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여성 하원의장 선출33년 의정 생활 진보적 정책

마지막 임기 표명 출마 당선, 민주당 부진한 선거성적 등 숙제

 

3일 열린 미국 117대 하원 본회의 투표에서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의사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80) 미국 민주당 의원은 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연단에 서서, 의사봉을 번쩍 들어 보였다. 펠로시는 이날 열린 미국 117대 하원 첫 본회의 투표에서 216표를 얻어 209표를 받은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됐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 때 부통령에 이어 두번째 권한대행 순서가 돌아오는 권력 서열 3위다. 펠로시 의원은 이 자리를 통산 네번째로 지켰다.

펠로시는 지난 2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대여 투쟁을 주도한 강력한 하원의장이었다. 지난해 11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의석수가 2018년에 비해 줄면서(민주 222석 대 공화 211) 책임론도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펠로시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하원의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세대교체론이 불거지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하원의장 선출 직후 연설에서 우리는 비상한 어려움에 부닥친 시기에 새로운 의회를 시작한다. 가장 시급한 우선 과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초당적으로 경제 격차 및 성장의 공정성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펠로시의 아버지는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과 시장을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와 친숙했으나, 1963년 폴 펠로시와 결혼한 뒤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다섯 아이를 양육하며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197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캘리포니아주지사 제리 브라운을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디뎠다. 1987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이후 30년 넘게 하원의원을 지내고 있다.

그는 하원에서 성소수자(LGBT) 권리 대변과 임신중지 처벌 반대 등 진보적 의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자 앞장서 비판했으며 당내 입지도 커졌다. 20071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에 선출됐으며, 20111월까지 두차례 하원의장을 지냈다. 펠로시는 2010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하면서 하원의장에서 물러났으나,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다시 민주당이 대승하면서 이듬해인 20191월 하원의장으로 복귀했다.

펠로시 의원은 임기 2년 하원의장에 네차례나 뽑히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임기에 놓인 길은 만만치 않다. 공화당 의원들은 2018년께부터 그를 부유한 민주당 급진 좌파의 대표 격으로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하원 선거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과 급진 성향 의원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다. 특히 펠로시의 장기 집권에 대해 비판하는 당내 세력이 늘고 있으며, 이번 하원의장 선출 투표 때 민주당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나왔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