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인간의 생리적 한계 밝혀져

프리다이버 4분 동안 107m 잠수

심박수 11회, 산소 25%로 떨어지기도

 

전문 프리다이버는 숨을 참고 생리적 한계까지 몰아붙여 물개나 돌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 못지않은 잠수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기호흡을 하는 물개와 고래가 오랜 진화 과정에서 물속 생활 방법을 터득했다면 공기호흡기를 쓰지 않는 프리다이버는 훈련으로 생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장시간 잠수를 한다. 최신 센서 기술을 이용해 바다에서 전문 프리다이버의 잠수 과정을 측정했더니 뇌 산소 농도는 일반인이라면 정신을 잃을 정도까지 낮아지고 심장 박동은 물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리스 맥나이트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해양 포유류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최고 수준의 프리다이버 5명을 대상으로 깊은 바다를 17회 잠수하면서 심장박동수, 혈류량, 뇌의 산소 농도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했다.

 

긴 호흡을 하고 찬물에 뛰어들자마자 분당 120회이던 심장박동수는 60회로 떨어졌다. 모든 척추동물이 보이는 잠수 반사이다.

 

호흡을 못 하면 심장박동을 줄여 산소 소비를 줄이고 심장과 뇌 등 꼭 필요한 장기 위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서다. 세숫대에 찬물을 담고 얼굴을 담가 콧구멍에 물이 차면 이런 반사가 일어난다.

 

프리다이버가 1분을 잠수해 수심 58m에 이르자 심박수가 36회로 떨어졌다. 허파 속 공기가 수압으로 압축되면서 부력이 떨어져 이 수심부터는 자유 낙하한다.

 

* 이마와 허리 등에 센서를 부착한 전문 프리다이버가 잠수를 하고 있다. 세인트 앤드루스대 제공.

 

1분 54초 뒤 마침내 바닥인 수심 107m에 도달했다. 심박수는 30회로 떨어졌다. 혈중 산소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99% 수준을 유지했지만 70%이던 뇌 산소 수준은 64%로 줄었다. 다른 다이버 실험에서 심박수는 11회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심장이 5.4초에 한 번 뛴 셈이다.

 

수면을 향해 떠오르기 위해 물갈퀴를 차자 심박수는 60회로 회복됐지만 혈중 산소는 95%로 뇌 산소는 63%로 계속 떨어졌다. 잠수 시작 4분 뒤인 수심 30m에서 안전 잠수부가 등장했다. 산소 고갈로 인한 치명적인 실신을 막기 위해서이다.

 

*프리다이버는 물 표면으로 떠오르기 직전이 가장 위험하다. 산소 고갈로 실신할 위험이 크다. 이번 연구는 이들을 위한 경보장치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인트 앤드루스대 제공.

 

마침내 잠수 4분 36초 만에 수면에 도달했다. 혈중 산소는 53%에 그쳤고 뇌 산소도 26% 수준에 불과했다. 주 저자인 맥나이트 박사는 “측정 결과 심박수는 분당 11회까지, 혈액의 산소 수준은 통상 98% 수준에서 25%까지 떨어졌다. 일반인이 정신을 잃는 50%보다 훨씬 낮고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측정한 값과 비슷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측정이 가능한 것은 이마와 허리 등에 부착한 센서를 이용한 근적외선 분광법 덕분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워치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이 기술은 피부와 접촉하는 발광 엘이디(LED)를 이용해 심장박동수, 혈류량, 뇌 산소 수준을 측정한다.

 

*수영장에서 하는 프리다이버 경기 모습. 장-마크 쿠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에리카 샤가테이 스웨덴 미드 스웨덴대 교수는 “이제까지는 이런 깊은 잠수가 전문 프리다이버의 뇌와 심혈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떻게 인간의 생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는지 단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가 해양 포유류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심장 환자 치료와 프리다이버의 안전을 위한 경보 시스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렸다.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