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핵시설 폐기와 완전한 제재 해제 요구 김정은에

트럼프, ‘영변 외에 다른 제안 추가할 수 없겠냐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방안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부분적인 제재 완화는 안 되겠냐고 묻기도 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보면, 김 위원장은 228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양보하는 게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그게 미국 언론에서 얼마나 집중 조명받을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영변 외에 다른 제안을 추가할 수 없겠냐면서, ‘완전한 제재 해제말고 부분적 제재 해제같은 것을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은 책에서 이게 그 회담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만약 김정은이 거기에 예스를 했다면 두 사람은 미국에 재앙적인 합의를 하는 것이었다다행히, 김정은은 나는 아무 것도 못 얻는 것이라며 그걸 물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제거를 요구하면서, 배석한 볼턴 당시 보좌관에게 ,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물었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한의 핵, 화학, 생물학,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미가 단계적(step by step)으로 가면 완전한 그림에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 그림을 제시하기보다, -미가 서로 행동 대 행동으로 단계적으로 이행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볼턴은 책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법적 보장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고, 트럼프는 북한이 어떤 보장을 원하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북-미 외교 관계가 없고 70년간 적대 관계에 겨우 8개월의 트럼프-김정은 개인적 관계가 있을 뿐이라며 미국 전함이 북한 영해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내게 전화하라고 답했다.

하노이 회담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 대한 의회 청문회가 열리는 기간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 밤에도 늦게까지 관련 뉴스를 봤으며, 아침에 예정된 사전 브리핑도 취소했다고 한다. 그는 또 하노이에서 스몰 딜’(작은 합의)를 하는 것과 노 딜로 그냥 걸어나가는 것 중 어떤 게 더 큰 뉴스가 될지를 참모들에게 묻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책에서 나는 그냥 걸어나가는 게 훨씬 큰 기삿거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볼턴 회고록에 남북미 진전 못마땅했던 일본 외교전도 소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일본의 대미외교전이 일부 소개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5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각각 만난 바 있다. 정 실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논의를 미국과 공유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볼턴 전 보좌관을 만났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자신이 정 실장을 만난 뒤 같은 날 야치 전 국장을 만났으며 일본이 당시 전체적 과정을 얼마나 긴밀하게 따라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적혔다. "야치는 서울에서 나오는 행복감에 맞서고 싶어했고 우리가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과 야치 전 국장의 회동에 대한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하고 영구적 폐기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야치 전 국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무기에 국한하지 않고 WMD로 범위를 확장해 요구 조건을 높여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했고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이를 배려한 셈이다. 일본 아베 내각은 줄곧 북한의 핵무기 이외에도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함께 폐기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20184·27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미간 평화외교가 숨 가쁘게 진행될 당시 일본은 이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소외된 상황이었다.

회고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법원, 볼턴 책 출간 허용국가안보 위협지적도

미국 연방법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의 출간을 막아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 정상회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비사가 다수 담긴 볼턴 전 보좌관의 책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예정대로 23일 일반에 판매된다.

로이스 램버스 워싱턴디시(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0일 이미 20만부 이상의 책이 판매를 위해 배송에 들어갔다는 출판사 쪽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법원은 (회고록의) 전국적 몰수와 폐기를 명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램버스 판사는 이미 책이 언론에 전달돼 내용이 광범위하게 보도된 점을 고려할 때 책 발간을 막는 것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램버스 판사는 볼턴 전 보좌관이 책 발간으로 기밀을 누설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이 그의 책 원고에 민감하거나 기밀인 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정부의 공식 서면승인을 받지 않고 책 발간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램버스 판사는 볼턴은 정말로 국가에 수리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원 결정은 긴급한 출간 금지 명령 요청을 거부한 것이지만, 법무부가 볼턴 전 보좌관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 민사소송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불리할 수 있다고 판사가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상대로 한 법정에서의 큰 승리라고 반겼다. 그는 트위터에 책이 퍼졌고 많은 사람과 언론에 유출됐는데 높이 존경받는 판사가 그걸 멈추는 데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그러나 수익과 기밀 위반에 대한 강력하고 힘 있는 결정이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어 볼턴은 치러야할 큰 대가가 있는데도 법을 어겼고 그렇게 함으로써 비난을 받아왔다그는 사람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려 죽이는 걸 좋아한다. 이제 그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4월부터 20199월까지 18개월 동안 백악관에서 일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경질당했다. 그의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는 등 3차례 북-미 정상 만남 등에 관한 비사가 다수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 농산물 구매를 통해 자신의 재선 승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 발간에 앞서 200만 달러(24억원)의 선인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20만부를 찍었다.

미 법무부는 이 책 출간을 일주일 앞두고 지난 16일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이튿날 미 주요 언론에 회고록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같은 날 법무부는 회고록 발간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긴급 요청을 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정의용 안보실장 "볼턴 회고록 사실 크게 왜곡정부 조치 기대"

NSC에 입장 전달"협상 신의 훼손, 한미동맹 저해할 수 있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및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로 일했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히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와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이런 입장은 전날 저녁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측에 전달됐다고 윤 수석이 설명했다.

윤 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청와대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고록 내용 중 가장 심각한 왜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회고록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정상 간 협의 과정을 밝히지 않는다는 외교관계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회고록 중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관련 내용에 대해 "당시 화면이나 보도를 살펴보면 볼턴 전 보좌관의 역할이 뭐였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판문점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채 몽골을 방문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는 비밀준수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더욱이 볼턴 전 보좌관은 일종의 허위사실을 (회고록으로 펴냈으니) 미국 쪽이 판단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 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볼턴 전 보좌관)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