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빗줄기에도 관록으로 실점 최소화…11-2로 앞선 6회 교체
클리블랜드 상대로 역투하는 류현진 [AP=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악천후를 극복하고 시즌 5승 달성을 앞뒀다.
류현진은 28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치른 미국프로야구(MLB) 방문 경기에 시즌 10번째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뽑아내며 4피안타 2실점 했다.
공 91개를 던진 류현진은 11-2로 크게 앞선 6회 마운드를 트렌트 손튼에게 넘겼다. 토론토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이기면 류현진은 열흘 만에 승리를 따내 시즌 5승째를 거둔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53에서 2.62로 약간 올랐다.
류현진은 처음 서는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5월 말 같지 않은 쌀쌀한 날씨와 맞닥뜨렸다.
MLB닷컴의 게임 데이를 보면, 프로그레시브필드에는 경기 시작 무렵 외야에서 홈 쪽으로 초속 11.18m의 강풍이 불었다. 마운드에 선 류현진의 유니폼 상·하의가 바람에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경기 전부터 잔뜩 흐린 날씨에 온도는 섭씨 10도에 불과했다. 강풍에 체감 온도는 한 자릿수였다.
테리 프랭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을 비롯한 클리블랜드 코치들은 늦가을 또는 초겨울용 점퍼를 입었다. 경기 중에는 빗방울마저 떨어졌다.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류현진은 1회에만 공을 32개나 던지며 제구에 고전했다.
류현진은 톱타자 세사르 에르난데스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1사 후 호세 라미레스에게 좌전 안타, 아롤드 라미레스에게 볼넷을 거푸 허용해 만루에 몰렸다.
류현진은 통산 만루 홈런을 4개나 친 에디 로사리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점을 줬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오웬 밀러를 삼진으로 낚아 한숨을 돌렸지만, 다시 조시 네일러에게 볼넷을 내줬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볼넷을 2개 허용했다. 캐나다 중계진은 이런 날씨에선 류현진이 장기인 체인지업을 제대로 던질 수 없다고 평했다.
2사 만루 고비에서 류현진은 대만 출신 오른손 타자 장위청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겨우 이닝을 끝냈다.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처음으로 등판한 류현진 [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타선의 지원으로 2-2 동점을 이룬 2회 류현진은 삼진 2개를 뽑아내며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하고 안정을 찾아갔다.
6-2로 전세를 뒤집은 3회 이후부터는 류현진의 생각대로 경기가 풀렸다.
류현진은 3∼4회 공 25개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뒤 클리블랜드 타선을 세 번째로 만난 5회에도 삼자범퇴로 막는 등 3회 5번 타자 에디 로사리오부터 8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는 관록을 뽐냈다.
토론토는 2회초 안타 2개로 엮은 1사 1, 3루에서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땅볼로 1점을 따라붙고 이어진 2사 2루에서 대니 잰슨의 좌중간 2루타로 2-2 동점을 이뤘다.
클리블랜드 중견수 아롤드 라미레스가 강풍에 낙구 지점을 잘못 판단한 덕분에 나온 행운의 2루타였다.
2점 홈런 치고 득점하는 조 패닉(오른쪽)[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토론토는 3회 2사 3루에서 랜덜 그리칙의 우중간 2루타, 로우르데스 구리엘의 좌월 2루타, 조 패닉의 우월 투런 홈런 등 3연속 장타로 4점을 뽑아 류현진을 화끈하게 지원했다.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 엘리 모건은 토론토의 방망이를 견디지 못했다.
토론토는 6-2로 앞선 5회 2루타 2방 포함 연속 4안타로 3점을 보태고 6회에도 에스피날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해 11-2로 클리블랜드를 멀리 밀어냈다.
'진화하는 괴물' 류현진 '10번째 등판 징크스'도 깼다
시즌 10번째 경기마다 '뭇매'…올해엔 1회 난조·악천후 극복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01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뒤 승승장구했다.
어깨를 수술하고 재활한 2015∼2016시즌을 제외하면, 류현진은 항상 최고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류현진은 한 시즌에 한두 번씩은 크게 흔들렸다.
밸런스, 체력,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난타당하는 경기가 있었다.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류현진은 유독 비슷한 시점에 이런 모습을 보였다.
시즌 개막 후 10번째 경기를 전후해서 그랬다.
류현진은 MLB 데뷔 2년 차였던 2014년 6월 1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으로 선발 등판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았다.
그해 시즌 10번째로 등판한 무대였고, 2014년 출전한 26경기 중 안타를 가장 많이 허용했다.
어깨 수술 후 복귀한 2017년에도 그랬다.
시즌 10번째 등판 경기였던 6월 6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경기에서 7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피안타 7개, 4실점 해 패전 투수가 됐다.
11번째 경기였던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선 4이닝 동안 무려 3개의 홈런을 내주며 조기 강판했다.
2018년엔 10번째 경기에서 호투했지만, 9번째 경기와 11번째 경기에서 크게 흔들렸다.
9번째 경기였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5⅔이닝 동안 11개 안타를 얻어맞았고, 11번째 경기인 뉴욕 메츠전에서 6이닝 동안 10개 안타를 허용했다.
MLB 평균자책점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19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5월 26일 피츠버그와 원정경기에서 6이닝 10피안타로 흔들렸다.
2019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이다. 이 역시 시즌 10번째 경기였다.
토론토로 이적한 지난 시즌,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로 선정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0번째 경기인 9월 14일 메츠전에선 6이닝 동안 안타 8개를 허용했다.
2020시즌 출전 경기 중 두 번째로 많은 안타를 내줬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13년을 제외하면 매년 10번째 등판 경기 즈음 난타를 당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긴 어렵다. 체력 문제일 수도, 리듬 문제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비슷한 패턴이 매년 계속됐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2021년에도 10번째 등판 경기 징크스를 겪는 듯했다.
그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 경기에 올 시즌 10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투구 환경은 최악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체감온도가 영상 4도에 불과할 정도로 쌀쌀했다.
류현진은 1회, 여지없이 무너졌다.
손이 얼어붙어 제구가 흔들렸다. 구속도 평소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그는 1회에만 안타 3개, 볼넷 2개를 내주며 2실점 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이 단 1개뿐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1이닝에만 볼넷을 2개나 내줬다.
그러나 류현진은 최악의 환경에서 징크스를 멋지게 깨버렸다.
2회 마운드에 올라선 류현진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삼자 범퇴로 상대 타선을 묶더니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완벽한 모습을 뽐냈다. 류현진다웠다.
이날 최종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탈삼진 6개 2실점이었다.
류현진은 다시 한번 진화했다.
[표] 류현진 MLB 진출 후 시즌 10번째 등판 경기 성적
년도 | 일자 | 상대 | 성적 | 비고 |
2013 | 5월 23일 | 밀워키 | 7⅓이닝 6피안타 1홈런 | |
2014 | 6월 1일 | 피츠버그 | 6이닝 10피안타 | 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
2017 | 6월 6일 | 워싱턴 | 7이닝 7피안타 1홈런 | 11번째 경기에서 4이닝 3피홈런 |
2018 | 9월 1일 | 애리조나 | 7이닝 4피안타 | 9번째 경기에서 5⅔이닝 11피안타, 11번째 경기에서 6이닝 10피안타 |
2019 | 5월 26일 | 피츠버그 | 6이닝 10피안타 | 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
2020 | 9월 14일 | 메츠 | 6이닝 8피안타 | 시즌 한 경기 두 번째로 많은 피안타 |
※ 2015-2016시즌은 어깨 부상으로 10경기 미만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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