적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대신, 대통령 부부의 국정 농단을 보며 우려와 당혹감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대통령 권한 정지와 퇴진에 따른 일시적인 혼란은 민주적인 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의 국정 농단은 우리 사회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상식을 이루는 가치관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더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러한 우려를 심각하게 만든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첫째,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독재에 항거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현 대통령 부부의 국정 농단은 일제 식민 지배,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힘들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통치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각종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둘째,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현 정권은 소위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지속하였다. 반면, 불온세력, 반국가세력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용어를 써가며 국민을 몰아세우고, 검찰을 동원하여 반대 세력을 탄압하였으며 언론을 장악하여 시민들을 통제하려 하였다.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과거를 왜곡하고 현실을 통제하며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가 대통령과 그 주변의 안위와 이권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진정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올해 무책임한 의료대란까지 일으켜 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나아가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정치 세력과 권력자는 더 이상 국민의 곁에 머물 자격이 없다. 더구나 군인 한 사람의 목숨도 명예롭게 지키지 못하는 권력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전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한다.

지난 7일 대통령의 기자 회견은 이 정권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다. 이를 본 국민은 모욕감과 참담한 심정으로 불의와 무지, 무능으로 가득한 현재의 권력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무너진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품격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안녕과 번영을 위해 현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고려대 교수 일동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특검 시행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

2024년 11월 14일

고려대학교 서명 교수 152명 일동

강은주, 곽경민, 고영규, 고점복, 구상회, 권내현, 권혁용, 김갑년, 김동욱, 김동현, 김문일, 김민주, 김범수, 김범석, 김선민, 김선혁, 김성룡, 김성환, 김수한, 김신곤, 김영근, 김옥매, 김완배, 김용현, 김용철, 김우영, 김우찬, 김원섭, 김윤태, 김은성, 김응주, 김장훈, 김정숙, 김진규, 김진배, 김진영, 김철규, 김충호, 김태성, 김한웅, 김형수, 김효민, 남호성, 노애경, 류지훈, 류태호, 류홍서, 문두건, 민경현, 민경훈, 박경남, 박경화, 박대재, 박상수, 박선웅, 박성철, 박우준, 박유희, 박종천, 박창규, 박헌호, 배상우, 배종석, 서병선, 서승원, 성영배, 손기영, 손주경, 송규진, 송상헌, 송양섭, 송완범, 송혁기, 송호빈, 송효종, 신명훈, 신은경, 신정화, 양원석, 양승룡, 엄태웅, 염석규, 오유정, 유경철, 유난숙, 윤조원, 윤봉준, 윤태웅, 이기호, 이도길, 이동은, 이동섭, 이동호, 이명현, 이상원, 이성호, 이세련, 이순영, 이순의, 이영훈, 이용숙, 이용호, 이재명, 이진한, 이찬, 이창희, 이형대, 이형식, 이호정, 이화, 임준철, 임춘학, 임형은, 장경준, 장동천, 장유진, 장정선, 전경남, 전재옥, 전현식, 정병욱, 정순일, 정우봉, 정의환, 정재관, 정재호, 정재화, 정지웅, 정호섭, 조대엽, 조석주, 조윤재, 조재룡, 조재우, 조철현, 지영래, 천철홍, 최기항, 최보승, 최석무, 최용석, 최은수, 최정현, 최종택, 최태수, 한재준, 허은, 허지원, 홍금수 홍세희, 홍용진, 홍정호.

총 152명(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