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병원장, 대국민 성명 발표

“2700여명 배출 못 되면 심각한 의료공백 발생강조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의대생들에게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은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발표 자리에는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 등 주요 국립대·사립대 병원장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엄중한 시점에서 당장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며 “6년 이상 학업에 전념하고 잘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질책은 (의대생들이 아니라)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병원장들은 성명을 발표한 뒤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재응시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5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7일에는 국가고시를 주관하는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도 차례로 전현희 위원장을 찾아와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열어주면 다른 국가시험 응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데다가, 이에 대한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재응시는 어렵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뒤늦게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은 다행이나, (의사들의 집단휴진,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관련해) 생명에 위협을 느낀 국민들의 우려가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의료원장들 '대리사과'에도시험보는 의대생 정작 '묵묵부답'

본과 4학년생들 "국시 응시하겠다" 의사표현 후 사과·양해 없어

 

의사 국가고시 정상화를 위해 의료원장들이 대국민 사과하는 등 의료계가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이들이 재응시 기회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의대 교수들이 국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제기하고,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원장까지 권익위를 찾은 데 이어 이번에는 사립대·국립대 의료원장들의 대국민 사과문까지 나왔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 달라. 의대생들이 미래의사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시 기회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추가 시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들에게 국시 응시 기회가 다시 부여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신을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라고 밝히며 국민에 사과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생 몇 명의 사과만으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사자인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나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측의 공식 입장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들은 "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하겠다"는 성명서 외에 사과나 양해에 관한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올해 응시대상자 3172명 중 약 86%가 응시를 거부한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은 이미 지난달 8일부터 시작돼 한 달째 진행 중이다.

                  

정부, 병원장들 사과·의사국시 허용요청에도 "입장 변함없다"

"병원장들 사과에 젊은의사들 필수진료 거부 언급없어 아쉽다"

 

정부는 8일 의료계가 지속해서 요구하는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기회 문제와 관련, '추가 시험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주요 병원장들의 대국민사과 관련 질문에 "하루 전인 어제 이미 정부 입장을 밝혔고, 하루 사이에 달라질 상황은 아니다""(의사들이)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여러 경로로 국시 허용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인 뒤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의대생들의 국시 재허용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정책관은 "대학병원장들이 뒤늦게라도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필수 의료분야의 젊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고 나온 상황에서 그것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님들께서도 그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해 국민이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있더라도 단체적인 의사표시는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특히 의사들에게는 의사들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가 부여돼 있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수반되는 의무가 있다"면서 "그것을 이행하지 않고 단체행동을 해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쌓여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의사 국시 추가시험에 대한 '국민적 양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적 양해 상황과 공감대 형성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