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 개정 움직임에 "사회 무너뜨릴 것" 반발 나와
"애 DNA 검사하냐" vs "그런 시각 자체가 가부장적"
찬성진영은 인권·평등 강조…반대론자들은 전통에 호소
남아공의 여성들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일처다부제 법제화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이미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만큼 성평등 차원에서 일처다부제도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독교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부가 일처다부제를 합법화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뒤 보수 진영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는 여론 수렴을 위해 정부 견해를 담아 발표하는 문서인 녹서(Green Paper)를 통해 일처다부제 법제화 추진 입장을 밝혔다.
이는 1994년 백인 소수 정권이 끝난 뒤로 혼인법과 관련한 가장 큰 개정 움직임에 해당한다.
남아공 정부는 이번 문서에 일처다부제뿐만 아니라 무슬림(이슬람교도)과 힌두교도, 유대교도, 라스타파리아니즘 결혼 역시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을 가진 곳 중 하나로, 동성결혼은 물론 일부다처제 역시 수용하고 있다.
정부의 법 개정 추진에 관련 커뮤니티는 환영하고 있지만, 성직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야당인 아프리카 기독민주당(ACDP)의 대표인 목사 케네스 메스호에는 "일처다부제가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남성이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아닌 저 남자와 보내고 있다'고 말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후 두 남성 간 갈등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알-자마 당의 대표 역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누가 아버지인지 알기 위해서는 DNA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인이자 리얼리티 TV 쇼 출연자로, 4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무사 음셀레쿠는 평등의 원칙이 너무 지나친 수준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 포함돼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가 달라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묻자 그는 "(4명의 아내를 둔) 내 결혼 때문에 위선자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침묵하는 것보다는 얘기하겠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일처다부제가) 아프리카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콜리스 마초코 교수는 BBC에 케냐와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일처다부제 관례가 있었고, 가봉에서는 현재도 법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독교와 식민지화가 (아프리카에) 도착하면서 여성의 역할은 축소됐다"면서 "더는 평등은 없으며, 결혼은 계층을 나누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초코 교수는 일처다부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의 정확한 신원을 둘러싼 걱정 자체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에 대한 문제는 간단하다. 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집안의 아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 권리를 위한 로펌인 '여성의 법 센터'는 "(정부의 이번) 녹서는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견해에 도전한다고 해서 법 개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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