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알아보고 접근한 또다른 피싱 조직
계좌 제공한 뒤 피해액 900만원 ‘쉽게’ 가로채
걷는 일당 위에 뛰는 일당, 그 위에 나는 경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려는 조직과 이를 중간에서 '꿀꺽'한 2인조 일당의 이전투구는 치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일부러 접근한 일당은 조직의 눈을 속이고 피해자들의 돈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범행이 들통나 죗값을 치러야 했다.

A(29)씨와 B(40)씨는 2019년 10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돈을 가로채기로 공모했다.

A씨는 페이스북에 '작업 대출' 광고를 게시한 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마치 대출이 필요한 것처럼 접근, 조직원과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그들의 요청에 따라 신분증과 계좌번호를 넘겨줬다.

통상 이렇게 수집된 신분증과 계좌번호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의 돈을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2019년 10월 18일, A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현금 900만원이 통장으로 입금된 것이다.

"얼른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카드가 압류된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의 돈이었다.

A씨는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해 600만원을 서둘러 인출하고 B씨의 계좌로 295만원을 송금했다.

5만원은 택시비로 썼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공들여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을 가로채는 데 손쉽게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추적하던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 결국 법정에 섰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임현준 판사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큰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이 성립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형사 처분 전력도 다수 있고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어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의 피해 금액이 1천만원을 밑돌아 동종 범죄들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A씨가 피해자에게 2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