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서 60 대 59로 반네나탸후 연정 승인
네타냐후 12년 연속 · 15년 집권 종지부
이스라엘에서 새 연정 구성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15년 장기집권이 끝날 것이 거의 확실해진 12일(현지시각), 예루살렘 네타냐후의 거처 앞에서 시위대가 축하의 건배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을 끝내는 연정이 드디어 출범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13일 야미나당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를 수반으로 하는 새로운 연립정부안을 승인했다. 120명의 의원 중 60명이 찬성했고, 5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연정에 동참한 아랍계 정당 라암에서 의원 한 명이 지지를 철회했으나 반대표가 아닌 기권을 행사함으로써 연정이 승인됐다.
이로써 최근 12년 동안 연속 집권 등 모두 15년 동안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집권을 한 네타냐후가 총리직에 물러나게 됐다. 이스라엘은 최근 2년 동안 모두 4차례의 총선을 치른 끝에 새로운 정부를 출범할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는 장기집권 기간 동안 강경우파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2019년 4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의회 과반 세력 확보에 잇따라 실패하며, 이스라엘은 3차례나 더 총선을 치렀다.
지난 3월 치러진 총선 뒤 극우 야미나당이 반네타냐후에 가담함으로써, 60석 이상을 확보해 이번에 연정이 성사됐다. 이번 연정을 성사시킨 야미나당(6석) 베네트 대표는 정부 임기의 전반부인 2023년 9월까지 총리를 맡는다. 이번 연정을 주도한 제2당인 예시아티드당(17석)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임기 후반부 총리가 된다.
이번 연정은 중도인 예시아티드를 중심으로 좌파 성향의 노동당에서부터 극우인 야미나에다, 이스라엘 정부 사상 처음으로 아랍계 이슬람주의 정당인 라암까지 8개 정당이 참여했다. 이념적 공통성보다는 ‘반네타냐후’만이 공통분모인데다, 단 1석 차이로 의회 과반 의석을 넘겨, 도중에 붕괴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총리직에서 물러났으나, 제1당인 리투드당(30석)의 대표로서 야권을 이끄는 지도자로 여전히 남는다. 그는 이번 연정에 참여하는 우파 성향 의원들을 대상으로 빼내기 작업을 집요하게 벌여왔고, 정부 출범 뒤에도 연정 붕괴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타냐후가 총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의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스라엘 의회 의사당과 총리 관저 밖 등 텔아비브 시내 곳곳에서는 전날부터 반네타냐후 시위대들이 모여, 네타냐후의 퇴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네타냐후의 퇴진이 확정되자, 시위대들은 대대적인 축하 집회를 열었다.
이스라엘 새 총리 “이란 핵 안돼”…강경기조 불변 재확인
중도·아랍계도 참여한 ‘연정’ 출범
‘극우’ 베네트 총리, 먼저 2년 재임
“이란 핵 협상 재개는 실수” 포문
팔레스타인 공세는 수위 조절
연정 손잡은 아랍계 의식한듯
미국·아랍국 관계 개선 의지도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의회에서 새 연정의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오른쪽)가 12년 만에 물러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연속 12년, 총 15년에 걸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을 끝내는 연정이 드디어 출범했다. 그러나 새 연립정부의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란의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네타냐후표’ 대외정책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스라엘 의회는 13일 극우 성향 야미나당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를 수반으로 하는 새로운 연립정부안을 승인했다. 120명의 의원 중 60명이 찬성했고, 5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연정에 동참한 아랍계 정당 라암에서 의원 한명이 지지를 철회했으나, 반대표가 아닌 기권을 행사함으로써 연정이 승인됐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최근 2년 동안 모두 4차례의 총선을 치른 끝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베네트가 2023년 8월까지 먼저 총리를 맡고, 이후 2년은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한다.
13일 현지 <하레츠> 등 보도를 보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한 새 연정의 총리가 된 베네트는 이란에 대한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동 유일의 비공식 핵 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을 ‘최대 적’으로 규정하고 이란의 핵 보유를 막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베네트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정권 중 하나를 합법화하는 실수”라고 말했다. 그동안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강경책을 주장했던 베네트는 이날 연설에서 수위를 낮췄다. 베네트는 “이스라엘은 우리가 소유한 영토에 대한 권리를 기억하고 세계에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며 “남쪽(가자지구)의 휴전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의 길을 다시 택한다면 (하마스는) 강철 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수위 조절은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 라암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베네트가 팔레스타인 병합 등을 앞세울 경우 아랍계 정당 라암의 반발을 사, 연정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 아울러 최근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베네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 민주당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네타냐후 전 총리와 달리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 모두와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새 연정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베네트는 “새 연정은 이스라엘의 아랍계 시민들과 국가 사이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가 한 역할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수교를 맺었다. 최현준 기자, 정의길 기자
밀려난 네타냐후…‘팔레스타인 초강경 압박’ 15년 최장수 총리
이스라엘 ‘무지개연정’에 밀려나
이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앞쪽)가 13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개의를 기다리며, 후임 총리로 지명된 나프탈리 베네트(뒤쪽) 앞줄에 앉아 마스크를 고쳐 매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13일 물러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네차례 선거에서 승리하고 다섯 차례 총리직을 수행하는 등 모두 15년 동안(12년 연속 포함) 집권한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였다.
그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한 것은 스스로 아랍계 적대세력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인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비비시>(BBC)가 분석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보수 정치인이다.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해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협상을 추진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네타냐후는 194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63년 역사학자이자 시온주의 활동가인 아버지 벤지온이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되자 미국으로 이주했다. 18살 때 이스라엘로 돌아가 5년간 특수부대 장교로 복무하며 1968년 베이루트 공항 공습과 1973년 중동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학업을 마쳤다.
그의 형 요나탄은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팔레스타인 조직에 피납된 항공기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
네타냐후는 1982년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의 외교관으로 공직을 시작했으며, 1984년엔 유엔 주재 대사가 됐다. 1988년 리쿠드당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으며, 1993년 당대표가 됐다. 그는 오슬로 평화협정을 추진한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극우파에 암살당하자 1996년 43살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됐다.
그는 애초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이스라엘군의 추가 철수 등을 담은 오슬로 평화협정에 반대했으나, 막상 총리가 된 뒤엔 미국의 압력에 따라 협정을 받아들였다.
1999년 선거 패배로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준 뒤엔 정계를 은퇴했다. 그러나 2001년 리쿠드당의 선거 승리로 아리엘 샤론 총리가 집권하자, 정계에 복귀해 외교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2005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에 항의하며 사임한 뒤 리쿠드당의 대표가 되어 치른 2009년 선거에서 승리해 두번째 총리가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3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후임 총리로 지명된 나프탈리 베네트와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네타냐후는 총리 취임 직후 평화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비무장 상태로 남고 이스라엘을 유대국가로 공식 인정하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팔레스타인의 거부로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의 재임 기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12년, 2014년, 2021년 대규모 무력 충돌을 벌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지만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2016년 이후엔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다 2019년 11월 기소됐고, 지난해 5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출두했다. 그럼에도 2년 동안 잇따라 열린 네차례 총선에서 살아남는 ‘불굴의 생존력’을 보였지만, ‘무지개 연정’ 출범으로 결국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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