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개최시 서약서 요구 철회

우익단체와 동급 규제항의에 물러나

 

지난해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시민들이 추모비 앞에 헌화 뒤 묵념하고 있는 모습.

             

일본 도쿄도가 간토 대지진(관동 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개최 조건으로 제시했던 일종의 준법 서약서요구를 철회했다.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전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3지난달 29일 도쿄도가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추도식 개최) 신청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도쿄도는 우익단체와의 형평성을 빌미로 추도식 개최를 위한 공원 점유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마이크·스피커 사용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추도식 개최를 방해해온 우익단체의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사실상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과 같은 성격의 집회로 규정하려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요구를 접은 모양새다. 실행위는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1974년부터 해마다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추도식을 열어왔다. 하지만 우파 성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취임 이후 제동이 걸렸다.

도쿄도는 지난해 12월 실행위에 추도식 개최에 필요한 공원 점유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간토 대지진 희생자 전체를 대상으로 도쿄도가 하는 행사 시간대에는)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크게 틀지 말라등 내용이 담긴 서약서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서약서에는 해당 내용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행사 개최를 위한) 공원 점용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게다가 추도식 개최를 방해할 목적으로 3년 전부터 같은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우익단체 쪽에도 도쿄도가 동일한 서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파문은 더 커졌다. 사실상 우익단체의 헤이트 스피치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같은 성격의 집회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행위가 지난 5월 도쿄도의 이런 조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일본 시민 사회에서 민족차별 희생자를 추도하는 의식과 민족차별을 선동하는 집회를 동렬로 놓고 규제하는 것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문화인 성명등이 잇따랐다.

실행위는 시민들의 이런 호응 덕분에 도쿄도가 서약서 제출 요구를 취소했다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쿄도가 매우 상식적인 내용의 주의사항을 제시했지만 추도식은 예년처럼 열릴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실행위는 올해 요코아미초공원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 일반 참가자 없이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도식은 온라인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