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2주년 앞, 사법부 잇단 무죄·감형 판결 우려 끊이지 않는 사실 왜곡과 국가폭력 정당화 왜곡으로 이득 보는 정치사회 토양 바꿔야
12·3 내란을 막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지 곧 2년이 된다. 하지만 특검에 의해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와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총리가 1심 징역 23년에서 항소심 징역 15년으로, 박성재 전 장관이 1심 징역 25년에서 항소심 징역 9년으로 대폭 감형 받았다.
민간인 신분의 노상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비상계엄 선포를 전제로 선관위 수사단 구성을 논의한 장성 2명을 비롯해 불법계엄 당시 출동 명령을 받고 부대를 지휘한 지휘관 6명에 대해 '비상계엄의 위법성 인식이 없어 국헌문란 목적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1심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에 국민들은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우려한다.
그런데 내란은 형사 처벌로만 충분한 것일까.
"내란우두머리 윤석열 직무 복귀를 주장한 국민의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
12·3 불법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이 '반국가세력 일거 척결'을 입에 올렸을 때 수 많은 국민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이 재연될까 두려워 했다. 불법계엄 진압 후 국회의 국정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에서 드러난 국회와 선관위 점거 계획, 언론사 무력화 계획과 노상원의 수첩에서 드러난 체포와 고문·살해 계획에 더해 북한에 대한 군사 도발 시도까지 고려하면 윤석열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헌정실서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얼마나 파괴하려 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군사력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시도했음에도 본회의에 탄핵안이 상정됐을 때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생중계로 보며 경악했다. 탄핵 가결 정족수를 겨우 넘긴 2차 투표때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주호영, 김기헌, 나경원,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수 십명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기탄핵'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기각 또는 각하 선고를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행위를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고, 파면을 통해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을 통해 발생할 국가적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위헌적 계엄을 선포해 군과 경찰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켜 헌정질서를 심각히 침해한 대통령에 대해 공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직무를 이어가도록 시도한 사실에 대한 책임은 없는 걸까?
윤석열 탄핵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 집단으로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로 인해 탄핵 표결이 무산됐다. 2024.12.7. 연합
"반복되는 피해자 조롱과 역사적 사실 부정, 형사 처벌에도 불구 반복"
5·18민주화운동은 헌법 수호를 위한 활동이었고 이를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신군부의 행위는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1997년 내란죄 확정 판결로부터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주장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올해는 급기야 국내 대기업 그룹이 운영하는 한국 스타벅스가 '탱크데이' 마케팅을 진행하며 논란을 극대화 시켰고 결국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거기에 더해 광주제일고교와의 시합 도중 서울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을 펼친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명백히 의도된 5·18민주화운동 왜곡과 조롱' 이란 입장과 '표현의 자유, 과민반응 일뿐'이란 입장으로 나뉘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한국 스타벅스와 배재고 야구부를 향한 비판을 '마녀사냥'에 비유하는 등 논란을 더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5·18을 재조명 한다며 공개 포럼을 개최했고, 전두환의 보안사령관 시절 비서실장으로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사건으로 징역 8년이 확정됐던 허화평 전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내빈으로 참석 했으며, '소요 사태'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 주최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8.24. 연합
최근 한 드라마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잔혹한 탄압과 헬기 사격을 소재로 다뤘는데,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을 비판하며 방송 중지와 출연진 보이콧을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대한 형사처벌도 잇따랐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2026년 1월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까지 받았던 지만원은 그 이후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비하하는 게시물 60여건을 게재하는 등 왜곡을 반복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27일 법원으로부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인정돼 구속됐다.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같은달 13일에 5·18을 무장반란으로 규정하고 계엄군의 진압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펼친 혐의로 기소된 김규나 작가에 대해 지난달 22일 벌금 100만원의 선고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3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한 60대 블로거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게시 혐의로 1심(2026.4.15. 인천지법 부천지원)과 항소심(2026.8.18. 인천지법 항소심) 모두 징역형과 사회봉사를 명령 받았다.
이미 국가적·사법적 판단이 이뤄진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법원의 형사처벌마저 이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단순히 몇몇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실 왜곡을 통해 이득을 얻는 정치적·사회적 토양 바꿔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국가폭력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상처를 남긴 전직 대통령들임에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사망하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 된 후 특별 사면을 받아 형기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
윤석열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내란혐의와 이적혐의, 직권남용 등 다른 여러 혐의들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은 '건국전쟁' 같은 영화를 제작해 이승만을 재조명 한다거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무장폭동이나 북한 개입설 등 사실을 왜곡한 허위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하며, 윤석열의 불법 계엄이 '정당하고 합법한 계엄' 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또한 5·18민주화운동 폄훼에 표현의 자유를 들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를 '마녀사냥'이라며 과도한 정치 공격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더해 당론으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직무 복귀를 주장한 사실까지 더한다면 국민의힘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공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오히려 가해자 미화와 역사왜곡의 뒷배가 되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국헌 문란을 시도한 윤석열이 대통령 직무를 계속하도록 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민의힘 활동에 민주공화국의 공당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은 없었는지 헌법 차원의 책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또 국가폭력을 부정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왜곡 행위는 그 어떤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폭력을 저지른 자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행위를 정당화하고 이용하는 정치·사회적 토양까지 바꾸는 것이야 말로 과거 청산 의 숙제를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 최우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 심판을 기각하거나 각하할 것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2025.3.31 @K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