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반대 시위대가 17일 일본 도쿄에 있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투숙 호텔로 진입하려 하자 일본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거짓말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악용한 거예요. 그 돈은 재해로 피해를 본 분들을 위해 써야 했어요.”

 

다카세 유리(27)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가 내세운 ‘부흥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도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사토 미와코(가명·24)도 “문제를 수습하고 올림픽을 열어야 부흥올림픽이 되는 것이지, 눈앞에 문제가 넘쳐나는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했다. 이처럼 <한겨레>가 현지에서 인터뷰한 일본인들은 대체로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 확산 문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지난달 19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도쿄올림픽을 ‘안전·안심’ 형태로 개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은 지난 14일 이후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3000명을 웃돌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8일 도쿄에 도착한 뒤 “지금껏 가장 준비가 잘 된 올림픽”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16일 선수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며 우려를 낳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2명 발생했던 우간다 국가대표 선수단 중 1명이 오사카에서 잠적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방역 구멍이 뚫렸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쿄올림픽 관련 누적 감염자는 모두 45명이다.

 

인구 100만명당 평균 확진자를 보면, 일본(약 6600명)은 세계 평균(약 2만4000명)과 비교해 코로나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일본보다 상황이 나쁜 국가가 140곳이 넘는다. 하지만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아서 일본 내에서는 “이 상황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모아두고 대회를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7일 도쿄 고토구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AP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바흐 위원장은 17일 도쿄 고토구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찾아 “일본 국민에게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환영하고 지원해달라고 겸손하게 요청한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일본 열도의 불만은 식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내각의 지지율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학생 스즈키 렌(가명·21)은 ‘도쿄에서도 올림픽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아래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이 선수들을 앞세운 점도 일본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대학에서 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기타타니 세이코(21)는 “올림픽위원회와 정부는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심한 고생을 하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대회를 여는 것이면서 선수들을 내세워 정당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국민 경제를 앞세우는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올림픽 축구가 열리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비즈니스호텔에서 일하는 다카하시 쿠미코(가명·57)는 “숙박 손님이 늘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올림픽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코로나를 종식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여행 과정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일본인들은 이제 올림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요즘 올림픽 뉴스를 보면,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대회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다행히 직업을 잃진 않았지만, 주위에는 직업을 잃는 사람과 매일 같이 폐업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부흥이고, 누구를 위한 이권일까요?” 현재 도쿄 민심을 담은 모리 사치코(가명·42)의 반문이었다. 도쿄/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