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만명 육박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다 발생 기록, 사망도 부쩍

 

브라질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는데도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대통령 관저를 찾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인구 2억1000만명의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불능 수준에 빠지면서 주변국은 물론 전세계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지난 19일 9만570명으로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사망자도 2815명으로, 사상 최다인 지난 16일의 2841명에 근접했다. 20일과 21일에는 확진자가 각각 7만9069명과 4만7774명으로 줄었지만, 주말 검사 건수 감소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으로 22일 오전 현재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199만8233명, 29만4042명으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전세계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된 것과 달리 브라질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은, 지난해 11월 북부 아마조나스주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P.1’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훨씬 강하고 기존 바이러스용으로 개발된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브라질 상황은 확진자 증가, 의료시설 마비, 사망자 급증이라는 악순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망자는 2월 하순부터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0일 기준 집계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브라질의 하루 사망자 수는 세계 평균치(1.13명)의 9배가 넘는 10.52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 새 갑절로 는 것이다.

사망자 급증은 의료체계 마비 탓이 크다. 미국 <CNN)>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중치료시설의 환자 수용 여력이 20%밖에 남지 않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용 여력이 바닥나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게다가 산소호흡기나 의약품은 물론 환자용 산소까지 부족해 입원 환자들조차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현지 일간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 상황이 주변국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국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주목하면서 방역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잇따라 브라질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선임연구원인 역학자 에릭 파이글딩은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가 함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일대 면역생물학과의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도 트위터에 쓴 글에서 “브라질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며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맞춘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을 최대한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난주 “브라질 당국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접국은 물론 전세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시민의 자유와 경제 보호를 내세우며 봉쇄 조처를 거부하는 등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CNN)>이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