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안전성 확인…안심하고 맞으시길

 백신 맞고 열 나면 해열제로 적극 관리해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은 대표적인 성인 만성질환입니다. 심장이나 뇌에 크고 작은 질환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하고 약을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인구도 상당합니다. 이런 분들은 안 그래도 건강 상태에 민감한데, 코로나19 백신이 혹여 갖고 있던 기저질환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법 합니다. 이번 ‘백·알·맞’(백신 알고 맞자) Q&A에는 전문가들에게 이런 걱정에 대한 답을 들어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합니다. 애초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는 이런저런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 다수 참여해 효능과 이상반응 등을 살펴보게 됩니다. 만약 어떤 백신이 고혈압 환자에게는 못 쓰는 백신이라면, 그것 자체로 제대로 된 약이라고 볼 수가 없겠죠. 전 세계 성인 인구의 40% 정도가 고혈압 환자라고 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화이자가 미국 등 6개 국가에서 수행한 1∼3상 시험에도 전체 참가자(4만3448명)의 20.7%(8978명)는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시험에서 2만3745명 참여자 가운데 35.8%(8510명)가 비만, 심혈관계, 호흡기계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두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백신 접종군의 기저질환이 더 악화하지 않았고, 예방효과도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33개 나라에서 약 4억3천회(블룸버그 백신 트래커 21일 오전 4시 기준) 접종이 이뤄졌다는 점, 접종 국가 대부분이 지병 하나쯤은 안고 살기 마련인 고령층을 우선 접종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이 가지기 마련인 특정 질환을 더 악화시켰다면 전 세계 백신 접종은 진작에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질병관리청도 “중증 기저질환자 역시 접종 건강상태가 좋다면 접종해도 된다”며 “다만 접종 전 예진에서 발열이 있는 등 급성 병증이 있다면 접종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접종에 뒤따르는 면역반응이 걱정이란 분들도 많습니다. 고열 증상 등이 고령층이 견디기엔 힘든 수준이 아닐까 하는 우려인데요. 전문가들은 해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엄중식 교수는 “가령 심부전이 있는 사람에게 고열이 생기면 심장 기능이 더 안 좋아지는 등 고령층에게 고열은 위험할 수 있다”며 “접종 뒤 발열이 생기면, 해열제를 먹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발열에 대한 걱정은 너무 크게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발열 등의 이상반응 발생 빈도가 60대 이상에서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질병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백신 접종자 1만8천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상반응을 호소한 비율은 20대가 9.8%, 30대 8.3%, 40대 7.2%, 50대 6.3%로 차츰 감소하고, 60대에선 1.1%로 확 줄어듭니다.

사실 기저질환자나 고령층은 ‘예방접종을 해도 된다’가 아니라 ‘꼭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기저질환자나 고령층엔 코로나19 감염이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80대 이상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명률이 20.5%에 이릅니다. 70대는 6.39%이고요, 60대는 1.27%입니다. 사망에 이르지 않아도,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훨씬 큽니다. 최원석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차츰 오르면서 사회가 조금씩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에겐 외려 일정 기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더 커지게 될 수 있다”며 “백신의 이득(예방효과)은 분명하고, 기저질환 악화 근거는 없으니 차례가 오면 꼭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