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유층 대상 자본이득세
현행 20%서 39.6%로 인상 추진
법인세 이어 ‘불평등 해소’ 고삐

한국, 주식·부동산 과세 완화 기조
미국·유럽 등 증세 흐름과 대조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부자 증세’ 모드로 완전히 접어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법인세를 올린 데 이어, 자본이득세도 2배나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과세를 완화하는 국내 흐름과 대조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수준의 2배인 39.6%로 올릴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자본이득세는 주식 등 자산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이득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통신은 이 방안을 준비 중인 관리들을 인용해, 주식 등의 투자수익이 100만달러 이상인 이들에게는 현행 20%의 세율을 39.6%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본이득세 인상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금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하층이 겪는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지출안’과 ‘부자 증세’를 검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의회에서 교육 개선 및 아동 복지를 위한 ‘미국 가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신규 지출 1조달러와 세액공제 5천억달러 등 1조5천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자본이득세 인상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전국민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해 투자수익에 대해 3.8%의 세금이 추가되는데, 이를 포함하면 자본이득세는 43.4%까지 오르게 된다. 특히, 주 정부도 자본이득에 대해 별도로 과세할 수 있어 뉴욕주의 경우는 고액의 자본이득 세율이 52.22%,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56.7%까지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세가 인상되면 향후 10년 동안 약 3700억달러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부자들이 중산층보다 적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부자들에 대한 자본이득 및 소득세 세율을 공정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자본이득세 인상이 실현되면, 그동안 노동임금보다 투자수익 세율이 낮았던 조세 체계가 역전된다.

 

자본이득세가 인상되면 월가 등 금융가의 고액 성과보수 체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가와 기업들이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역시 일관되게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상원 재무위원장이었던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자본이득세를 인상하면 “투자를 줄이고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자본이득세를 자산 매도 때가 아니라 매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도 발표했다. 법인세 인상은 미국의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으로 추진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연 소득 40만달러 이상의 급여 등을 받는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이미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속된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 증세’ 기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의 경우 올해부터 과세 대상을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현행 10억원 이상 보유)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시행 직전인 지난해 말 전격 유보했다. 최근에는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소득이 증가한 법인과 개인의 최고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5%포인트 올리는 등 몇몇 증세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심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코로나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거듭 권고해왔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