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가방 수수 사건, 공식적인 공개 사과 끝내 없어
검사 앞 발언 대리인이 전달…‘사과로 볼 수 없어’ 평가

 
연합뉴스, 샤넬·크리스티앙 디오르 누리집 갈무리

 

통일교 쪽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을 공개 인정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까지 했다. 이는 앞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중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김 여사가 끝내 공개 사과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김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김 여사님의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보다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어떠한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통일교의 청탁과 함께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와 각각 802만원·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물품들은 검찰과 특검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행방을 알지 못했는데 지난달 21일 전씨가 특검에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임의제출하면서 실물이 확보됐다. 전씨는 특검에 “김 여사가 수수한 걸 확인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함께 제출했다. 김 여사의 공개 사과는 이로부터 약 2주 만에 나온 셈이다.

 

이와 달리, 김 여사는 앞선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없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9월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 크리스티앙 디오르(크리스챤 디올) 백을 받는 영상이 2023년 11월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되레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2월 한국방송(KBS)과 대담에서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정치 공작’이라 규정하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고 두둔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김 여사는 2024년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5차례 메시지를 보내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싶으니 당이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국민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가 여당 대표와 부적절한 소통을 했다는 논란만 일었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김 여사가 ‘사과 불가론’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이 있어 사과한다”고 밝혔다. 명품 가 수수 사건이 불거진 뒤 나온 첫 공식 사과였지만 역시 당사자인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한 건 아니었다.

 

이후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검찰 대면조사를 받으면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조사 직후 김 여사를 대리한 최지우 변호사가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나와 밝히면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김 여사가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들에게 한 말로, 대국민 사과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실도 ‘비공개 사과’란 비판이 일자 “조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심우삼 기자 >

 

 

김건희 ‘샤넬백 자백’에 매장 직원 증인신문 취소…“양형 유리할 것”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지난 9월24일 오후에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쪽의 명품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김건희 여사가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가 선물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선고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6차 공판이 열리기 직전 공지를 통해 “김건희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건넸다는 802만원·1271만원짜리 샤넬 가방을 가리킨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김 여사의 메시지도 전했지만, 6220만원짜리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또 “(통일교 쪽의)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으면 성립된다. 통일교 쪽에서 건넸다는 선물의 일부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청탁 여부와 대가성은 부인해 무죄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변호인단은 이어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성배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진술 변화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앞서 김 여사 쪽은 지난 9월24일 첫 재판에서 “샤넬 가방 등 물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씨가 선물 전달을 인정하고 실물까지 특검에 제출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김 여사가) 특검 수사나 공판에서 보여줬던 그런 것들이 전부 다 거짓이란 소리”라며 “그동안 부인하다가 이제 와서 인정을 하게 된 계기와 경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받은 선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려줬다’는 김 여사 쪽 주장도 ‘사용감이 있다’는 특검팀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샤넬 가방을 받은 직후 본인 측근을 시켜서 매장에 가서 (신발 등으로) 두번 교환했다”며 “구두는 밑창을 보면 신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하지 않았다는 김 여사 쪽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여사의 진술 변화를 두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전씨가 명확히 (금품을) 전달했다고 하니까 다툴 여지가 별로 없어졌다”며 “공소사실 일부라도 인정하면 양형에 불리하진 않다”고 짚었다. 특히 그라프 목걸이의 경우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전씨의 진술밖에 없지만 샤넬 가방은 다르다. 김 여사의 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 청담동 샤넬 매장을 방문해 김 여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꿔 갔다는 매장 전 직원의 증언까지 법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선 원래 매장 전 직원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예정돼 김 여사의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이 추가로 입증될 수 있었지만, 김 여사의 ‘자백’으로 증인신문은 취소됐다.

 

김 여사가 금품 수수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 재판에는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증인신문을 마치고 26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여사 1심 판결 선고는 다음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이나영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