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여배우 스캔들 답해야” 추궁에

이재명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발끈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오른쪽 부터), 정세균, 최문순, 김두관, 추미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2차 티브이(TV) 토론회는 사실상 ‘이재명 청문회’였다. 기본소득 ‘공약’ 논란에 개인사 검증까지 더해지며 이 지사를 향한 공세가 1차 토론 때보다 더욱 매서워졌다. 이광재 후보가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로 빠지면서 ‘후보 간 연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주자들 간에 형성되는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다수의 후보들은 “기본소득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말바꾸기’, ‘공약 후퇴’라고 지적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박용진 후보가 “임기 내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한 적 없다고 했는데 맞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이 많은 재정이 필요하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순차적으로 단기·중기·장기를 나눠서 장기 목표를 두고 시작하겠다”며 반박하자, 박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했던 말도 뒤집으니까 국민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야권의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소환하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정세균 후보도 “분명한 입장을 말해주는 것이 이 후보나 당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가세했고 최문순 후보는 “기본소득을 빨리 털어버리시는 게 어떤가 권고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개시되기 전에 (공약을) 말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공약한 것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본소득 공약 논란이 과열되자 추미애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가지고 와서 우리 후보를 비난하는 것은 원팀으로 가는 데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윤석열 대선 후보는 최대의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검찰총장으로 정치 중립 의무 아니다라고 법원을 속이고 직무배제 판결로 뒤집어서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용진 후보께서 윤석열을 가지고 와서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해서 말을 뒤집는다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후보가 과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한 점을 거론하며 “국토보유세도 함께 강하게 주장하셔서 (기본소득) 재원 대책에 대한 (우려를) 깔끔하게 털어버리시라”고 조언했다. 이재명 후보는 “추 후보자가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개인사와 관련된 민감한 질의가 오가면서 이재명 후보가 발끈하기도 했다. 정세균 후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 이 후보에 대한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를 하거나 거부를 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여배우 김부선씨가 주장하는 스캔들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가족 간 다툼이 녹음돼서 물의를 일으켰다”며 ‘형수 욕설’ 문제를 해명하자 정세균 후보는 "다른 문제다, 소위 스캔들에 대해서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셨었다”며 거듭 캐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제가 혹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되물으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앞서 김부선씨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실제로 봤다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았고 의료진은 “언급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 간 연대·단일화도 주된 화두였다. 김두관 후보는 추 후보에게 ‘추-명(추미애-이재명)연대’를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물었지만 추 후보는 “가장 개혁적인 주장을 하는 분과 경쟁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낙연 후보는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연대나 구체적인 협력의 방안에 대해서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양승조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중용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사회자 질의에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이낙연, 민주당 ‘적통’ 앞세우며 이재명과 차별화에 집중

국정경험·안정감·품격 내세워 이재명 ‘튀는 발언’ 리스크 부각

기본소득 등 정책 취약점 맹공...한자릿수 지지율 극복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민주당 대선 경선(9월5일)을 두 달 앞두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내 2위 후보인 그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도 딱 두 달이다. 이 전 대표는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갈 주자라는 점을 앞세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2인자’ 이낙연 후보에게는 ‘1인자의 실수’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이 ‘구설’에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영남 역차별론’을 제기한 이 지사를 향해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선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보는 게 좋다”고 비판했고, ‘이 지사가 본선 리스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의 많은 의원이 (안정감 부분에서)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의 공개토론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 예비경선 후보들의 첫 티브이(TV) 토론과 4일 당이 주최한 ‘국민면접’을 통해 이 전 대표 쪽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이 전 대표는 실제로 ‘국민면접’ 뒤 판정단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반이재명 연대’가 구체화하는 것도 그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다. 3일 첫 티브이 토론에서 이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함께 기본소득이 1호 공약은 아니라고 물러선 이 지사를 거세게 몰아세우며 ‘반이재명 전선’ 구축에 성공했다.

 

이낙연 캠프는 “이 전 대표는 국정 경험, 안정감, 품격, 외교력을 갖춘 유능한 후보”라며 “여당의 최후 필승 카드”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하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당선자의 대변인, 문재인 정부 총리를 역임한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4기 민주정부’ 창출의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필승 카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권교체의 열망을 잠재우고 본선에서 승리할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6%로 이재명 지사(24%)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2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세론’을 꺾고 한자릿수에 머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주요 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 당장 ‘반이재명 연대’의 단일화가 관심을 모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두번째 총리로 일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 민주정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으로서는 이 후보한테 역전의 기회가 올지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며 “이재명의 불안정성에 반해 이낙연은 안정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로 하여금 집행력, 실행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이재명 후원회장에 강금실 전 장관…친노 끌어안기 포석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후원회장을 맡는다.

 

이 지사 캠프는 5일 강 전 장관이 이 지사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된 사실을 알리며 “이재명 후보와 강금실 전 장관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나아가 국민의 인권신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삶의 궤적이 닮아 있다”며 “강 전 장관이 삶에서 보여준 소수자, 약자를 위한 헌신은 이 후보가 지향하는 ‘억강부약'과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의 인권과 약자를 위해 헌신해온 강 전 장관이 후원회장으로 위촉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에는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흙수저’ ‘무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여성 첫 법무부 장관’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강 전 장관으로 후원회장으로 선정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지지층도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앞서 이 지사를 제외한 8명의 후보도 후원회장 선정은 마친 상태다. 이낙연 후보의 후원회장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경북대 교수), 정세균 후보는 배우 김수미씨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추미애 후보와 박용진 후보의 후원회장은 각각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과 안광훈(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맡기로 했다. 이광재 후보 후원회장은 작가 조정래씨다. 최문순 후보는 이해찬 전 대표, 김두관 후보는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양승조 후보는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 등 약 15명을 공동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 서영지 기자

 

정세균-이광재 민주당 첫 단일화…반이재명 연대 확대될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세균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정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를 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후보 간 단일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의원은 정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안정 속에 개혁이 지속돼야 미래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오늘의 필승 연대는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의 계승, 4기 민주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미래 경제 창달을 위한 혁신 연대”라며 “이 후보의 미래 경제에 대한 원대한 포부와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두 후보는 여론조사 등을 참고해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는 김민석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통 큰 합의를 이뤘다”며 “공약과 정책의 화학적 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이재명계 후보들 간의 추가 단일화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정 전 총리는 ‘결선투표’를 전제로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 안팎에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3일 만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계승 발전시킬 민주정부 4기의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연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협력을 해야 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친문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각을 세우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박용진 의원도 독자 완주를 고수하고 있어 ‘반이재명 연대’ 차원의 합종연횡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