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 등과 조찬서 언급, 미 바이든 대북정책 확정 등 감안

-중 갈등과 관련해선 신냉전 반대. 역사 흐름에 역행하는 것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한국 쪽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둘 것 같지 않고, 북한도 내년 18차 당대회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봐야 한다. 향후 7개월 동안 북핵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7일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민주연구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 등과 조찬 자리에서 내년 초 북한 정세에 대해 짧은 견해를 밝혔다고 문 특보가 전했다. 왕 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확정하고, 북한도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방침을 정하는 7개월 정도 시간 동안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북한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군사도발을 하진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1994년부터 북핵 문제에 관여해 온 왕 부장은 2018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시작된 북-미 대화국면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과 2019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수행 등으로 북한을 세차례 방문했다.

문정인 특보는 29<한겨레>와 통화에서 왕 부장이 언급한 내년 상반기 북한 정세에 대한 견해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왕 부장과 27일 조찬을 함께했는데.

왕 부장이 우리가 제기한 여러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다. 특별한 노트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우리가 말한 내용을 받아 적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다른 공식 회담에선 없었을 허심탄회한 얘기를 많이 했다. 애초 오전 9시까지 예정이었는데 질의응답을 하다 시간이 길어져 20분 정도 더 했다. 중국 대사관에서 만남이 끝난 뒤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회신을 해왔다.”

왕이 부장이 27일 오전 문정인 특보와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20211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뒤 북-미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2018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 선언에 나온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동시 추진은 중국이 주장하는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의 제안)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선언을 바탕으로 유관국들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게 왕이 부장이 밝힌 중국의 기본입장이었다.

그와 함께 향후 7개월 동안 북핵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진 않을 것 같고, 북한도 8차 당대회 이후에 어떤 입장을 정할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주시해야 하지만, 자기가 볼 땐 북한이 군사도발을 할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을 밝혔다.”

-중 갈등에 대한 견해는?

한국 쪽 참가자들이 먼저 미국은 우리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맹이고, 중국은 하나밖에 없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다. 두 나라 사이를 좋게 하면 한국이 좋지만, 사이가 나빠지면 한국 등 역내 있는 모든 국가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네 가지 측면인 무역 갈등 탈동조화(디커플링) 기술 견제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의) 가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선 왕 부장이 오만하다고 하던데, 우리 의문에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하더라. 왕 부장이 일방적으로 설득한 게 아니고, 우리가 먼저 -중 사이가 안 좋으면 한국이 힘들다고 하니 중국의 입장은 이렇다고 차분하게 설명한 것이다.”

구체적인 답변은.

우리가 중국이 덕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중국은 병가나 법가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유가 전통을 따른다. 유가 전통이란 덕치이고 이는 윈-윈이다. -윈을 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길게 중국은 신냉전에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역사적 반동이다. 세계화를 통해 상호 이익이 연결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우리가 언급한 네 가지 항목 하나하나에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 무역적자와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중국에 대한 적자 폭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했다. -중 무역엔 시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탈동조화를 추진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고, (지난 5일부터 엿새 동안) 상하이에서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미국 기업들이 제일 많이 참석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지정학적으로 봉쇄하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안 될 것이다. 역내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목을 조르려 하지만 자주와 혁신을 통해서 극복할 것이고 중국의 우수한 (해외)인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흐름을 소개했다.

네번째 미국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성공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면서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미국식 모델로 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자체 발전 모델로 가는 게 역사의 흐름이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선전전이 격화하고 있고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지만 중국도 과거와 다르다, 발언권과 영향력이 예전과 다르다고 답했다.” (왕이 부장은 25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만남에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국이 다자주의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바라는 것은.

-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중국 외교부가 27일 발표한대로 한국이 균형 있는 외교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왕 부장이 100년 변곡을 강조했다는 점이다.(이날 만남 내용을 요약 정리한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왕 부장의 첫 발언이 세계는 100년 변화의 국면에 있다. 국제정세는 조정과 변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 2021년이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2049년이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이다, 지금이 100년 만의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했다. 중국은 요새 계속 100년 담론이다.” 길윤형 기자

    

왕 부장의 말한국은 수망상조’, 일본은 일의대수속뜻은?

   일본에는  적절한 협력 필요한 가까운 이웃

   한국은 망 봐주며 서로 돕는 전략적 동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34일 한·일 순방27일 끝났다. 특히 이번 순방은 미국의 두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시각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5~27일 사흘간의 방한 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의 27일 조찬이었다. 이 만남 내용을 전하는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여러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한-중 관계에 대해 양국 정상이 중요한 공통인식에 따라 양국의 근본적 이익 방향에 부합하게 양국 관계에 대한 청사진을 끌어내고, 발전 전략을 잘 접목해 실무적인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중 사이가 나빠지면 한국이 처신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왕 부장이 신냉전에 반대한다. 이는 역사적 발전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중국의 견해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경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방치돼온 한··‘3각 동맹을 재정비해 강한 대중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왕 부장은 한국에 양국 간 공통인식과 공통 비전인 청사진을 제안하면서, 미국에 너무 쏠리지 말고 중국과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자는 뜻을 전한 셈이다. 그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머리발언에서도 두 나라 간의 수망상조(守望相助)의 정신을 강조하며 한국과 함께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망상조는 공통의 적이나 어려움에 대비해 서로 망을 봐주고 돕는 관계, ,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뜻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된 10가지 항목을 발표하면서도 한국 발표엔 없는 -한 외교·안전 2+2대화(외교안보당국 연석회의) 시동을 언급해 한-중 관계의 전략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 25일 방일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도쿄 총리관저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견줘, 24~25일 왕 부장의 일본 방문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왕 부장은 일본에선 협력이 필요한 가까운 이웃이라는 일의대수’(一衣帶水)란 말을 꺼내들었다. 왕 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회담에서 중-일 관계를 장기적 협력 동반자라고 하며 적절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냉랭한 분위기를 악화시킨 것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날 선 공방이었다. 24일 기자회견에서 모테기 외무상이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움직임에 우려의 뜻을 밝히자, 왕 부장은 일본 어선들이 댜오위다오 주변 민감한 수역에 들어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문에 대해서도 한국에선 왕 부장이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시 주석의 구두 친서를 전했지만, 일본에선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길윤형 기자

           

중국 속내는...방한 왕이 대미 메시지 ‘탐색’과  ‘견제’

한국과는 전략적 관계 강화로 미국에 경도 상쇄노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의식한 듯 왕이 외교부장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1년 만에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오후 귀국했다. 그의 행보를 둘러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를 통해 중국이 발신할 메시지 때문이었다. 속내까지야 알 수는 없지만 왕 부장의 발언에 비춰보면 중국의 대미 메시지는 일단 탐색 속 견제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는 전략적 관계 강화를 통해 미-중 관계 속 중립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25일 밤 입국한 왕이 부장은 2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건영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를 비롯해 한국 내 대표적 미국통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에 중국통박병석 국회의장까지 두루 만나고 떠났다. 공개된 내용 중 왕 부장이 만남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한 말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았지만 -한 양국의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방한했다는 것이었다. 또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협력도 매번 강조했다.

눈길을 끌었던 건 왕 부장이 한 차례도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우지 않은 점이다. 미국에 대한 비판을 매번 말 속에 숨겨놨던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다. 왕 부장은 당시 강 장관을 만나서는 최대 위협은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일방주의이며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패권주의라거나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것,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12.4) 등 언급으로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우호 인사들을 초청한 행사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12.5)이라고 불만을 드러냈고, 문 대통령 접견에서도 국제 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12.5)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에는 대미 관련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었다. 미국 신행정부가 대중 정책을 구체화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 행보다.

왕이 외교부장이 26일 오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재정·김한정 의원, 이 전 대표, 왕이 부장, 박정·김영호·김성환 의원

일각에서는 전날 미-중 경쟁의 구도 속에서 한국의 미국 편중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왕 부장이 지금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두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거나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말라는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날 왕 부장의 발언의 맥락을 보면 되레 애써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중 관계를 언급하기를 꺼리는 모양새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왕 부장은 위 질문에 다하며 “190여개 국가가 있고 모두 독립 자주 국가다. 한국도 중국도 그렇다. 특히 한-중 양국은 이웃나라로서 빈번하게 왕래하고 친인척처럼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나 여당 인사에게 미국 편을 들지 말라는 메시지압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느냐는 후속 질문에도 그는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자처럼 외교를 하면 외교가 안 될 것이다. 물론 학자들은 각종 가능성을 추측해도 좋다고 답했다. 방한이 -중 경쟁과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계속 같은 질문을 하신다가장 우선적으로는 중-한 관계, -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 속에 뼈를 심어 날카롭게 구사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 부장의 평소 언행과 비교하면 과잉 해석으로 보인다.

26일 낮 정부서울청사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회담을 마친 왕이 외교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 부장이 이번 방한에서 미-중 대치를 부각하지 않았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그는 강 장관과 오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트럼프 때와는 다르리라는 희망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 만찬 자리에서도 왕 부장은 김한정 의원이 최근 미국 워싱턴을 다녀왔다고 하니 관심을 보이며 다자주의를 환영한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불충돌 불대항이 중국의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일단은 미국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로 관측된다.

26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사설을 보면 중국의 대미 탐색과 견제는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 매체는 바이든 당선자가 24(현지시각) 미국이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다고 한 말을 두고 바이든 팀은 반드시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들은 세계를 이끌어무엇을 하게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단결하는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복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바이든 팀은 중-미 경쟁에서 얼마나 건설적인지에 따라 평가된다주요 미국 동맹국은 모두 중국과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 관계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으면 자국의 이익을 수호할 여지가 생긴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협력을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국가는 세계가 새로운 냉전으로 빠져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썼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사랑재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에 출범하지도 않은 미국에 각을 세우는 대신 중국이 택한 것은 미국 동맹들과의 협력 강화로 보인다. 왕 부장도 방한 기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과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장관 간 회담에서 회담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며 양국이 코로나19 방역 협력 -중관계 미래발전위 설립 -중 외교·안보 2+2 대화 및 해양 실무대화 2012, 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 개최 일대일로 한국 쪽 발전전략 연계 -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의 조속 개최 및 중-한 경제무역협력 연합계획(2021~2025) 제정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지지 한반도 평화유지 협력,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노결, 남북 대화협력 지지 9차 한--일 정상회의 개최 지지, --일 자유무역지대 협상 추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조속 발효·이행 등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글로벌 타임스>27일 논평을 통해 왕 부장의 방한은 미국의 압력에도 깊어진 한-중 관계를 반영한다고 짚기도 했다.

26일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이 강경화 장관과 회담 전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접근의 틀을 양자의 이익에 기반한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져가면서 한국 등 주변국이 미국으로 급속히 기울우는 것을 막고 중국과의 관계의 끈을 튼튼하게 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사드 보복과 같이 중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압박하는 전략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도 왕 부장의 방한을 총평하며 중국이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을 중시하겠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중 간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서 미-중의 파고 속에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에 경도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봤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어느 정도 중립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민감한 사안에서까지 물러선 것은 아니다. 중국 외교부의 26일 발표를 보면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강 장관에게 한국 쪽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거나 공동으로 평화·안전·개방·협력의 인터넷 공간을 구축하자는 등 발언으로 미국이 배치한 한국의 사드 문제나 미국 정부가 주도해 화웨이 등 중국의 첨단기술과 기업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견제했다고 볼 수 있다. 사드 문제나 한한령에 대해서도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 관계 속 한국 정부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