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반려키로
"제청 절차,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에 부합해야"
"사전협의 관행 저버려 사법부 독립 근거 약화"
후보들에 '재추천' 타진도 "인사절차 신뢰 훼손"
조희대에 손봉기 대신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추천위 결과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 진행해야"
87년 이후 첫 재제청…청 "내부 법률검토 마쳐"
제청 지연 이어 '쪽지 제청' 책임론 커진 조희대
재제청 늦추면 대법관 장기공석 책임도 안아야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7개월간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미루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만나 후보를 제청해 온 관례를 뒤엎고, 별도 협의 없이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한 데 대해 임명권을 침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쪽지 제청'에 청와대가 '재제청 요구'로 맞받으면서 조 대법원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오늘 두 대법관 후보자 중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수석대변인은 재제청 요청의 배경을 두고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청과 임명은 3권분립의 원칙하에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라면서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 볼 때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였다.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며, 대법관 인선 파행의 책임이 사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강 수석대변인은 "손봉기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서 법원조직법에 따라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사실도 국회에서 확인됐다"며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시 추천위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제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결과에 앞서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부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오랜 기간 시민들과 법조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요구이며, 이는 최고법원이 우리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상호 견제의 한 방식으로서, 제청이 각 기관에 대한 존중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으로 다시 공을 조 대법원장에게 돌리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된다. 대법원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재제청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어 추천위 재구성 여부 등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조 대법원장도 과거 사례와 재제청 절차, 추천위 재구성 절차 등을 두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내부 법률 검토 결과, 재제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대해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유사 사례가 없다.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전례는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임명권이라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심사 재량을 내포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기속되지 않는 권한으로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법률 검토 후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와대는 재제청이 가능한 만큼 대법관 공백 최소화를 위해 기존 후보 가운데서 제청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천위를 다시 꾸려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 후보 중에 다시 제청이 가능한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법원장에게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브리핑 내용에도 들어가 있다"면서, 기존 추천위에서 다시 제청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사법부와의 갈등으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되면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에도 차질이 생기는 만큼 '신속한 재제청'으로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와 동시에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해 반려하면서도,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대법관 2인 공백'을 피하고 대법관 공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공을 되돌려받은 조 대법원장의 경우, 현직 대법관 12인(대법원장 제외)이 추천위 발표 뒤 임명 제청까지 평균 12.1일밖에 걸리지 않았던 만큼 재제청을 지연하거나 추천위를 재구성해 대법관 공백을 장기화하면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대법관 후보를 별다른 이유 없이 7개월간 제청하지 않고, 합의없는 서면 제청으로 사태를 키운 책임도 이미 지고 있어 추가적인 절차 지연은 조 대법원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공석이 길어진 경위는 제청이 지연된 데 있다"며, 조 대법원장의 귀책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재제청이 이뤄지면 청와대는 후속 절차를 즉시 진행할 준비는 돼 있다"며 "국민의 재판권 보장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이날 반려된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여성 후보인 박순영·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가 남는다. 다만 윤 부장판사의 경우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사실상 제청이 어려워졌고, 박순영 고법판사의 경우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을 겸하고 있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청와대의 재제청을 두고 진보 성향의 김민기 고법판사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고법판사의 경우,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취임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 재판소원제와 관련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은 김 고법판사 제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 고법판사 제청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 김성진 기자 >
조희대, 청와대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다음 주에 정리되면 알리겠다”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이후 대응에 대해 “다음주 중에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입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자세한 내용은 우리가 검토 중에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모든 내용은 다음주에 정리되면 여러분께 정식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노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 이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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