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안정권 등 광주 상징 장소서 집회


광주비상행동 "5·18민주광장 더럽힐 의도"
"압도적 결집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 수호"

5·18 단체 "민주주의 가치 훼손 용납 못해"
"전한길, 거짓 선동으로 금전 이득 추구해"

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보수 유튜버 안정권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5.2.8. 연합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광주의 상징 장소에서 '윤석열 내란사태'에 동조하는 극우 세력이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예고하면서, '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 가짜뉴스'과 비민주적인 '윤석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 극우 세력이 5·18 상징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광주 시민단체와 5·18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고 비판하며 민주 시민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오는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내란에 동조하는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전남북 국가비상기도회를 연다.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전두환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항거한 곳이다. 이날 윤 대통령 지지 발언을 이어온 전한길 강사 등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전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1만 명 이상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는 5만여 명이 참가한 바 있다. 이들과 같은 날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 중 하나인 전일빌딩245 건물 앞에는 5·18 북한군 투입설 등을 제기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도 '탄핵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극우단체 집회가 예고되자 광주 시민단체와 5·18 단체는 이를 "내란 세력의 광주침탈"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정신의 근원지인 광주를 공격해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무위로 만들고, 내란 세력을 결집할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했다. 이어 "극우 내란 세력의 정치적 의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광주시민들이 나서서 민주주의 심장인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정치적으로 더럽히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광주비상행동은 극우 단체 집회와 같은 날인 오는 15일 제14차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연다면서, "압도적인 결집을 통해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15일 민주광장과 금남로로 모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들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최근 12·3 내란사태, 서부지원 폭동사태, 내란 수괴를 옹호하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들이 5·18민주정신이 깃든 광주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5·18단체는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전한길 강사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동을 지속적으로 일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다"면서 "이들의 행태는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부정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위로 우리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아울러 5·18단체들은 "전한길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 헌법재판소 난입과 계엄령 정당화 옹호, 반대하는 국민을 '제2의 을사오적'으로 모욕하는 등 극단적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다. 더욱이 그의 목적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돈벌이'"라면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거짓 선동과 역사 왜곡을 국힘당이 방조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성지이며, 극우 선동과 역사 왜곡이 발붙일 곳이 아니"라면서 거듭 "우리는 거짓된 선동과 집회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강력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25.2.8. 연합

 

광주광역시 역시 극우단체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6일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가 광주시에 집회 장소로 5·18민주광장 사용을 문의한 것에 대해 "민주광장에 극우를 위한 공간은 없다"며 "광장 사용을 불허할 것이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 58조 2항에 따르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 5·18 민주광장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 이에 전한길 강사 등 극우세력들이 "광주시민들이 원했던 5·18은 민주화"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광장 사용 불허를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시의 '광장 사용 불허' 조치에 이들 극우 집회는 5·18민주광장 100~2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열리지만,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등을 고려할 때 민주광장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등 우발적인 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 '5·18 가짜뉴스'를 신봉하는 만큼, 역사 상징물이나 역사 장소에 대한 훼손도 우려된다. 광주 시민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 시민 김아무개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미 며칠 전부터 금남로에서 볼썽사나운 극우집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들이 집회를 해도 광주 시민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외지에서 온 이들이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극우 집회가 열리는 날 광주 시민단체들도 '윤석열 탄핵 찬성 및 헌재 파면 촉구' 집회를 여는 만큼 양쪽 집회 참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동대 인력을 배치하고, 금남로 일대 교통을 일부 통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과정에서 참석자 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