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진천=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3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카드를 꺼내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월까지 합당을 마무리한다는 계획하에 당내 논의를 가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반발이 계속되면서 당원 투표를 비롯한 당내 절차를 끝내기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합당 방식과 지도부 구성 문제, 지방선거 및 재보선 공천 문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이 산적해 혁신당과의 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발언 듣는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진천=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최고위원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을 우려하는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23
◇ 몸 낮춘 정청래, 합당 명분 부각…"3월까지 합당 마무리"
정 대표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전에 충분히 공유해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자신의 합당 제안 방식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합당은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당 전체 당원의 이익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갑자기 발표된 합당 제안으로 들끓은 당내 여론을 달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 결정이 정 대표의 '자기 정치' 일환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는 한편 합당의 명분을 전면에 앞세워 관련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양당의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며 정 대표 발표 직후에 나왔던 당청 갈등설 진화에 나선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 측은 당내외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3월 중순까지는 합당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는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기간(5월 14∼15일)에 따른 공천 마무리 시점을 고려하면 3월 중순 이후엔 당내 경선에 들어가야 한단 계산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 대표는 후보들이 충분한 선거운동 기간을 갖도록 4월 20일까지 공천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3월 중순까지는 합당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최고위원들과 대화하는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언주, 황명선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6.1.15
◇ 갈라진 지도부 '회의 불참 vs 엄호'…대 혁신당 실무협상 쟁점도 산적
다만 합당 과정에 놓인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 대표의 공약인 1인1표제 재추진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당 문제까지 터지면서 지도부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
전날 정 대표를 정면 비판한 '비당권파'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 최고위에 불참했다.
이소영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어도 최고위원들과 상의하는 과정을 분명히 거쳤어야 했다"며 "최고위조차 절차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생각한 절차대로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모임을 하고 합당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반면 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자'는 정 대표의 방향성 제시가 매우 적절했다"고 엄호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 대표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는 질문에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닐까"라고 답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협상이 본격화하면 당내외 잡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대표와 조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을지 등 지도체제부터 지선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 간 교통정리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점에서다.
지역위원회 등 당내 조직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도 양당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합당 방식과 관련, 민주당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고 조직 규모의 차이 등을 이유로 '당 대 당' 합당(신설 합당) 대신 흡수 합당(혁신당 인사의 개별적 민주당 합류)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당명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름을 유지해야 한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의 공천 문제도 변수다. 조 대표가 6·3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는 점에서다.
혁신당은 24일 의원총회와 26일 당무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본격적인 당내 의견 수렴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방향이나 결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논의를 통해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슬기 서혜림 최평천 기자 >
조국 “혁신당 DNA 포기하고 합당할 순 없다”…
‘중도보수’ 민주당, ‘좌완투수’ 혁신당 품을 수 있을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당 당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탄 양당 합당에 관해 “(혁신당의) 독자적 비전과 정책을 포기하면서 합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사실상 손을 놓은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사회권 보장을 위한 입법, 개헌, 부동산·조세 정의 등 진보적 의제들을 띄워왔다.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 중인 민주당과 통합 시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관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표는 이날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열린 언론 질의응답에서 ‘합당하면 혁신당의 정책 DNA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민주당과 다른 독자적 정책과 비전을 이야기해온 게 혁신당의 DNA이고 조국의 DNA인데, 이를 유지·보존·발전·확대시키는 방식으로 합당 문제를 판단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정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나 검찰·사법 개혁 문제는 ‘(민주당과 입장이) 똑같아’ 답을 했고,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토지 공개념 문제 같은 경우는 혁신당의 독자적 비전과 정책이 있는데 이걸 저희가 포기하면서 (합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합당 문제는 단지 (민주당) 163석과 (혁신당) 12석의 합으로 보는 공학적 관점,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비전과 가치의 합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과 가치의 합이 이뤄지지 못하면 합이 안 되는 것이고, 비전과 가치의 합이 이뤄진다면, 혁신당의 정치적 DNA가 유지·보존·확대된다면, 그게 확장되는 방향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고 했다.
앞서 조 대표는 전날 “저희가 비전을 접고 선거용으로만 뭘 하겠다고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메시지는 양당 통합이 ‘정책 노선의 실질적 융합’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맨 마지막 결론을 전제해 놓고 거꾸로 소급해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합당 문제는 혁신당이건 민주당이건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합당 여부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도 합당 논의에서 혁신당의 정체성이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서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민주당과 구별되는 진보적 의제들을 우리가 앞장서서 제기하고 끌어 나간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나가고 민주·개혁 진보 세력이 연대하면서 국가적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해 왔다”면서 “사실 합당론이라는 것을 당 내부에서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해 보거나 다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좌완투수’를 자처한 혁신당과 통합할 경우 당이 주력하는 입법은 물론 정책 노선에서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혁신당이 바깥에 있으면서 (민주당보다) 왼쪽을 맡아주고,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적 인사들을 기용하며 오른쪽 공간을 넓혀가는 게 훨씬 낫다”며 “합당해도 정책적으로 티격태격하면 당에서 쉽게 융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