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에서 4명의 연주자가 식물 관객 2292개 앞에서 푸치니의 엘레지 국화를 연주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재개관 기념 화분 2292개 앞 공연
“식물 관객 여러분, 부디 휴대폰은 꺼주세요”…코로나 사태 위로
푸치니의 비가 ‘국화’ 연주…의료진 등에 전달 예정
“관객 여러분, 휴대폰은 꺼주시고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 ‘리세우 대극장’에서 22일(현지시각) 현악 4중주 공연을 앞두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안내가 끝나자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든 4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악기를 들고 입장해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1층부터 6층까지 전체 관객석 2292석에는 사람이 아닌 식물이 앉았다. 산세비에리아, 개운죽, 아레카야자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일부 화분은 의자가 접혀 넘어지기도 했다. 7분여 공연 동안 조용히 앉아있던 식물들은 연주가 끝나자 잎을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2천개가 넘는 식물들은 근처 종묘장 등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한다. 공연 뒤 식물들은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바르셀로나 의료진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연주된 곡은 오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엘레지 ‘국화’라는 곡이다. 푸치니가 지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리세우 대극장 쪽이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스페인에서는 22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9만여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2만8천여명이다.
이날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석 달 동안 취해진 봉쇄조치가 풀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리세우 대극장도 석 달 동안 닫았다가 최근 문을 다시 열었다. 리세우 대극장 쪽은 누리집에 “이번 공연은 우리의 활동 재개를 알리는 편지 같은 것”이라며 “예술, 음악, 자연의 가치를 옹호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기획안 개념예술가 에우헤니오 암푸디아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새들의 노래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됐고, 식물들이 더 빨리 자라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됐다”며 “사람과 자연이 훨씬 더 친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사진 작품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 최현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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