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백신 부족한데, 행방묘연 2천만회분 소재파악 비상

 

미 전역 배송 위해 박스에 포장되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지난 20일 미국 미시시피주 올리브 브랜치에 있는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의 유통시설에서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박스에 포장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운송과정 추적 부실' 주먹구구식 관리 후유증

창고 보관 · 이동 중 백신현황 중앙정부 차원 파악 안돼 '발등의 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에서 배급한 이후 소재가 불분명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행방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겪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30일 보도했다.

현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연방정부를 떠난 백신의 운송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신이 각 주에 도착한 이후에는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 전까지 소재를 추적하는 임무를 주정부에 맡기면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는 접종이 끝난 백신 물량에 대한 보고만 받았다. 전국 각지의 창고, 냉동고에 쌓여 있거나 이동 중인 백신의 현황을 중앙정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의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유기적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보급 및 관리 체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백신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에 골몰해야 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구성원이었던 줄리 모리타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부회장은 "인수위에서 백신의 전반적 현황을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라면서 "백악관에 입성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계획을 세웠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연방 정부에서 배급을 마친 백신은 4900만 회분이다. 이중 각 주 의료시설에서 실제 접종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된 물량은 2700만 회분에 그친다.

나머지 2200만 회분의 행방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의미다.

폴리티코는 접종이 이뤄졌지만 아직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은 물량이 200만 회분이라고 전했다. 이를 고려해도 아직 약 2천만 회분의 소재가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 28USA투데이에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업무 대부분은 운송 중인 백신의 정확한 위치와 접종 일자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방 정부가 백신의 운송 절차를 세부적으로 추적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물량 부족사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병원은 주정부가 각 카운티 보건당국에만 백신을 배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약 1만 건의 백신 접종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종 간 백신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난 25일까지의 인종별 백신접종 현황을 공개한 17개 주와 2개 도시의 자료를 AP통신이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흑인의 백신 접종률이 전체 주민의 평균 접종률보다 낮았다.

일례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흑인 주민 비율이 22%인데 백신 접종자 중 흑인 비율은 11%에 그쳤다.

뉴욕주에서 활동하는 의사 우셰 블랙스톡은 "흑인 거주 지역에 백신이 공급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던 인종 간 보건 격차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유색인종 지역 백신센터 외지서 온 백인 바글바글"

 논란되자 센터 측 "남은 예약 공간 모두 지역 주민에게"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 유색인종이 주로 사는 지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에 외지에서 온 백인이 몰렸다고 CNN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워싱턴하이츠에 있는 아모리 트랙&필드센터엔 지난 14일 뉴욕 장로교 병원, 뉴욕시 정부 등의 협력으로 이 지역에 주로 사는 65세 이상 유색인종 주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가 운영된다.

뉴욕시 맨해튼 북부 할렘가에 있는 워싱턴하이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역으로, 거주민 70% 이상이 라틴계다.

하지만 이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마련한 이 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시민은 정작 지역 주민보다 외지에서 온 백인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지난 23일 이 센터의 접수창구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콜롬비아 메디컬 센터의 수사나 베자르 박사는 "이날 백신을 접종한 2400명 중 대부분은 지역사회 주민이 아니었다"면서 또 "이 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백인을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이 센터에서의 백신 접종이 라틴계 지역사회 주민 대신 외지에서 온 이에게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알게 될수록 화가 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까지 이 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한 시민은 25천 명에 달한다. 다만 인종별로 분류한 접종자 정보는 없다고 해당 센터는 전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센터 측은 "모든 나머지 예약 공간은 뉴욕시 지역주민에게 할당할 수 있도록 즉각 조처하겠다"면서 "최소 60%는 워싱턴하이츠, 인우드, ·중부 할렘, 브롱크스 남부 지역에 사는 주민을 위해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역사회 내 유색인종 주민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낮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CNN은 이 지역의 주민 37%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며, 첨단기술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베자르 박사는 "백신이 주로 영어로 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급된다면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면서 현장 예약을 받고 온라인 예약 방법을 안내하는 등 이 곳 주민이 백신을 제대로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인종간 불공평은 미국 전역에서 대두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전체 백인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4% 이상으로, 흑인(1.9%)과 히스패닉(1.8%) 등 유색인종과 비교해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