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인 김건희 "제가 쥴리? 그럴 시간도 이유도 없는 사람" 주장

'유부남 검사와 동거' 소문에 "친구들과 모여 살았었다"

 인터넷매체 인터뷰서 의혹 부인…윤석열은 "한번 챙겨보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한 자리에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30일 자신의 과거를 둘러싼 '접대부설', '유부남 동거설' 등의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전날 윤 전 총장의 대권도전 직후 이뤄져 이날 보도된 신생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김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접대부로 일하며 검사들을 알게 됐고, 윤 전 총장도 만났다는 일부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김 씨는 "저는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인 사람"이라며 "그래서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며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사실관계가)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제가 쥴리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자신이 윤 전 총장을 만나기에 앞서 과거 유부남 검사와 동거를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제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며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 검사는 바본가"라며 "그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동거하던 검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출입국 기록이 삭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기자의 확인 요청에) 할 수 있으면 한 번 지워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자꾸 마타도어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래선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제가 공무원 부인으로 한 9년 살아봤는데, 이런 거짓에 너무 놀아나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과 진실은 반드시 있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자꾸만 이긴다"며 "그래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을 방문한 뒤 이같은 김 씨의 인터뷰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침에 제가 일찍 행사를 나오느라 (못 봤다)"며 "한번 챙겨보겠다"고만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개설한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애처가'로 소개했다.

 

윤석열 처가 리스크 파고든 여권…"장모 바보"·"부인재산 출처 증명"

 '도리도리 고개짓' 비판도…"검증 불안감의 발로·굉장히 불안정, 준비안돼"

 정청래, 김건희씨 '쥴리 의혹' 반박에 "자충수, '안철수 하책' 전철 밟을 것"

 

더불어민주당은 대권행보를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검증대에 올리며 연이어 맹공을 이어갔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을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파상공세를 가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30일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아직 정치인으로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본격 검증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평가될지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면에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부인의 회사에 협찬사가 많이 늘어났던 부분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윤 전 총장의 뇌물죄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장모 바보 윤석열의 텅 빈 출사표"라며" "검언유착 의심 발언을 반복하는 윤석열 씨를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장모 최순실'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대권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후보는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주변 친인척, 친구 관계 등이 다 깨끗해야 된다"며 "부인의 소득 출처에 대해 증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인터뷰에서 자신이 '쥴리'라는 예명으로 접대부로 일했다는 시중의 소문을 반박한 것에 대해 "자충수로, 사람들은 앞으로 쥴리 찾아 삼천리를 떠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제가 갑철수 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한 안철수(국민의당 대표)의 바보같은 토론방식은 프레임 전쟁에서 대패를 자초했다"며 "윤석열씨 부인이 쥴리를 언급한 것은 대응책 치고 하책 중의 하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자질을 도마 위에 올리며 윤 전 총장의 오랜 습관인 '도리도리' 고갯짓에 대한 냉소 섞인 지적도 쏟아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범이 내려온다고 해서 봤더니 새끼 고양이였다"며 "시대정신 부재, 구체적인 비전 없음으로 인한 불안감, 가족 비리와 'X파일' 검증에 따른 불안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릴까 하는 불안감이 만든 현란한 머리 돌림을 보여줬을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어제 보면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 자신감 없이 고개를 계속 돌리면서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전날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정면 겨냥,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일갈한데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일본군에 희생된 동학농민군을 위로하는 노래를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을 대변하는 소재로 이용했다"며 "천박한 역사 왜곡 의식에 유감을 표명한다. 동학농민군과 전봉준 장군에 대한 모욕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내는 뇌물성 협찬 · 주가조작 의혹

장모는 사문서 위조 · 부정수급 혐의

수뢰 혐의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 변호사 소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엑스(X)파일’에 관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유통하면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은 본격 검증의 시간도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엑스파일’이 아니더라도 이제 자신과 가족, 측근을 두고 제기된 다양한 의혹에 관해 직접 설명해야 한다.

 

■ 수사·재판…‘넘어야 할 산’ 여럿

 

첫번째로 넘어야 할 관문은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이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아무개씨 사건 등과 관련해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적용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수사·재판 결과는 ‘정치 초행길’ 자체를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윤 전 총장 본인 및 가족·측근 관련 사건은 모두 7건이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각각 3건과 2건이고, 법원에서도 장모 최씨의 재판 2건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와 측근이 연루된 의혹 3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들로, 윤 전 총장은 현직일 때 이 사건들 지휘에서 배제됐다. 김오수 현 검찰총장도 보고를 받지 않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정용환)가 맡은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은 김씨가 대표인 이곳의 대기업 협찬사가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뒤 4곳에서 16곳으로 급증한 배경에 관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보험용’이나 뇌물성 협찬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업체 사무실과 협찬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수사팀은 이후 기업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협찬 기업에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0~2011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 김씨가 돈을 댔다는 의혹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경찰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지난해 2월 <뉴스타파>가 경찰 내사보고서 등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사건이 재점화됐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서정민)가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서장은 2013년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도피했다가 타이에서 체포돼 송환됐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금품수수는 인정되지만 대가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서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은 그에게 변호인을 소개하고 무혐의 처분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 도피자가 강제 송환 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 검찰 안팎에서는 ‘가족 사건보다 윤 전 서장 사건이 더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 본인을 둘러싼 의혹도 수사 결과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관련 수사 방해 의혹’ 등 시민단체 고발 사건의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 수사의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 지난해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주지 않아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문제에 대한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또다른 ‘약한 고리’는 장모 최씨다. 최씨는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에 350억여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2006년 경기 양평군 아파트 분양 사업 과정에서 사들인 농지를 자식들에게 헐값에 되팔아 농지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도 사고 있다. 또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최씨는 부인하지만, 검찰은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것이 명백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7월2일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 병역면제, 보수언론 사주 회동도 논란 가능성

 

병역 면제 문제도 다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1982년 신체검사에서 좌우 시력 각각 0.8, 0.1로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인사청문회 때 야당이 고교 생활기록부와 공직자 임용 건강검진 시력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2019년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주와 ‘비밀 회동’을 한 점도 논란거리다. 그가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을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방정오 티브이조선 전 대표 횡령·배임 의혹 고발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2018년 중앙일보 홍석현 사주를 만났을 때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검찰에 고발한 날과 겹친다. 홍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이를 두고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금하는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현수 옥기원 기자

 

윤석열 ‘정치 중립’ 깨고 대선 직행…“국민 판단할 문제” 합리화

 

대선 출마 선언…검찰 중립성 훼손 지적 받자 구차한 변병

“총장이 선출직 안나서는 관행 의미있지만 절대 원칙 아냐”

 재임중 수사 따가운 비판엔 “모든 사건 절차·원칙 따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자신의 대선 출마에 따른 검찰의 중립성 훼손 지적에 대해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출마로 검찰 독립성 훼손된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최고 지휘자인 총장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여망을 제가 외면할 수 없고, 제 혼신을 다해서 이 일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며 “일반적으로 관행상 하지 않아 왔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국민이 기대하고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선으로 직행하는 데 따른 검찰의 중립성 훼손 비판에 ‘정권교체’ 열망을 명분으로 방어막을 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이런 주장은 자신의 정치 참여를 편의적으로 합리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이 선출직으로 직행하는 걸 불문율로 여겨온 관행을 ‘의미는 있으나 절대적 원칙은 아니다’라고 단순화한 뒤 정권교체의 열망을 실현하려는 자신을 특별한 인물로 규정하고,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중립성 훼손은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당장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로 재임 시절 진행한 수사가 정치적 야망 실현을 위해 진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혹자는 정치를 하기 위해 그런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모든 사건이 다수의 국민과 단체들이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을 전후해 윤 전 총장이 청와대 쪽에 연락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하며 “조국만 도려내겠다”고 했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청와대 관계자와 누구만 도려내겠다고 하거나 사모펀드 운운한 사실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수사 착수가 압수수색으로 시작이 됐는데 압수수색을 미리 예고하는 시그널을 준다는 건 수사의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주장과 달리 그의 선택이 오랜 노력 끝에 확보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 재임 시절 행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라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정권이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을 일을 잘할 사람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자리를 주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윤석열 “X파일 아직 못봤지만 출처 불명의 마타도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족 관련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엑스(X)파일’에 대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오후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선 엑스파일 정치권 공세에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문건을 아직 보진 못했다”면서 “국민 앞에 공직자로, 그것도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통하면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아무개씨가 기소된 사건 등에 대해선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적용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하 관련 질의에 대한 일문일답.

 

•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모가 누구한테 십원 한장 피해 준 적 없다’는 발언이 기사화된 적 있다. 발언이 어떻게 나온 건지, 수사와 재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직 검찰총장이자 유력 주자로서 부적절하단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법 적용엔 전혀 예외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했다.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와 위치에 있든 간에 수사와 재판 법 적용에 있어선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 변함없다. 총장 시절 강조했습니다만, 법 집행이라고 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정 절차가 담보돼야 하고, 공정 절차에 따른 법 집행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 윤석열 엑스파일 관련해 정치권 공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접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직접 이 문건 확인했나.

 

“아직 문건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국민 앞에 공직자, 그것도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저는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서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게 어떤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막 유포를 한다면 이건 국민들께서 다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제 국정수행 능력이나 또 저의 도덕성과 관련해서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저에게 제시하시면 제가 국민들이 궁금하지 않으시도록 상세하게 설명해드릴 생각이다.”

 

“윤봉길 기념관서 ‘이념 사로잡힌 죽창가’? 제 귀를 의심”

 

추미애 “헌법 부정, 자기부정” 정세균 “자기 얼굴에 침뱉기”

이광재 “내심 기대했는데 허망”이재명은 특별한 입장 안 밝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여권 대선 주자들은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문제삼으며 견제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이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그런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평생 검사만 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건 동서고금에서 찾기 어렵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반부패 프레임의 전장이 바뀌면 경제·안보가 훨씬 중요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런 검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해선 여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오죽 우리가 미우면 검찰총장으로 일생 보낸 분의 지지도가 저렇게 높게 나오겠느냐”며 “윤석열 총장이 저렇게 대선 후보 지지도가 높은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요소”라면서 “국민의 미움을 풀어드리고 우리 스스로 변화돼야 객관적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비전이 뭔지 드러나지 않은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안이 없어 국민들 분노를 자극한 것이 바람직한 건 아닌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개선될 거라 생각하지만 노파심에 말하겠다”고 전제한 뒤 “지금의 한·일관계 말하면서 ‘이념에 사로잡힌 죽창가 부르다 망가졌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그런 말씀 했는지, 더군다나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그런 말 한 것을 들으며 제 귀를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윤 전 총장의 항명으로 고생했던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중립성 훼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답변이 ‘예외도 있다고 생각한다’였다”며 “검찰총장, 감사원장 모두 최고 중요한 정치적 중립 요구받는 자리인데 스스로 예외라고 끝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헌법 부정이고 반(反)법치라 규정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용진 의원도 “선거가 아홉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외교·국방·경제·교육 분야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출마와 관련된 정당성만을 찾으려 한 것 아닌가”라며 “구체화되지 못한 철학, 준비되지 못한 정책 등 부실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남 봉하마을을 함께 방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도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자기 얼굴 침뱉기”라고 했고, 이 의원은 “내심 뭔가 남다른 비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오로지 정권 교체, 집권 얘기만 들으니까 한편으로 가졌던 기대가 허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에 ‘시대정신’이 빠졌다며 유감을 밝혔다. 여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비판은 있는데 시대정신은 없는 1위 대선주자의 출마선언 메시지가 실망스럽다”며 “2017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시대정신은 불평등 해소였지만 그때보다 불평등과 차별은 더욱 확대됐다”며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이 없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왜 윤석열 대통령이냐” 물음에 대한 답은 없었다

섬뜩한 단어로 ‘반정치주의’-‘반문재인’ 뿐인 공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9일 회견에서 기자들의 핵심 질문은 ‘왜 당신이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였다. 윤석열 전 총장은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정확한 답변은 모두 발언에 들어 있다.

 

“공직 사퇴 이후에도 국민들께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습니다.”

 

‘국민이 나를 계속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앞장서라는 뜻’이라는 의미다. 여론조사 소명론이다. 정권교체 소명론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언제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했을까? 검찰총장을 하면서 대선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검사 시절 그가 했던 말 중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나의) 정무감각은 꽝” 등이 있다.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다. 그는 철저한 검찰주의자였다.

 

그의 검사 인생이 궤도를 이탈한 것은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무리한 수사 착수였다.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2019년 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야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지지도는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던 상황이었다. 야권의 대안 부재가 윤 전 총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그 뒤 추미애 장관이 주도한 검찰총장 징계 청구가 윤 전 총장을 더욱더 높이 밀어 올렸다. 윤 전 총장 인지도와 지지도가 동반 상승했다.

 

올 3월 초 검찰총장 사퇴는 ‘별의 순간’이었다. 한국갤럽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24%로 급상승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가 지속하고 있다.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앞선다.

 

윤 전 총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는 여론조사에 의해 호출됐고 여론조사에 의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그의 앞날도 여론조사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엑스(X) 파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근 자꾸 떨어지고 있는 수치는 그에게 불길한 징조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날 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사용한 표현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좌절과 분노”,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약탈”, “기만과 거짓 선동”, “부패완판” 등이다.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야당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에게서는 경제·복지, 외교·안보에 대한 가치·노선·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회견에서도 ‘초고속 정보 처리 기술’, ‘국제 분업 체계’ 등을 언급했지만 공허했다. 그냥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내가 대통령 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윤 전 총장이 지금 들고 있는 깃발의 이름은 ‘반정치주의’와 ‘반문재인’일 것이다. 반정치주의는 우리 대선에서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1992년 정주영, 2012년 안철수의 실패 사례가 선명하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 문재인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이제부터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세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2·3·4위를 했던 강자들이다. ‘검찰주의자 윤석열’, ‘초보 대선주자 윤석열’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성한용 기자

 

홍준표, 윤석열 출마선언날 대선 도전 공식화

 

‘국민보고대회’ 열어… 지도부와 소속 의원 20여명이 참석

“시대정신은 번영·공정·안전·행복” “윤석열, 입당해 경선 참여해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인뎁스 조사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복당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미래를 위한 번영, 기회를 위한 공정, 모두를 위한 안전, 희망을 위한 행복”을 4대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정치 참여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는 “입당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전국 8182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면접조사(인뎁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 의원은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의 ‘빨간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듯 파란색 마스크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무대 위에 섰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시대정신과 미래비전을 담은 ‘미래비전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대선 출마선언에 맞춰 발표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국민적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제 꿈과 비전을 말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 의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8.3%는 “나라의 미래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자(28.9%)보다 많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제 성장(21.1%), 정치개혁(20.4%), 저출산·고령화 해결(17.9%), 국민갈등 해소(14%), 빈부 격차 해소(11.3%) 등이 꼽혔다. 경제 문제에서는 일자리 창출(29.1%), 집값·부동산 문제(26.2%), 4차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준비(14.8%)가 최우선 현안으로 지목됐다. 차기 지도자 리더십으로는 국민 소통능력, 미래 대비 능력, 위기해결능력, 강인한 추진력이 주요 덕목으로 꼽혔다고 한다.

 

홍 의원이 국민 보고대회를 이날로 잡은 것을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홍 의원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출마와 관련 “우리 당에 들어와서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겠다. 들어와서 활발하게 정책 대결도 하고 도덕성 검증도 하면서 경선 일정에 참여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 쪽은 이번 행사가 복당 전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윤 총장 출마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홍 의원의 국민보고대회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준비가 많이 돼 있다면 올해와 내년을 거쳐 홍 의원이 하는 정치적 여정도 알차고 성공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