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유산센터 강제동원 왜곡 "다각적 대응방안 강구"

 

정부가 유네스코에 '군함도'(하시마·端島)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문을 연 유네스코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군함도 관련 전시에서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기로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박 장관과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대상 간담회 업무보고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고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21일 전했다.

전 의원은 "외교부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문화재청과 문체부에서도 좀 더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외교부와는 별도로 강력하게 서한 등의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문화재청은 23일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직원을 보내 왜곡과 관련한 사실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문체부는 "우리 정부는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취소 요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으나, 문체부는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와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일본의 강제노동 동원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군함도 세계유산 취소' 한국요구에 "약속 이행" 또 억지

 

        기자회견 하는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인 것과 관련 자신들은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린다는 약속을 이행했다고 또 억지를 부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방침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묻자 "하나하나에 논평은 삼가겠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스가 장관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와 권고, 이런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나라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이런 것들을 성실히 이행해오고 있으며, 계속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측으로부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통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현시점까지 말씀하신 것과 같은 통보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행해진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인 것으로 전날 전해졌다.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된 도쿄 소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전시물이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의 약속과 달리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근대 산업화를 미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20157월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의 일부에선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내각 '군함도 역사왜곡' 관변단체와 4년간 57억원 계약

"나랏돈으로 아베 개인적 역사관 선전역사왜곡센터" 비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에 관한 역사 왜곡을 사실상 주도하는 단체에 6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우익 사관을 확산하도록 자금을 공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경쟁입찰 계약정보를 분석해보니 군함도 등 세계유산 안내 시설인 산업유산정보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201620194년 동안 약 5561만엔(57억원)어치의 물품·역무 등 제공 계약을 일본 정부와 체결했다.

국민회의는 '현역 산업시설을 포함한 산업 유산의 계승'을 표방하며 2013910일 설립돼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징용을 둘러싼 한일 역사 갈등이 격화하자 우익 사관을 옹호하며 관변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경쟁입찰 계약에 관한 서류에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일본 정부와 계약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국민회의는 20171117'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14580만엔에 일본 정부와 계약한 것으로 나온다.

일본 정부 자료를 보면 국민회의는 20171'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 사업을 8964만엔에 계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한 이름의 사업을 14580만엔에 따냈다.

20189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유산 인터프리테이션(해석) 갱신에 관한 조사 연구'12508만엔에, 작년 10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각 사이트의 역사 전체에서의 인터프리테이션에 관한 조사연구'13299만엔에 일본 정부와 각각 계약했다.

올해 2월에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운영 개시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을 1210만엔에 수주했다.

국민회의는 일반경쟁(종합평가)을 거쳐 일본 정부와 일련의 사업을 계약했다.

이 단체의 계약 금액은 앞서 다른 기관이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수행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국민회의가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계약하기 전에는 미쓰비시소켄(三菱總硏)이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자료가 공개된 201420152년간을 보면 미쓰비시소켄은 일본 정부와 관련 조사 연구를 6844만엔에 계약했다. 이 기간 미쓰비시소켄의 계약 금액을 연평균으로 따지면 3422만엔으로 국민회의 연평균 계약금액 12640만엔의 27수준이다.

이 단체가 어떤 점을 앞세워 계약을 따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일제 강점기 징용과 관련된 역사 왜곡에 사실상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군함도 주민의 발언 영상을 활용해 징용 조선인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등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록 당시 했던 '강제 노역을 사실을 알린다'는 약속에 역행하는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전시된 옛 군함도 거주자의 사진. 센터에는 징용 피해자의 진술을 부인하는 듯한 주민 발언을 담은 콘텐츠가 전시 중이다.

최근 문을 연 센터는 징용 피해자들의 고통 섞인 증언을 부정하는 콘텐츠를 전시해 한국 정부가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고바야시 히사토모(林久公) 강제동원 진상규명네트워크 사무국 차장은 일본 정부가 국민회의에 사업을 대거 맡긴 것이 역사 왜곡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라의 돈을 써서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역사관을 선전하고 있으며 선전의 도구로 국민회의가 활용되고 있다""산업유산정보센터가 역사 왜곡 선전센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제의 조선인 징용 현장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열흘이 지난 2015714일 가토 고코(加藤康子·왼쪽) 당시 내각관방참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세 번째)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오른쪽) 관방장관 등이 일본 총리관저를 방문한 지방자치단체 등과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센터가 일본 정부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은 국민회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加藤康子)의 인맥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가토 고코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에서 농림수산상 등을 지낸 가토 무쓰키(加藤六月·19262006)의 딸이며, 아베 총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의 처형이다.

가토 고코는 군함도 등이 세계 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을 지원했고 2015720197월 내각관방참여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네스코대사 일 작심비판약속어기고 세계유산위 권위 무시

한국대표부, 세계유산위 21개국에 일본 후속조치 미흡설명 작업

일본이 메이지(明治)시대 산업유산을 소개하면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왜곡한 것에 대해 정부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다자외교무대에서 일본에 약속 이행을 압박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주유네스코한국대표부 김동기 대사는 25(현지시간) 파리 근교 대사관저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21개국을 상대로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 시 내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정보센터를 설치해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설명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에 개관한 정보센터에는 강제 징용을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가 전시됐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이 약속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에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메이지 산업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충실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협조와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김 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을 대상으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약속한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알리고 있다"면서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면 우리 정부가 요구한 내용이 정식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대사는 "일본이 본인들 입으로 말한 것을 지키지 않고 세계유산위원회의 권위도 무시한 것"이라면서 "일본이 자국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안 지키는 일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일본은즉각 후속 조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사는 이런 입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대사들을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설립된 정부 간 위원회로, 세계유산 등재 유산을 심의해 결정하고 세계유산의 보호·관리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다. 현재 호주, 노르웨이, 러시아, 스페인, 태국 등 21개 국가가 위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위원국이 아니다.

올해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당초 오는 29일부터 79일까지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11월 개최가 유력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갯벌'에 대한심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의 갯벌이 등재되면 한국이 보유한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포함해 2건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