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님과 해리스 부통령님, 펠로시 의장님 모두 쾌활하고, 유머 있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는 분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성의있게 대해주었습니다.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2021년 5월22일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글)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른 뒤 남긴 페북 글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났지만 문 대통령이 만남 뒤에 ‘인간적인 편안함’을 강조한 적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국 간 외교·군사·경제·문화 사안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이죠. 심지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것이니 그 중요성은 더욱 컸습니다. 이를 ‘성공한 회담’으로 만들기 위해 실무진에서 사전조율에 나서지만 그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결국 정상들입니다. 정상끼리 이른바 ‘케미’가 맞지 않으면 회담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종교도 같은 문 대통령-바이든…20년 만의 한-미 ‘민주당 수반’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도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사이에 놓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으며, 20분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단독회담도 37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했을 때 너무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논의했기 때문에 제 스태프가 ‘너무 오랜 시간을 대화하고 있다’는 메모를 계속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정도로 말이 통한 것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출신이자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통화 때부터 종교가 대화의 소재가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니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며 “기후변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문 대통령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고 동질감을 보였습니다.

 

두 정상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루스벨트 초상화를 걸어놓았는데 문 대통령에게 그 그림을 가리키며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주고,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해 주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두 정상은 김대중-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마주하는 ‘민주당 정부’의 수반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진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뒤 백악관 고위 실무자가 전한 평가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케미는 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장사꾼 트럼프…문 대통령과 조화로울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는 사실상 파경을 맞이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노력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며 ‘할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며 친분을 과시했던 2017년 6월 첫 만남으로부터 4년 만이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궁합이 맞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는 전통 우방인 나토 동맹국들과도 방위비 부담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마다하지 않는 등 외교 관례보다는 장사꾼 흥정 같은 협상을 즐겼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무려 5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죠. 정상회담이나 정상 간 통화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국 정상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인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케미는 조화로운 관계라고 할 수 없다. 트럼프는 밀어붙이고 즉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흐름이 트럼프의 개인적인 성격과 만나 즉흥적으로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순간순간 불쾌함을 느껴도 드러내 본 적은 없다”며 “대표적인 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는데, 문 대통령은 인내와 예의, 배려로 참고 견디면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소리 나지 않게 관리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야 그런 속내를 조금 내비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미 대통령의 일정하지 않은 행동과 트위터를 통해서 하는 외교가 불만스러웠던 듯하기도 했다”고 지난달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해 “타당하고 합리적인 산정 근거가 없는 그런 요구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정상 대기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바이든, 외형상 최고의 케미 자랑했지만…

 

문 대통령에게 ‘인내’의 시간은 가고, 이제 ‘환상의 짝꿍’을 만난 것일까요? 그러나 그렇게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정상의 발언이나 제스처라는 게 모두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외교적 움직임이니까요.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외교 쪽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내며 본인보다 나이 어린 대통령을 8년이나 보좌했습니다.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국들을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로 묶어 대중 견제 전선에 나서는 노련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이런 요구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문구가 보입니다. 외교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는 미국 외교라인보다 문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요구하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 맞서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나라임을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이 대만에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 더 강력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진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답변을 준비하는 문 대통령에게 “굿 럭(행운을 빈다)”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미국의 요구도 수용하면서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농담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곤란한 질문을 넘겼습니다.

 

조지 부시 “노무현 솔직화법으로 좋은 관계 형성” 회고

 

2005년의 노무현-조지 부시 정상회담은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꼽힙니다. 대북 금융제재 등을 놓고 두 정상이 직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정상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며 ‘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던 부시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상들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서인지 저와 노 대통령은 편하게 이야기 했다. 이러한 대화가 양국 정상 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들과의 ‘케미’는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합니다. 이완 기자

 

한미 정상회담, 바이든 "매우 만족…격의없이 대해준 문 대통령에 감사"

  루스벨트 · 가치관…바이든, 문대통령과 '공통점' 거론

  청 안보실, 일주일전 미국 찾아 숨가쁜 공동성명 조율

 

문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과 크랩케이크 오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 매우 만족(satisfied very much)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straight forward) 모습이 매우 인상적(really really impressive)이었다고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고위실무자가 알려온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소감을 전했다.

두 정상 모두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SNS에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문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하는 사진과 함께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세계를 위한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벽난로 중앙에 걸린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주고,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정상 모두 미국 대공황의 역경을 극복하고 부흥과 통합을 이끈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루스벨트 기념관을 찾아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 의지를 다졌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원래 같은 가치관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격의 없이 대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며 거리감을 좁혔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뜻으로 들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으며 "장관들이 한국이 좋아 돌아오지 않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고 농담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점도 처음 만난 두 정상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하기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진실성과 진솔함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백악관 고위실무자의 전언이다.

 

또 문 대통령은 명예훈장 수여식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에게 사진을 건넸다고 한다. 바이든 여사가 지난 2015년 7월 방한했을 때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여사가 이를 기쁘게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을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 담기 위한 청와대와 백악관의 숨 가빴던 조율 과정도 공개됐다.

 

당초 한미 양국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공동성명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회담 일주일 전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인사들이 미국에 머물며 백악관 측과 관련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대면 협상을 했다"며 "안보실뿐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도 백악관의 관계부서와 직접 논의하는 등 다각도 협상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사'가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공급망 및 첨단기술 협력 강화 등 전방위적 파트너십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미, 중국에 대북정책 설명…한국도 중국과 방미 관련 소통”

청와대 관계자 “바이든, 대북제재 해제 신축적 검토 가능”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소인수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중국 정부에 설명하는 등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한국 정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강화된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견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으면서도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계기에도 중국과 대결이 아니라 경쟁은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경쟁해야 할 때는 경쟁해야 하고, 적대적이어야 할 때는 적대적이어야 하지만 협력할 수 있을 때는 협력한다고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방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난 이 관계자는 “미-중 간 협력, 대립, 경쟁의 세 가지 분야 중에서 북핵 문제, 기후변화, 이란 핵 문제 등은 양측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가 된다”며 “미-중 고위급 회의 계기 등에서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 교환을 갖고 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나 항구적 평화 정책이라는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양국이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 측에 설명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북미 대화를 중심으로 일단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겠지만 중국 등의 협조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양국이 필요한 소통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들어가 대중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대해선 “중국과 상시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만해협 관련 내용이 최초로 한미 간 공동성명에 포함되었지만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의 반응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라는 근거로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뒤 중국이 발표한 입장이나 여타국 발표에 대해서 중국이 발표하는 입장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오는 3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피포지(P4G) 정상회의에 중국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것이라고 전하는 등 한-중 관계는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한-미 공동선언에 판문점 선언·싱가포르 선언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2018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 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해서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과거 협상의 연속선상에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의미가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지만 북핵 문제의 진전에 따라서 대북제재 해제 등을 신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문 대통령, 26일 여야 5당 대표 초청 ‘방미 성과’ 공유, 협력당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연다. 청와대는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김기현(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국민의당 안철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간담회에 초청했다.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각 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5개 정당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해 2월28일 이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민생당, 정의당 등 4당 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다시 평가하고, 정부 부처별로 후속 조처를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방미 성과를 경제협력, 백신,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의 분야별로 각 부처에서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밤 귀국한 뒤 방역 관련 절차를 끝내고 바로 업무에 복귀해 총리 주례회동과 내부 회의 등을 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한-미 동맹, 한반도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재도약

바이든과 코드 맞춘 3박5일…다음 정부 부담도 덜어줘

    문재인 대통령 방미 결산

 

방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 등 3박5일간의 미국 순방 일정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한-미 동맹을 공고히하고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로 꼽았다. 미국 백신개발기업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협력 등 ‘백신 글로벌 생산 허브’ 구상은 현실화했지만 문 대통령은 백신 물량을 더 확보해 와야 한다는 국내 요구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한국이 방역 선진국이라는 미국 내부의 평가가 백신 추가 공급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한국군 백신 지원은 문 대통령의 ‘빈 손’을 면하게 해준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하고 확진·사망자가 많은 취약한 국가들이 훨씬 많아 백신 스와프 등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웠다”면서 “미국이 동맹관계 속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한국군에 아무 조건없이 백신을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성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짓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외교가 실패한 뒤 좀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건드리는 인권대표가 아닌 북핵협상을 주도할 특별대표를 임명한 건 문 대통령의 북-미 협상 요구에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이번 한-미 정상 합의가 다음 정부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미-대북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돈 전 의원은 “임기가 일년도 안 남은 대통령이 뭘 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실패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어울렸던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씻어내면서, 다음 대통령이 대미·대북 외교를 하는 데 있어 부담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혁신기술 공급망에 동참하고 기후위기, 우주 개발 분야에 협업하기로 한 건 미래 국가적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기술 특허와 탄소세 등 무역 장벽과 밀접한 문제여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성장동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귀국길에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현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대만해협’ 처음 넣고 ‘중국’은 빼 견제수위 조절

한-미 공동성명 속 ‘대중국 노선’
한중관계 고려 ‘쿼드 참여’ 안꺼내
중 “선 지켰다”…대만 언급엔 유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1일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와 같이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언급됐다. 하지만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중국 견제에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중국 공격은 자제한 게 눈에 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미-일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미-일 공동성명에서는 1969년 이후 52년 만이다.

 

그러나 중국과 관련한 나머지 대목에서는 한-미, 미-일 공동성명 사이 차이가 크다. 미-일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동중국해에서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 등 공격적 표현들이 담겼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네 차례 들어갔다.

 

반면, 한-미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같은 완화된 표현을 썼다. ‘중국’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두 성명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대중국 강경 노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는 비치지 않도록 미국과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중 관계의 민감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의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이 정식으로 참여하는 문제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비켜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표현으로 에둘렀다.

 

중국 쪽 반응은 두 갈래로 보인다. 중국이 ‘주권의 영역’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미-일 정상회담에 견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집중 거론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미-일 공동성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반면,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미 정상이 “대만해협”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미-일 정상회담 때와 달리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지는 않은 점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절충점을 찾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아사히신문>은 한·미 정상이 “대중 정책에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 지역의 평화”를 언급한 점을 들며, “이례적으로 깊이 들어간 발언이었다”고 평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중 언론 “한-미 정상 서로 원하는 것 얻어”

대만 문제 언급 민감 반응하나, 미-일 회담 때와 달리 ‘이해’ 반응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에 대한 중국 쪽 반응은 두 갈래로 보인다. 중국이 ‘주권의 영역’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지난 미-일 정상회담에 견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대만·남중국해 언급을 집중 조명하며, 지난달 16일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집중 거론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미·일 공동성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일 동맹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중 외교부는 아직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국익과 동북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한중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쳐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서도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협박을 받고 독약을 마시는 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왕젠 <중국중앙방송>(CCTV) 시사평론원은 “과거 한국은 중-미 관계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이 문제를 한국이 먼저 공동성명에 넣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평론원은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협정 폐기,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 쪽에 요청할 것이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만나서도 ‘위안부’와 강제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등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며 “결국 양쪽이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 받은 것”이라고 짚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저우융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신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상대적 중립성을 포기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쿼드’에 합류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한-미 정상 공동성명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연다” 선언

한국의 능력과 자율성 대폭 확장, 다양분야 공동협력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위상을 끌어 올렸다.  또 기후 변화, 코로나19 등 보건 대응,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 유지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는 미래 동맹으로 나아가는데 합의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 등으로 한국의 독자적 역량을 끌어 올린 뒤 이를 장차 중국을 견제하는데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라는 장으로 시작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문서에서 두 나라는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초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이런 인식 아래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하고, 양국이 안전하고 번영하고 역동적인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선 “한-미 관계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미래 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 간의 파트너십은 아세안이나 쿼드, 그리고 일본과의 3자 협력과 같은 협력을 통해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은 대중 정책 조율과 관련해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요소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문제를 거론하는 등 중국을 일정 부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이 핵심적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과 관련해 지난달 16일 미-일 공동성명에서 언급한대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 담긴 미-일의 성명과 달리 중국이란 국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을 압박해 쿼드 등 대중 연합 전선에 줄을 세우기보다, 한반도가 놓인 독특한 지정학적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회담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좀 더 강력한 대중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이 있었냐’는 취지의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압박은 없었다.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의 다음 장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에선 “기후, 글로벌 보건, 5G(5세대 통신) 및 6G(6세대 통신)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주 및 개발, 우리의 인적 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안보와 가치를 넘어 경제와 환경, 사회와 문화,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확장된 전지구적 동맹의 영역으로 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이런 변화를 “한-미 동맹의 신기원이 시작되는 것”이란 말로 표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 그와 함께 한국의 군사 주권과 대북 정책에 대한 자율성의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 변화가 1979년 이후 40여년 동안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제한해 온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기 결정이었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은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지침이 폐기되며, 한국은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800㎞’라는 미사일 사거리 상한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게 됐다. 이는 시야를 넓혀 보면, 한국이 직접 중국 베이징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이 확인한 싱가포르 공동성명뿐 아니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4월27일 판문점 선언까지 언급하며 “기존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데 필수적 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 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열린 소인수 회담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한-미 동맹을 이전보다 역할과 위상이 확장된 글로벌 동맹으로 끌어 올린다는 미국의 결의는 취임 뒤 두 번째 백악관에 초청하는 외국 정상으로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와 영국 보다 빠른 일정이다. 한-미 동맹을 미국의 아시아 내 이익을 지키는 미-일 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양 정상은 단독·소수·확대 회담으로 이어가며 모두 171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 회담을 했을 때 너무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 논의했기 때문에 제 스태프가 너무 오랜 시간을 대화하고 있다는 메모를 계속 보냈다”면서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높아진 전략적 위상만큼 한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 역시 커지게 됐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 선구매공약(AMC)에 대한 기여를 올해 내 상향하겠다고 했고,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등을 지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2억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나라 사람들의 미국으로 유입을 막기 위해, 이들 나라를 개발하는 협력 사업에 2억2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6월 영국 콘웰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다시 만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의장국 영국의 초청으로 문 대통령도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의 뜻도 밝혔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바이든 “대북접근 한국과 긴밀 조율할 것”… ‘대화의 문’ 열릴까
문 대통령 “북한의 긍정적 호응 기대” 성 김 대사 대북특별대표에
바이든 “북핵 문제에 환상 없어…비핵화 약속 없으면 김정은 안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 약속 없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이날 지명하며 대화의 문도 열어놨다. 두 정상은 이밖에 한국군 전체에 코로나19 백신 공급 등 백신 협력과 배터리·반도체 공급망 협력, 한-미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국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 문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한-미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함께 이룰 가장 시급한 공동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말 검토를 완료한 대북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며 “미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 남북관계 증진을 촉진해 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얼개를 자신의 입으로는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는 “우리 팀은 북한 검토 과정 전반에 걸쳐 문 대통령 팀과 긴밀하게 상의했으며, 우리 둘은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 두 국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가는 길에 긴장을 완화할 실용적 접근을 취하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외교적으로 관여할 뜻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 나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은 우리의 전략과 접근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조율해나가겠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한미대사 출신인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지명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런 노력들을 돕기 위해서 깊은 외교 전문성을 갖춘 직업 외교관 성 김 대사가 북한 특별대사로 일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으로 임명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등을 해왔다.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할 대북특별대표를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함으로써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약속을 하고, 정상급 아래 단계에서 사전 조율되기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능력 감축에 동의한다고 약속해야 만날 것’이라던 기존의 입장에 대한 질문에 “우리에 맞는 약속이 있어야 만날 것”이라며 “그 약속은 김 위원장의 핵 무기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단지 긴장 완화를 위한 수단이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한 아웃라인(개요)이 있고, 내 국무장관 등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협상하지 않은 상태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전임 4개 미 행정부가 실패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미국은 55만명의 한국군 전체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 없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답변을 이어받아 “한국에 (주한)미군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55만명의 육해공군이 있다”며 “우리는 미군과 정기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55만명의 한국 군인들에게 완전한 백신 접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처는 “그들(한국군) 뿐 아니라 미군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에 관한 포괄적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2000만회분을 6월 말 이전에 외국에 보내겠다고 말해 한국도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직접 제공은 한국군 55만명분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동맹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가로막아왔던 한-미 미사일 지침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협력이 종료됐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실질적 조처”라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지난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포기 압력을 받은 박정희 정부가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한-미는 지난해 7월까지 4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미사일 사거리를 800㎞ 이내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고,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풀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미사일지침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800㎞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군사용 탄도미사일의 추가 개발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한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및 로켓 개발에 대한 ‘완전한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전쟁 참전 영웅인 94살의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매우 특별하다. 감사드린다”며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지역내 협력

두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유지하고 대만해협에 걸친 평화와 안정을 보전하는 것과 같은 지역 안정에 핵심적인 문제들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다만 대만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공급망 · 기술 협력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해 첨단 신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미는 민간 우주탐사, 그린에너지 등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원전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 현대, 엘지, 에스케이를 언급하면서, 회견장에 참석한 이들 기업 주요 임원들을 향해 감사를 표하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에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4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증축에 총 17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했다.

엘지에너지 솔루션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약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도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7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투자액수를 합치면 무려 394억달러(약 44조4200억원)에 이른다. 길윤형 이완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공동취재단

 

한-미 정상,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 구축 · 미사일지침 종료 등 합의

문재인-바이든 공동성명 "판문점선언에 기초한 대화 필수적"

"북한 인권 개선에 협력…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 구성"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회담 후 이런 내용을 담은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공개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북아 안보와 관련해서는 "한미의 합동 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했고,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담았다.

또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로 평가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쿼드'에 대해 한미 정상은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미정상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과학자, 전문가 및 양국 정부 공무원으로 구성된 고위급 전문가 그룹을 발족할 것"이라며 국제 보건기구에 대한 기여 금액을 상향하겠다는 내용도 성명에 반영했다.

양 정상은 또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고,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협력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김정은 위원장 북한 비핵화 약속 있어야 만나"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임명

미, 한국군 55만명에 백신 지원…"한미동맹 차원 약속"

 

한미정상 공동회견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을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포괄적인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가진 백신개발 능력과 한국이 가진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결합해 백신 생산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백신을 전 세계에 더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도 태평양 지역의 백신공급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백신 생산 업체와 한국의 첨단기업 간 협력을 통해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군 55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한국군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만큼 양국 군대의 안전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역사를 보건분야로까지 확대한 뜻깊은 조치"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며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임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동시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목표에 대해 어떤 환상도 없다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역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뜻으로,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경제분야 협력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이번에 총 44조원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에 감사를 표하며 경제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해외 원전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 외국군에 코로나 백신 제공은 처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55만 명의 한국군 장병에게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군 전체에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군 전체를 대상으로 백신을 주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과 자국에서 승인한 백신 2천만 회분 등 총 8천만 도스를 6월 말까지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긴급 사용을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계열 얀센 백신 등 3종이며, AZ 백신은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어떤 백신이 한국군에 제공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상회담 나흘 전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승인 백신의 해외 지원 의사를 발표한 점에 비춰 미국 승인 백신이 지원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양국은 미국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하기로 했다고 양 정상이 전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기후 금융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긴장 완화하며 한반도비핵화 다가가기로"

자타공인 '북핵통' 성 김, '실용 접근' 바이든 대북특별대표로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 싱가포르 현지에서 실무협상 나서는 성 김 대사 [연합뉴스]

 

미 6자회담대표 등 대북 핵심보직 역임…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실무 총괄도

직책 영문명에 'DPRK' 들어가 북한에 일정한 존중 표시…한국정부에도 희소식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긴장을 완화하며 우리 모두 목표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다가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 현재의 상황 인식, 북한을 외교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얘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항상 대북 전략·접근에 있어 긴밀히 참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계인 성 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특별대표로 지명된 성 김(61)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자타공인 '북핵통'이다.

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대북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김 대행이 실용적 대북 접근에 중점을 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장기 교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하다가 김 대행의 대북특별대표 낙점을 깜짝 발표했다.

그는 김 대행을 깊은 정책적 전문성을 지닌 외교관으로 소개하면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대사로 재직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일해온 김 대행은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누구보다 깊게 관여해온 인사다.

2008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고 이어 2014년 10월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했다. 이어 2016년 11월까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다가 필리핀 대사로 옮겼다.

부시 전 행정부와 오바마 전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무차원에서 총괄해온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외교를 벌일 때도 김 대행의 역할이 컸다.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면서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합의문을 조율하는 등 북미대화의 진척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상 미 행정부 대북정책 역사 및 북한의 협상패턴을 꿰뚫고 있는 인사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탁을 발표하며 깊은 정책적 전문성을 배경으로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소개한 대북특별대표 직책 영문명에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어인 'DPRK'가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통상 북한을 지칭하는 'North Korea' 대신 'DPRK'를 직책에 명기, 협상 상대로서의 북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존중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겸임한 대북특별대표는 직책명에 DPRK 대신 'North Korea'가 들어갔다.

 

김 대행의 대북특별대표 발탁은 한국 정부에도 희소식이다. 대북협상 과정에서 셀 수 없이 소통을 진행했던 인사인데다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한층 원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 대행은 서울 태생으로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이민했다.

 

문 대통령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전한다"

 

공동기자회견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지난 1979년에 만들어졌으며, 그동안 4차례 개정을 통해 완화돼 왔다. 미사일지침은 한국의 미사일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등을 제한해 왔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뜻으로, 한국은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기자회견 하는 한미정상

 

문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연합방위태세를 더 강화하기로 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미사일주권' 42년만에 완전회복…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가능 

  문대통령 "미사일지침 종료"…'800km 이내' 사거리 제한 완전 해제

  1천km 이상 탄도미사일·SLBM 개발할 듯…미, 대중견제 포석 관측도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에 있어 '족쇄'로 여겨졌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전 해제로 '미사일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게 된 한국은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군사 정찰 위성을 수시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로켓 기술도 더욱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1979년 한미 합의로 미사일 지침이 설정된 이후 42년 만에 '완전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 족쇄와 같았던 '최대 800km 이내'로 설정된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사거리 1천~3천㎞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더 많다.

군과 정부가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게 된다.

 

사거리 1천km 탄도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2천km 이상이면 중국 내륙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4 개발에 성공한 만큼 이론상 탄두 중량을 줄이면 단시간 내 사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 중량은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러나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사거리가 2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군사위성 발사용 우주로켓 개발 등 우주군사력 관련 기술력 확보의 초석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작년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철폐되면서 고체연료 우주로켓 개발이 가능해졌다. 강력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통해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게 되면 미국은 직접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과 일본 등에 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반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 상한선을 늘리는 방향으로 차츰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되어 사거리 800km, 탄두 중량 2t의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가 개발됐다.

지난해 7월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면서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통한 독자 정찰위성 등 민간 우주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 개정에도 남아있던 사거리 제한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미사일 지침 해제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최근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지고 북한이 ICBM과 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사거리 제한 해제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반도체 · 배터리 · 의약품 공급망 구축 협력"

 

공동기자회견 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한미 양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해 첨단 신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미는 민간 우주탐사, 그린에너지 등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원전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일(현지시간) 미국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과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확대 정책에 화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시간 늘어난 한미정상회담…'대화 길다' 쪽지까지 들어가

문 대통령, 백악관서 5시간40분 머물며 바이든과 함께

150분 미일정상 보다 긴 회담시간…오찬은 생략

 

한미정상 확대회담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1일 첫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1시간을 훌쩍 넘긴 171분간 이어졌다. 백악관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단독회담,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당초 단독회담은 20분 예정이었으나 37분간,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인수회담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57분간, 1시간 정도 예상됐던 확대회담은 77분간 진행됐다.

 

각 회담이 다른 공간에서 이뤄지고 참석자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까지 포함하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2시 5분부터 5시 12분까지 3시간 넘게 회담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문 전체 시간은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5시간 40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외에도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 공동기자회견에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했다.

회담 시간이 길어진 것은 두 정상이 나서야 할 민감한 현안이 그만큼 쌓였음을 방증한다.

 

공동기자회견 하는 한미정상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협력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 협력 등 민감한 이슈들이 일제히 테이블 위에 올랐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와 같은 한미동맹 발전 방향도 포괄적으로 다뤄졌다.

 

여기에 두 정상이 처음 마주하는 만큼 신뢰와 친분을 쌓기 위한 시간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단독 및 소인수회담을 거론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 중이다'라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시간은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도 눈에 띄게 비교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일 정상 역시 단독·소인수·확대 회담 순으로 2시간 반에 걸쳐 대화했다. 한미 정상의 회담 시간이 30분가량 더 길었다고 할 수 있다. 백악관에 머문 시간을 따지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일 정상이 '햄버거 오찬'을 했던 것과 달리, 한미 정상은 오찬이나 만찬을 함께하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당시 2m 정도의 긴 테이블 끝에 각각 자리하는 이례적인 형식을 택했고, 스가 총리는 약 20분에 걸친 자리에서 햄버거는 손도 대지 않았다. 연합뉴스, 청와대 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한반도평화 확인" 바이든 "매우 유익한 대화"

한미 양국 정상 94분간 단독회담과 소인수 회담도 개최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한국은 미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확대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앞선 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로의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확대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94분간 단독회담과 소인수 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서로 문을 닫지 않고 방역을 도왔으며 관계를 유지했다. 반도체, 배터리를 비롯해 양국 기업의 성공적 협력사례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동아시아 경제 허브로의 협력 확대 등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세계는 미국의 복귀를 환영하며 그 어느 때 보다 미국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더 나은 미국을 강조하며 공동과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은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우리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적극 협력할 것이며 새로운 시대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코로나 극복과 국민 통합에서 성공을 거둬 세계 모범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며 "한미 양국은 70년 넘는 굳건한 동맹이며, 미국은 한국이 가장 힘들었을 때 도와주고 이끌어준 영원한 친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 이후 첫 순방지로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새 정부 인사들을 만나 매우 기쁘다"며 "오늘 만남에 이어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의 서울에서 대통령님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양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공통의 희생을 포함해 아주 오랜 기간 역사를 공유해 왔다"며 "양국 관계가 더 성숙해지고 여러 새로운 도전에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 및 소인수회담에 대해 "공통의 의제를 두고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스태프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 중이다'라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 후 만나는 두 번째 외국 정상이 문 대통령이라는 점을 거론한 뒤 "오늘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명예훈장을 주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그 자리에 끝까지 함께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대통령-바이든, 첫 정상회담 시작…북핵 등 논의

 

단상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2시 5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단독회담, 적은 인원만 배석하는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순으로 이어진다.

첫 순서인 단독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테라스에서 이뤄졌다. 두 정상은 가벼운 주제로 환담하며 친밀감과 신뢰를 다지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은 이어지는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에서 대북정책 공조 방안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반도체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 협력,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으며 방명록도 작성했다.

 

마스크 벗고 문 대통령 만난 바이든…'두 겹' 스가 때와 대조

한국전 영웅 퍼켓 대령 명예훈장 수여식…문 대통령과 거침없이 악수도

코로나 이전 수준 백악관 정상외교 연출…마스크 벗은 미국 자신감 표출

 

마스크 벗고 기념촬영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퍼켓 대령,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문재인 대통령을 맞아들였다.

지난달 16일 마스크를 두 겹 겹쳐 쓰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맞아들인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마스크를 벗은 미국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백악관에서의 정상외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국전쟁 영웅인 랠프 퍼켓 예비역 대령에게 미 육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수여식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한국전쟁에서 시작된 한미동맹의 각별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함께 공개석상에 선 순간이었다. 양 정상은 물론 이스트룸을 채운 60명의 참석자가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마스크를 쓴 이들이 일부 보이기는 했지만 대다수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거리두기 역시 따로 적용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의자를 거의 붙여 앉아 북적북적한 느낌을 줬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행사장에 등장한 문 대통령은 앞줄에서 기다리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차례로 악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휠체어를 탄 퍼켓 대령과 함께 입장했다. 명예훈장을 수여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 옆에 바짝 붙어 섰고 문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엄격한 방역수칙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인지 행사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하고 자유롭게 느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예훈장 수여식 소식을 들은 퍼켓 대령이 '웬 법석이냐. 우편으로 보내줄 수는 없나'라고 반응했다는 얘기를 전하며 웃었고 행사장에도 웃음이 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예훈장을 수여한 뒤 퍼켓 대령의 두 손을 붙잡고 귀엣말을 하기도 했다. 가족을 다 앞으로 불러내고는 문 대통령까지 불러 양 정상이 대령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축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런 장면은 스가 총리의 백악관 방문 때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당시에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유지될 때라 공식 회담 및 공동 회견 이외의 행사 자체가 잡히지 않았다.

당시 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두 겹의 마스크를 겹쳐 쓰고 등장했다. 방역 수칙 자체가 워낙 강력해 분위기 역시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아들인 건 처음이다. 백신 접종 확대로 접종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코로나19로 제한이 심했던 미국의 외교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물씬 풍겼다.

            지난 4월 16일 두 겹 마스크 쓰고 스가 총리 만난 바이든 대통령 [교도=연합뉴스]

 

문 대통령, 한국전 노병 최고예우…"미용사의 힘으로 한국 번영“

 

첫 공동일정은 명예훈장 수여식…문대통령, 외국 정상으론 첫 참석

 

문 대통령, 훈장수여 가족과 기념촬영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94세인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였다.

미국 대통령이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도 취임 후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한국전 영웅에게 명예훈장을 주는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한목소리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한미 동맹은 미군과 한국군의 희생과 용기로 만들어졌다"며 "문 대통령을 모신 것은 양국이 함께 이룬 성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미국 참전 용사의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번영을 이뤘다"면서 "영웅들의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 됐다"고 밝혔다.

중위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 25∼26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중공군에 맞서 활약했다고 백악관이 설명했다.

당시 퍼켓 중위는 미 육군 특수부대인 제8 레인저 중대를 이끌다가 공격을 받자 가까운 탱크에 올라 최전선으로 이동했고, 부하들을 독려하며 205고지 점령을 이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전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한미 양국 군은 3배나 많은 중공군에 맞섰다"고 강조했다. 갈등 일로인 현재의 미중 관계와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그의 가족들을 단상으로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축하를 건넸다.

이어진 기념촬영 시간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도 올라와 같이 사진을 찍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호응해 단상으로 올라갔다. 모두 파란색 넥타이를 맨 한미 정상은 휠체어에 앉은 퍼켓 대령의 양옆에 무릎을 꿇고 촬영에 임했다.

 

2차 접종 마친 문 대통령-해리스 부통령, ‘마스크 없이’ 만났다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전 접견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마스크를 벗고 맨손으로 악수를 나눴다. 백신 접종률이 48%(1차 접종기준)에 이른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이란 중요 외교 무대를 활용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이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1시간13분 동안 접견하고 한-미 동맹의 발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지역 및 전세계 협력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목을 끈 것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두 인사가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접견을 하기 전 행정동 발코니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 정부의 달라진 거리두기 지침 때문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선 13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나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정신은 지난 70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피 흘리며 싸운 한-미 동맹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 코로나 극복과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양국의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스가 일본 총리에 이어 문 대통령이 두번째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 테라스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님은 그동안 민주주의와 여성,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면서 “부통령 취임 당시 에스엔에스(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 진주목걸이 캠페인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각별한 관심을 내비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다. 취임식 당시 많은 미국 여성들이 백인과 남성 중심의 강고한 ‘유리천장’을 깬 그를 축하하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차별과 유리천장을 앞장서서 극복해온 부통령님에 대한 애정과 지지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통역에 귀를 기울이던 해리스 부통령은 기쁘게 웃으며 반겼다.

 

한편, 청와대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미 3개국 출신 이민자 문제였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지원과 역할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심각한 빈곤을 줄이기 위한 개발사업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응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뒤 바이든 대통령한테서 멕시코와의 접경지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당부한 것은 미국 내 한국 동포사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었다. 한-미는 이번 만남을 통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범죄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해리스 부통령·펠로시 하원의장 등 만남
미 이민자 문제 해법 협력도 논의
펠로시 의장 “위안부 문제, 정의 실현 보고 싶다”

 

재임 중 네번째로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여성 부통령, 여성 하원의장 등과 만나 ‘이민자’ ‘여성’ 등 소수자와 관련한 폭넓은 논의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백인 남성 대통령-부통령을 만났던 것과 달리, 미국의 ‘다양성’과 마주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서 미국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의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2007년 미 하원에 위안부 결의를 낸 바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이날 발언은 ‘전쟁범죄에 유린된 인권의 문제’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말씀을 주고받고 하는 중에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한테서 받은 연하장을 꺼내들고 “아주 예뻐서 간직하고 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글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의 앤디 김(뉴저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한국명 순자·워싱턴),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박은주·캘리포니아), 영 김(김영옥·캘리포니아) 등 한국계 하원의원 ‘4인방’도 모두 참석했다.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해서 화제를 모았던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의원이 되어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게 되어 매우 감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앤디 김 의원은 “부모님께서 50년 전 가난한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을 왔다. 이제 하원의원이 돼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나니 매우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앤디 김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고 스트리클런드, 스틸, 영 김 의원이 처음 당선되면서 미국 의회의 한국계 의원은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여성 하원의장과 여성 부통령을 차례로 만난 문 대통령은 22일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추기경에 임명된 윌턴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할 예정이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코로나 바이러스 이기는데 한미동맹이 모범될 것”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간담회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 하원 지도부를 만나 “한미 간의 대화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양국 협력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 있는 미 의사당 2층 하원의장실 앞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 등의 환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이 인류의 연대와 협력에 있듯 더 나은 미래도 국경을 넘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70년간 다져온 한미동맹이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한미관계는 사실 안보의 관계지만 그것 외에도 굉장히 깊은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오늘 대통령께서 안보라든가 기타 등등에 대해서 해 주실 말씀에 대해서 많이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기후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데, 양국 간에 어떤 노력을 함께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팬데믹을 퇴치하는 것 등등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민주주의의 바탕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고, 한국이 어려울 때 언제나 함께해 준 미 의회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코로나 극복,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되고, 그 과정에서 양국은 긴밀하게 공조해왔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한미 간에 갖게 됐으며 나로서도 코로나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의회를 대표해서 대통령님의 방미를 초당적으로 환영하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한미 간 뿐 아니라 남북 간에도 국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은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결의를 낸 바 있고, 아베 전 총리를 만났을 때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면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위안부 결의 관련 발언은) 하원의장께서 (문 대통령과) 말씀을 주고받고 하는 중에 중간에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국계 의원인 앤디 킴 하원의원은 “부모님께서 50년 전 가난한 한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하원의원이 되어 대한민국 대통령을 의사당에서 만나니 매우 감격스럽다. 한미관계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관계 차원이 아니라 한국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방미 첫 일정, 알링턴 국립묘지 찾아 헌화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에 앞서 헌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을 시작으로 사흘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코로나19 백신과 한반도 평화 방안, 반도체·배터리 첨단기술 협업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대면 만남이자, 문 대통령으로선 열번째 한-미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21발의 예포 속에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피로 맺어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한-미 동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군유해발굴단이 발굴한 한국전 참전 미군 군복 단추, 배지 등을 활용해 만든 기념패를 알링턴 국립묘지에 기증했다.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전시관에서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워싱턴에 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부흥의 시기로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당시와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진행했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에는 미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두 나라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정책 등 막바지 의제 조율에 들어갔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뼈대를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는 조정 여지를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보유한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뜻을 밝히면서 한국의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 구상도 이번 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루즈벨트 기념관 깜짝 방문…“루즈벨트 본받아 한국판 뉴딜”

출국 전 안알리고 현지에서 추가해 방문 ‘제2 뉴딜’ 바이든 맞춤형 일정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하는 사흘간의 일정 곳곳에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행사를 채워 넣었다. 출국 전엔 알리지 않았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 방문도 깜짝 일정으로 추가했다.

미국이 강조해온 자유·인권 등 가치 동맹에 한국이 그동안 함께 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적극 나서며 ‘제2의 루즈벨트’로 평가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백악관에서 첫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20일 오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무명용사의 묘소 참배로 시작됐다. 무명용사의 묘는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 등에서 전사한 미군 무명용사들이 안치된 곳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식 뒤 버락 오바마·조지 부시·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와 함께 가장 먼저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묘에서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미군들에 대해 재차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피로 맺어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한미동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명 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도 기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며 ‘혈맹’을 확인하는 행사를 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날,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미국 최고 영예를 수여해 견고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해 루스벨트 대통령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현지에서 추가한 루즈벨트 기념관 행사는 바이든 대통령 ‘맞춤’ 일정이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920년대 세계 경제를 덮친 대공황 당시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실업자 구제와 노동권 존중, 사회보장제도 도입 등 뉴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뒤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교육·복지 지원 등을 담은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 추진과 함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제2의 뉴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 시스템과 기준을 도입하고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내 경제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부흥의 시기로 이끌었다”며 “코로나19로 당시와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진행했던 정책들을 본받아 한국판 뉴딜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건립되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벽’ 착공식에 참석하는 것도 ‘혈맹 행사’의 일환이다.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벽에는 한국전에서 희생된 3만6574명의 미군과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미국 의회는 2016년 10월 추모의 벽 건립 관련법을 통과시켰고, 한국 국회도 같은해 11월 건립 지원 촉구 결의안을 내는 등 한미동맹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의 벽’은 미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전쟁 억지의 의지를 다지기에도 의미 있는 장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7년 당시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 한번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정말로 우려했다”면서 “하노이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실패 토대 뒤에서 서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나간다면 나는 양측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쟁을 피하고 머리를 맞대는 것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이곳을 찾기에 앞서,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북핵 해법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 오전 워싱턴에서 월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방미 일정 가운데 미국 천주교의 고위 인사인 추기경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경색된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 가톨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노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했을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한 바 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