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대통령 4명 함께 트럼프의 운영권 환수 주장을 반박

 

 
파나마 시위자들이 24일(현지시각)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대형 사진을 불태우며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
 

파나마의 전·현직 대통령 4명이 “파나마 운하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운영권 환수 주장을 반박하는 데 모두 한뜻임을 과시한 것이다.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전직 대통령 3명과 함께 공동 성명을 내어 “운하는 피땀 어린 노력과 되돌릴 수 없는 정복으로 이뤄진 우리 역사의 일부”라며 “우리나라와 우리 운하의 주권은 결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성명엔 물리노 대통령 말고도 에르네스토 페레스 바야다레스 전 대통령, 마르틴 토리호스 전 대통령, 미레야 모스코소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세 명이 서명했다. 이들 전·현직 대통령은 이날 파나마 정부 청사에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눈 뒤 이번 성명에 서명했다.

앞서 22일 트럼프 당선자는 파나마 운하 통과료가 불공정하다며 운영권을 환수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물리노 대통령은 즉각 “파나마 운하와 주변 지역은 한 치의 땅도 파나마에 속하며 앞으로도 파나마에 속할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에 또다시 전·현직 대통령 4명이 참여한 공동성명을 낸 것은,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선 정치적 입장이나 세대를 떠나 모두 한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전·현직 대통령은 성명에서 “파나마 사람들은 많은 것들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운하와 우리의 주권과 관련해선 우리는 모두 한 깃발 아래 모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현직 대통령 회동에 참여하지 않은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전 대통령과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방송된 시엔엔 방송 스페인어판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에 대해 “역사에 대한 무지의 표현”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고려할 때 일어나지 않을 일(통제권 미국 이양)과 관련한 추측들은 역사적 일관성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파나마 운하는 100% 파나마 국민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82㎞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세계 해상물동량의 5%를 담당한다. 1914년 미국에 의해 완성되어 운영되다가 1999년 소유권과 운영권이 파나마 정부에 반환되었다. 이후 파나마는 56억 달러(8조원)를 투입해 확장 공사를 벌여 9년 만인 2016년 완공했다.

파나마 운하는 인구 450만명의 파나마 경제에도 큰 구실을 한다. 파나마운하청은 2023년 연례 보고서에서 운하 통과료 등 전체 매출이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3.1% 수준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