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KOPRA 등 논란 빚은 기관들 그대로 인용
'편향된 설문으로 특정 응답 유도' 비판 샀던 조사
부실한 여론조사를 부실한 보도가 부추기는 꼴
'이재명-김문수 후보 간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결과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 언론들이 이같은 결과를 인용해 내보내면서 마치 판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조사는 신뢰성 논란을 일으켰던 기관들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보도라는 지적이 높다.
21, 22일에는 특히 여론조사공정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의 조사 결과들이 적잖은 언론들에 의해 기사화돼 인터넷 포털의 주요기사에 배치됐다. 둘 다 그간 편향성 및 부실 조사 의혹을 샀던 곳들이지만 언론들은 그에 대한 설명 없이 이들 기관의 조사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조사한 결과는 이재명 후보 46%, 김문수 후보 41%의 지지율을 보여 김문수 후보가 맹추격 양상인 것으로 보도됐다. 또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는 이재명 45.1% 대 김문수 41.9%로 3.2%p 차이의 박빙세인 것으로 인용됐다.


이 같은 결과들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와는 크게 차이 난다.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YTN-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결과에서는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9.4%p, 9.8%p, 9.5%p, 14%p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를 보였다. 이들 기관들의 조사에서도 투표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결집 흐름이 확인된다. 또 전화 면접에 비해 응답자의 성향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는 자동응답방식(ARS)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이상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접전’을 내보내는 조사기관들과 의뢰 언론사는 그간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큰 의혹을 자아냈던 곳들이라는 점에서 이들 조사결과를 언론이 중계하듯 내보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여론조사공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발표했던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 일반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수치를 보여주며 '여론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던 업체다. 탄핵 소추가 진행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서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등의 결과는 당시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공정의 조사는 설문 문항의 설계에서부터 큰 논란을 샀다. 지난 2월 전국 정당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배치한 설문들은 특정한 방향의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내용들이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밀한 관계임이 드러나고, 자신이 SNS계정에 작성했던 게시물들이 논란이 되자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문 재판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비롯해 '이미선 재판관 임용 당시 주식 거래 논란'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의 카르텔 주장' 등의 설문들이었다. 여당과 윤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사안을 앞에 배치하고는 마지막에 윤 전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배치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응답은 사상 최고인 51%까지 치솟았다.
공정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4월 3일에 내놓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총 9개 문항 중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무죄)에 대한 의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 내각을 향한 야당의 연쇄 탄핵에 대한 의견' 등 야당과 관련된 질문이 4개였다. 또 여러 정치인을 나열한 뒤 가장 '폭력'적인 것 같은 사람을 꼽으라는, 다른 조사에서 전혀 본 적이 없던 문항까지 있었다. 이 문항에선 이재명 대표가 35.5%를 얻어 1위였다. '폭력'이라는 표현은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이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문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OPRA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 관련 조사를 놓고 편향성 논란이 컸다.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다른 주요 기관들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를 중단했던 시기에 유독 높은 지지율을 발표했다. 이 조사 역시 설문 문항 설계에서 편향적인 의도가 작용했다는 의심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들은 특정 주장을 전제하거나,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았다.
KOPRA는 특히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와 다수의 여론조사를 협업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통일당 비례 지지율 6%'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발표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다른 주요 기관들의 조사에서는 자유통일당의 지지율이 2%대에 머물렀고 실제 선거 결과 역시 2.26%에 불과했다. 이는 KOPRA의 조사에 대해 '맞춤형' 조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두 개 기관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설문들은 조사 응답자들로 하여금 조사의 객관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질문들이다. 응답을 완료한 이들만의 결과로 집계되는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편향적 질문 3개가 이어지다 보니, 평균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전화를 끊고 이탈할 확률이 크고, 동의하는 사람들만 끝까지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설령 앞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물었다고 하더라도 후속 질문들에서 뭔가 의도 있는 조사가 아니냐며 전화를 끊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되면 끝까지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계를 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사람들만 남아서 통계가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설문의 의도와 반대 되거나 중립적인 성향의 응답자들은 설문 도중 이탈함으로써 특정 성향의 응답자들의 의견만 과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문의 내용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사기관에 대한 평판이 편향된 표본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뢰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기관들에는 특정한 성향의 표본들 위주로 응답률이 치우칠 수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는 지난 1월 조사에서 '편향조사' 지적이 일자 설문 문항을 재설계했다고 했지만 이 기관의 조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 애초에 평균적인 응답자 표본이 갖춰지긴 쉽지 않다.
여론조사기관들의 문제보다 더욱 큰 문제는 언론의 안일한 받아쓰기다. 상당수 언론이 이같은 점들에 대해 별 점검 없이 인용하고 있다. 뉴스 가치가 있다고 보고 보도하더라도 조사기관들에 대해 유의할 점이나 어느 정도 신뢰도를 인정받은 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와의 차이점 등을 짚어줘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부실한 여론조사를 부실한 언론보도가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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