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두환 회고록’ 북한군 개입설·헬기 사격 허위주장 인정 5·18재단 “역사 왜곡 불법행위 확인”… 광주시 “정의 반드시 승리”
▲2021년 8월 서울 연희동 집을 나서고 있는 전두환씨. 사진=민중의소리
전두환씨 회고록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역사 왜곡이 중단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가 5·18 관련 단체와 유공자들에게 9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오전 ‘전두환 회고록’이 5·18 민주화운동 역사를 왜곡해 5·18 단체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전씨가 회고록을 출간한 지 9년 만에 나온 확정판결이다. 이순자씨와 전씨의 아들 전재국씨는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에 각각 1500만 원,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회고록 내 문제가 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는 한 출판·배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5·18기념재단은 지난 12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판결은 5·18 왜곡이 단순한 견해 표명의 범주를 넘어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불법행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면서 “특히 대법원은 법인 역시 사회적 명성과 신용을 보호받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정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5·18특위위원장)는 “회고록 출간 이후 9년 만에 내려진 이번 판결은 지연된 정의라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결국 진실이 확인된 사필귀정의 판단이다. 5·18 진상규명은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상식,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며 판결을 계기로 북한군 개입설 등 근거 없는 왜곡과 폄훼가 우리 사회에서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왜곡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며 “향후 유사한 역사 왜곡 사건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이사는 “5·18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라면서 “반복되어 온 역사 왜곡을 멈추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도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전두환 회고록’은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역사 조작을 시도했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라며 “역사의 진실은 꺾이지 않으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회고록 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표현의 허위사실 인정 여부 △조영대 신부의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여부 △전두환씨의 ‘위법성 조각 사유’ 인정 여부였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으며,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대법원은 전두환씨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주장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구체적인 사실적시에 해당하며, 객관적 자료와 기존 판결을 고려할 때 허위인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조비오 신부 관련 표현은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손해배상·출판금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족 범위가 배우자·직계존비속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지만원씨가 5·18 관련 단체와 유공자들에게 9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씨는 여전히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북한군 개입설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 윤수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