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씨 앞으로 명의 바꾼 뒤 추징 가능

재산 환수 절차 더욱 복잡, 사망 땐 불가능할 수도

 

법원이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일부에 대한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고 결정하면서, 전씨의 추징금 2205억원 중 남은 991억여원의 환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희동 집이 전씨의 차명재산일지라도, 불법재산이 아닌 한 이를 추징하려면 전씨 앞으로 명의를 먼저 돌려놔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유자 명의 이전으로 재산 환수 절차가 장기화되면 추징금 집행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20일 전씨의 아내 이순자씨 등이 연희동 집 압류가 위법하다며 낸 압류집행 이의 사건에서 불법(재산)이 아닌 한 차명재산을 직접 압류할 수 없다며 본채와 정원의 압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부동산이 불법재산이려면 전씨가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이어야 하는데, 본채 토지(1969)와 정원(19806) 취득이 전씨의 11대 대통령 취임(19809) 이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19874월 등기를 마친 본채 건물은 검사가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연희동 집이 전씨의 차명재산이 맞는다면, 채권자(국가)가 채무자(전씨)를 대신해 제기하는 채권자 대위소송을 통해 소유자 명의를 전씨 앞으로 돌린 뒤 추징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전씨 주변인 명의로 된 재산이 전씨의 차명재산임을 증명하고, 명의를 돌려놓는 절차를 밟은 뒤 추징하라는 뜻이다.

법원 판결은 소송을 통한 전씨의 환수 지연 전략이 일부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씨 쪽은 그간 추징 과정에서 수차례 소송을 걸어 추징 절차에 제동을 걸어왔다. 2013년 전씨 장남 전재국씨가 검찰에 납부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등 환수에 협력하는 듯했지만, 연희동 집을 둘러싼 이번 재판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뿐 아니라 2018년엔 연희동 집 공매를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취소소송도 냈다. 지난해엔 헌법재판소에 제3자 명의라도 추징금 환수가 가능하다는 전두환 추징법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도 했다. 전씨 쪽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0일 법원 결정 뒤 정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정의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해, 앞으로도 추징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환수 작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자칫 구순을 바라보는 전씨가 사망할 경우 환수 절차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법상 환수 의무자가 사망할 경우 미납 추징금 징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천정배 전 민생당 의원이 지난해 말 전씨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미납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는 법원 결정 뒤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히 소유시기와 소유자만을 고려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검찰의 재항고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전씨에 대한 불법재산과 추징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고법 "전두환 자택 별채만 압류…본채는 위법" 판결

검찰 "항고하고 압류 집행 방법 다각도로 검토할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검찰의 조치가 일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20일 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추징에 불복해 제기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의 경우 몰수 가능한 불법 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압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명의인 별채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매에 넘긴 처분을 유지하도록 했다.

연희동 자택은 부인 이순자씨 명의인 본채, 비서관 명의인 정원, 며느리 명의인 별채 등 3곳으로 구분된다. 이 중 본채의 토지는 이순자씨가 196910월 소유권을 취득했고, 건물은 종전에 있던 것을 철거하고 신축해 1987년 등기가 이뤄졌다.

정원은 대통령 취임 전인 19806월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이후 장남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99년 비서관 명의로 등기됐다. 별채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 2003년 취득했다가 추징금 시효만료가 임박했던 20134월 셋째 며느리의 소유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피고인(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받은 뇌물 일부를 처남이 자금 세탁을 통해 비자금으로 관리하다가 그 비자금으로 별채를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셋째 며느리는 별채를 취득할 당시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았고, 매매계약이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본채와 정원에 대해서는 "범인 외의 사람으로부터 추징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대통령 취임 전 취득해 불법 재산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본채와 정원이 피고인의 차명재산에 해당한다면, 국가가 채권자대위 소송을 내 피고인 앞으로 명의를 회복시킨 뒤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에 적극적으로 항고하고, (압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추징금 문제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전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깊이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법원의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정의를 추구해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법이 보호하지 않은 정의"라며 "이런 당연한 법치국가의 원리를 법원이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의 신청으로 연희동 자택이 공매에 넘겨지자 전 전 대통령이 반발해 이의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전 전 대통령은 과거 대법원의 판결로 부과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연희동 자택에 집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반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