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전문가 탁지일 교수 분석…고 탁명환 장남
"통일교 세 분파로 갈라져 후계 다툼 이미 심각"
한학자, 죽은 장남 소생 문신출·문신흥 후계자로
지난 4월 천원궁 입궁식에서 '천애축승자' 지명
"아들 문현진·문형진 쪽에서 내부 폭로 가능성"
'왕자의 난' 더해 친모까지 '사탄의 핏줄' 공격
"캄보디아 청탁, 아들 의식해 기존 기반 굳히기"
윤영호, 과거 2인자 곽정환·박보희와 달리 '배신'
신도 11만 명 국힘 입당?…"숫자 부풀리기 의심"
"합동결혼식 등 개인정보 도용해 등록했을 수도"

'정교유착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격 구속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등 각종 청탁을 한 건 통일교 내부의 심각한 후계 다툼이 얽힌 '친아들 견제용' 차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총재가 특검팀 소환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독생녀'임을 내세운 건 자신을 종교적 순교자로 포장하려는 철저한 내부 결속용 메시지라는 관측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교수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요지로 말했다. 탁 교수는 1970년 '신흥종교문제연구소' 설립을 전후해 이단·사이비 종교 연구와 고발에 주력하다 1994년 테러를 당해 숨졌던 탁명환 씨의 장남으로 선친의 유업을 계승해 이단 전문 매체인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현대종교' 대표 겸 발행인은 탁명환 씨의 차남인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이 맡고 있다.
탁지일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으로 통일교 내부에 변화가 있겠느냐'고 묻자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럽겠지만 당분간은 건재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교주가 구속되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문을 닫은 신흥종교는 여태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미 세 분파로 갈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와해보다는 장기적으로 다른 조직과 통폐합 혹은 흡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 4월에 한학자 첫 아들의 손자인 문신출·문신흥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다. 당분간은 위기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봤다.


'현대종교' 관련 기사와 다른 자료들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통일교의 성지이자 한학자 총재의 거점인 경기도 가평 천원궁 천일성전(天一聖殿)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입궁식이 열렸고, 여기서 한 총재는 손자인 문신출(1999년생), 문신흥(2001년생) 형제를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명하며 '3세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한 총재의 장남 문효진의 후처 소생으로 선문대학교 신학과 졸업 후 선교사로 일하다 이날 입궁식을 통해 '천애축승자(天愛祝承者·하늘의 사랑과 축복을 받은 후계자)'로 등극했다고 한다.
탁 교수는 "아베 사건(2022년 7월 일어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 그리고 이번 불법적인 정치자금 로비를 전후해서 통일교 내부로부터의 폭로가 있기는 하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쪽, 아들 문현진이나 문형진 쪽에서 좀 더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기 위한 내부 고발이나 폭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교 신도들은 옳고 그름보다는 순종과 불순종의 잣대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한학자는 단순한 종교 리더가 아니라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하나님이고 신"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폭로할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했다.
일반 신도들이 아닌 한학자 총재의 아들들이 '후계 전쟁' 차원에서 한 총재를 배제하기 위한 폭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장남(효진), 차남(흥진), 6남(영진)이 잇따라 사망한 뒤 생존자 가운데 맏아들이자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을 장인으로 둔 3남 문현진(1969년생) 씨가 한때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 씨는 통일교세계재단(UCI)과 글로벌피스재단(GPF)을 이끌고 있다. UCI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을 비롯해 반포 센트럴시티,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등 수조 원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매각했다.
또 다른 상속자로 부상한 7남 문형진(1979년생) 씨는 2008년 세계회장에 취임한 뒤 현진 씨를 상대로 UCI 반환 소송을 미국 법원에 내는 등 이른바 '왕자의 난'을 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세계평화통일성전(생춰리교회)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형진 씨는 심지어 생모인 한학자 총재를 향해 '사탄의 핏줄' '아버지 문선명을 죽음으로 이끈 바벨론의 음녀'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등 형제와 모자 사이에 치열한 골육상쟁이 이어져 왔다.


탁 교수는 "한학자는 외부적인 특검보다 내부적인 후계 다툼이 더 심각한 문제다. 셋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학자의 통일교, 셋째 아들인 문현진의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막내아들인 문형진의 미국 펜실베이니아 생추어리처치"라며 "막내 문형진은 유튜브를 통해 교리적으로 친엄마에 대한 거의 저주식의 공격을 하고 있다. 셋째 문현진은 대단히 큰 NGO(비정부기구) 조직을 가지고 각종 소송에서 이기고 여의도 파크원 건물처럼 상징적인 통일교를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학자에게는 내부적인 결속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검에 출석했을 때 난데없이 '독생녀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언론들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느냐"면서 "저는 이게 검찰이나 언론용이 아니라고 본다. 이건 철저하게 내부용이다. 자기를 종교적인 순교자로 포장하려고 하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라고 확신했다. 또 "어제 나온 한학자 소위 참어머니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붙잡히기 전의 상황을 자기하고 일치시킨다"며 "그리고 남편인 문선명이 1984년 미국에서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영웅처럼 들어가고 영웅처럼 나오고 순교자가 됐다. 그 사례를 가지고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가 윤석열에게 캄보디아 사업 청탁을 한 데 대해서는 "통일교의 종교적인 목표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왕이 되는 통일교 지상천국이다. 그걸 위해서 사회, 문화, 언론, 경제 모든 것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한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도차이나에서 통일교 영향력이 기존에 있던 곳"이라며 "종교적인 포교가 아니라 사회 문화 개발사업 형태로 활동을 한다. 그걸 통해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히다 보니까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을 운영하는 문현진 의장이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 곳곳에 확장을 하고 있다. 한학자 측은 문현진 측하고 소송이 지속되고 있어서 기존 기반이 든든한 인도차이나에 대한 집중적인 굳히기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한 총재에 대한 특검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을 두고 탁 교수는 "굉장히 독특한 상황이다. 문선명 시기에는 통일교 2인자들이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문선명 사망 이후 곽정환이나 박보희 등 2인자들의 변화가 감지되긴 했는데, 바로 직계 '넘버2'가 이처럼 배신을 한 적은 없었다"고 짚었다.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과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은 문선명 총재의 왼팔과 오른팔로 일컬어질 만큼 통일교 교단 내 막강한 실력자였다. 곽 전 회장은 문현진 UCI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탁 교수는 과거 2인자들과 달리 윤영호 전 본부장은 자신이 팽(烹) 당할 것을 예감하고 선수를 친 것이라는 취지로 분석했다. 그는 "아마 한학자 측에서는 안팎의 문제들 속에서 '꼬리 끊기'를 원했을 거고, 윤영호로서도 그런 감을 잡았던 것 같다"며 "통일교에서는 윤영호와 같은 2인자의 권력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한학자가 없는 통일교는 있을 수도 없고 한학자의 권력을 대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한학자가 살아야 통일교가 살기 때문에 그 외 2인자든 3인자든 간에 통일교를 위해서 꼬리 끊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일교 신도 11만여 명이 국민의힘에 무더기 입당한 사실을 특검 측이 파악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탁 교수는 "수십만 명이다, 11만 명이다 하는 숫자에 대해서는 그 출처가 어딘지 저도 궁금하다. 통일교에서 공식적인 (신도) 숫자를 언급했던 건 문선명 사망 1년 전, 2011년에 후계자로 지명됐던 문형진이 언급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그때 자기들 (신도) 숫자가 1970년대에는 1만 6000명, 2005년에는 1만 1000명, 그리고 2010년 현재 1만 9000명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근데 일본에서 결혼이민 해 온 일본인 신도도 있고 미성년도 있기 때문에 사실 숫자는 그보다 적을 거다. 게다가 아베 사건 이후 2022년 8월 MBC 상암동 사옥 앞이나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는데 그 중요한 시점에 동원된 총인원이 3000명 내외였다"며 "그래서 이 숫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예전에 합동결혼식이나 통일교 행사에 금품을 제공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동원하거나 개인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에서는 단지 명단이 겹친다고 숫자를 특정하기보다는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통일교 측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등록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교의 지역별 교단을 이끄는 지구장들이 대선 바로 다음날인 2022년 3월 10일 한 총재에게 올린 '참부모님 서신보고' 문건에는 "참어머님께서 진두 지휘해주셨기에 하늘이 축복한 후보 당선"이라는 대목과 함께 "20만 축복 조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선 결과 0.8% 차 보며 깨우쳤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민주당 이재명 후보 간 표 차는 24만여 표로 득표율로는 0.73%p 차이였다. 그래서 통일교 조직 규모가 20만 명은 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서도 탁 교수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통일교 핵심 고위관리로부터의 소스는 아까 말씀드렸던 문형진이고, 통일교가 그간 미국, 일본,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구성원 숫자 부풀리기가 여전히 많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학자에게 보고하는 워딩 그대로 이해하기보다는 호기(豪氣), 자화자찬식 부풀리기도 있지 않을까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검이 대조한 11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의혹을 푸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갖고 있는 통일교 내부의 공식적인 숫자를 고려했을 때 도저히 그 행간이 채워지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탁 교수는 지난달 28일 <통일교, 워터게이트 데자뷔>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통일교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 로비는 어쩌면 숙명과 같다. 최근 이슈로 등장한 통일교의 불법적인 정치권 로비는 '일회적 일탈'이 아니라 '태생적 한계'로 볼 수 있다"며 "미국 공화당, 일본 자민당, 한국 보수정치권에 반세기에 걸쳐 꾸준히 자금 지원을 시도해 왔다. 정치권 내 통일교 장학생이 과연 현재까지 이름이 거명된 몇 사람이 전부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탄핵 직전 사임한 닉슨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미국 통일교가 쇠락한 것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시작된 통일교의 불법적 정치권 로비로 인해 통일교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프레이저위원회와 유사한 특검의 조사가 통일교 핵심을 향하고 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살해사건으로 인해 통일교의 자금줄인 일본 통일교 법인이 취소된 위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학자의 통일교는 국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안으로는 한학자와 친아들 간의 후계 다툼과 혼란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내우외환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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