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최종 변론에서도 "대국민 호소용 계엄"
'거대 야당 공작' '실패하기 위한 계엄' 궤변만
간첩·중국 들먹이고 선관위 부정선거론 반복
'공산 전체주의' 타령…이태원 참사도 '북 지령'
'직무 복귀' 망상 속에 '임기 단축 개헌' 시사
박근혜처럼 탄핵 위기 앞 얄팍한 생존 몸부림
서부지법 폭도들엔 각별한 위로…선동 깔려
선고 3월 14일쯤…마은혁 재판관 합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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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수괴의 망상과 광기는 역시 그대로였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될 최후진술에서도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고, 내란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종전 주장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이 반복했다. 야당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중국을 들먹이고 부정선거론을 되풀이했다. 광인에게 도로 운전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절감한 장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에 나섰다. 사전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조차 '진솔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마저도 묵살했다. 그는 진술 앞부분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죄송'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으나 곧바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기존 입장을 앞세웠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실패하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궤변이다. 그래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는 주장도 악착같이 반복한 뒤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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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국가비상사태'였음을 강변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대통령 퇴진‧탄핵 촛불집회까지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지난 민주당 정권이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점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는 점 등을 '국가 위기 상황'의 근거로 들었다.
취임 이래 줄곧 적대적 야당관을 고수하며 대화와 협치를 거부했던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나?"라면서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해 역시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독재정권이 자행해왔던 온갖 반민주·반역사적 폭거와 무능·무책임한 국정 운영, 거부권 남발 등엔 아랑곳없이 "거대 야당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면서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며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야말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당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 요구까지 거듭 '북한 지령'에 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참사에 대한 축소‧은폐 공작으로 유가족들을 수없이 피눈물 나게 했던 인면수심의 태도에 일말의 변화도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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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론 또한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선관위 측이 수차례 강력 반박한 허위사실을 재탕했다. 나아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말해 민경욱 전 의원 등의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해온 대법원 판결도 철저히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그간 탄핵심판에서 다뤄진 쟁점 가운데 두 가지를 부각시켰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실제 지시를 받았던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일선 지휘관 등의 숱한 증언과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파렴치한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종전 표현을 되풀이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꼽으며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인가?"라고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윤 대통령의 '순장조'인 '충암파'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는 간담회 수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진실을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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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여론을 호도해 살 길을 도모하려는 듯 직무 복귀시 '임기 단축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 복귀는 망상일 뿐 '파면'이 기정사실이고 이 같은 기만적 개헌 꼼수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대다수 국민이 호응해줄 리도 만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탄핵 위기 앞에서 얄팍한 정치공학적 노림수로 개헌 카드를 꺼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폭도들에게 각별한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다"면서 다시금 '윤석열 사수'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약 1시간 10분에 걸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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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73일간의 장정 끝에 이날 8시간에 걸친 최종 변론까지 마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진술까지 들은 뒤 오후 10시 14분쯤 "이것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며 "변론 절차가 원만히 종결되도록 협력해주신 청구인 소추위원(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선고만 남았는데, 문 대행은 선고기일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해드리겠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약 2주 뒤인 금요일에 결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헌재가 오는 3월 14일쯤 선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3월 7일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2월 27일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가 합류해 '9인 체제'가 완성될 경우 변론 갱신 절차 등으로 선고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재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결정 주문이나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제출해 반영한다. 결정문 초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보완돼 최종 확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타당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헌재가 8인 체제든, 9인 체제든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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