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스가 ‘화이자파’… 정상들, 자국 사정 따라 백신 선택

대통령 부부, G7 정상회의 앞두고 주요 인사들과 함께 솔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세계 정상 대열에 합류했다. 정상들은 각 나라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각기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유는 6월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7개국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세계 대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영국에서 대면회의로 개최될 예정이다. 주요7개국은 아니지만 인도·호주 등과 함께 초청장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하지 못했던 대면 외교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른 참가국 정상들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거나 접종할 계획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이미 백신을 맞았다. 고령의 바이든(79)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가 러시아·중국 등을 제외하고 첫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화이자 백신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맞았다. 스가 총리는 4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하기 위해 지난 16일 백신을 접종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정상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9일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이 함께 만들었다. 영국계 제약사가 만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미국에서 사용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주요7개국 정상들도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회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접종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영국 제약사가 수출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확보를 두고,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접종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과 함께 초대를 받은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지난달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모리슨 총리 역시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선도 접종을 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1일 자국 제약사가 만든 백신을 접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울 종로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주요 7개국이 아닌 나라 정상들도 속속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푸틴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3가지의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하나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 백신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아직 백신 접종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코로나 19 백신을 4가지 종류 개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이완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은 문 대통령 “전혀 문제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밝혀, 최근 유럽에서의 혈전 발생 논란 등으로 흔들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다잡기 위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직접 백신 접종에 나서는 모양새다. 만 65살 이상 고령자가 20%가량 참여한 3상 임상시험에서 79%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100%의 중증 예방 효과가 나온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음달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보건소를 방문해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왼팔에 백신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접종 뒤 “전혀 문제가 없는데”라고 말했고, 뒤이어 김 여사가 백신을 맞는 것을 보며 “(간호사가) 주사 놓는 솜씨가 아주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백신 접종은 오는 6월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나, 대통령이 앞장서서 최근 혈전 논란 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뜻도 담겼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이 최소 10주인 것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 부부의 2차 접종일은 6월1일이다.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강민석 대변인 등 수행원들도 함께 접종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중대본부장인 저 또한 언제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밝혔다. 올해 만 71살인 정 총리는 현재 접종 계획대로라면 5월 말부터 시작할 만 65~74살 고령자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다.

이날부터 전국 1651개 요양병원에서는 만 65살 이상 입원·종사자 15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전체 접종 동의율(75.2%)보다 높은 접종 동의율(88%)을 보인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의 김기주 병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이 접종했으니 환자나 보호자 사이에서도 여론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75살 이상은 다음달부터 요양병원을 퇴원하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어 원내 접종을 거부한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백신 수령일 다음날부터 5일 이내’였던 접종 기간을 ‘2주 이내’로 늘렸다. 요양시설은 ‘1개월 이내’에서 ‘6주 이내’로 조정했다. 자체 접종을 하는 요양병원과 달리 보건소 인력이 방문 접종을 해야 하는 요양시설은 30일부터 접종이 시작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날부터 접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가족 간 전파, 특히 위 세대에서 아래 세대로의 전파가 두드러진다며 손 씻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최근 4주 동안 발생한 개별접촉 감염 사례 가운데 50%는 가족 간 감염이었고, 이 가운데 30~40대가 19살 이하에게 전파한 사례가 13.8%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 반대는 2.9%에 불과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46명이었다. 김지훈 서혜미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