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첫날 금메달 1 동메달 2 … 기대 못미쳐

 

첫 금메달을 따낸 김제덕과 안산

 

역시 믿고 보는 양궁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활에서 나왔다. 양궁 대표팀 막내들이 일을 냈다. 경기가 치열해질수록 강해지는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은 23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5-2(35:38/37:36/36:33/39:39)로 네덜란드를 꺾고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유에노시마는 ‘꿈의 섬’이라는 뜻의 인공섬이다.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 안성맞춤 장소였던 셈이다.

 

대표팀 막내인 두 선수는 23일 열린 개인 랭킹전에서 남녀 부문 각각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혼성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번 대회 처음 신설된 혼성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두 선수는 올림픽 양궁 사상 최초 3관왕에 도전할 기회도 잡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두 선수의 강심장이 빛났다. 강한 바람도, 첫 올림픽이라는 부담감도 이들을 흔들지 못했다.

 

“일 한 번 단단히 낼 눈매”(류수정 양궁대표팀 감독)라고 평가받던 김제덕은 첫 올림픽 출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활을 쐈다. 우렁찬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친 뒤 날카롭게 과녁을 노렸고, 양궁팀 동료와 관계자들이 “화이팅!”으로 화답하며 힘을 보탰다. 과감하게 당기는 활시위에서는 그 기백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 17살3개월인 김제덕은 이날 한국 양궁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도 썼다.

이번 대회에서 “목표 순위는 1위”라고 당당히 밝혀온 안산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3관왕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기본기가 워낙 좋고, 키 172㎝로 신체조건이 좋아서 더 기대되는 선수”(류수정 감독)라는 평가처럼 이날 안산은 흔들림 없는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대표팀 내에서 “어디서도 주눅 들지 않는 성격이 강점”이라고 평가받는 만큼, 향후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날의 금메달은 양궁대표팀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일군 결과다. 양궁대표팀은 지난겨울 진천선수촌에 들어간 뒤 단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했다. 혹시라도 감염되면, 대회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외부인의 방문도 어려웠기 때문에, 지난달 28일 미디어데이를 맞아 기자들을 만난 것이 유일한 외부 접촉일 정도로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

 

고된 상황 속에서도 어김없이 금메달을 선물한 양궁은 대회 전반부에 일정이 집중돼있다. 25일 여자 단체전 결승, 26일 남자 단체전 결승, 30일 여자 개인전 결승, 31일 남자 개인전 결승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대회 초반 한국 선수단의 대표적인 금밭이 될 전망이다. 도쿄/이준희 기자

 

‘화끈한 발차기’  장준, 동메달로 아쉬움 달랬다

펜싱서 김정환,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 찔렀다

 

 

태권도 국가대표 장준(21·한체대)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준결승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장준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헝가리 오마르 살림을 46-16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태권도 대표팀에서 나온 첫 메달이다.

 

이날 장준은 1라운드까지는 비교적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특기인 발차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라운드 초반에는 12-10까지 점수를 따라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몸이 풀린 장준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를 공략해 폭발적인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 3라운드 들어서도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준 장준은 34점을 득점하는 동안 상대에게는 단 6점만을 내주는 괴력을 선보였다.

 

남자 58㎏급 세계랭킹 1위인 장준은 대표팀 막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이 체급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왔다. 올림픽 첫 출전임에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다. 하지만 장준은 이날 먼저 열린 준결승전에서 랭킹 23위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만나 19-25로 패하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장준을 괴롭힌 건 올림픽의 중압감이었다. 이날 장준은 16강 커트 브라이언 바르보사(필리핀)를 3라운드 13초 만에 26-6으로 꺾은 뒤 “긴장한 나머지 매트에서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라며 압박감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전 경험의 부족이 드러난 듯 보이기도 했다.

 

8강에서도 비교적 불안한 모습을 보인 장준은 아드리안 비센테 윤타(스페인)를 상대로 21-17의 신승을 거뒀다. 우여곡절 끝에 준결승에 오른 장준은 젠두비에게 무릎을 꿇으며 결국 결승 무대를 눈앞에 두고 아쉬움을 삼켰지만, 뒤늦게 터진 화려한 발차기로 결국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편 펜싱에서도 동메달을 하나 추가했다.

 

펜싱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26)의 멘토는 김정환(38)이다. 그는 “김정환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묵묵하게 검객의 길을 걸어온, 그래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선수가 김정환이다.

김정환은 24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현란한 발놀림을 보이면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에게 15-11, 승리를 거뒀다.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12-6으로 앞서다가 내리 9점을 내주면서 12-15로 역전당한 악몽을 1시간 만에 훌훌 털어내고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정환은 2016 리우올림픽 때도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노장은 살아있다”는 말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올림픽에서 베테랑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 상대 바자제가 8강전에서 오상욱을 떨어뜨린 터라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김정환은 2012 런던올림픽 때 구본길 등과 함께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한민국 펜싱 역사에 첫 단체전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에도 오상욱, 구본길(32), 김준호(27) 등과 함께 단체전(28일)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정환은 평소 “열심히 준비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그가 개인전의 기세를 이어 후배들과 단체전 우승을 일궈낼 지 지켜볼 일이다. 김양희 기자

 

‘첫 코로나 부전승’…체코 비치발리볼 선수 확진에 일본 진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도쿄올림픽 첫 부전승이 발생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24일 오전 시오카제공원. 일본 이시이 미키·무라카미 메구미 짝은 자신들과 체코의 마르케타 슬루코바·바보라 헤르마노바 짝과 경기를 펼쳐야 했다.

 

하지만 체코팀은 경기장에 나올 수 없었고, 이날 경기는 일본의 부전승으로 끝났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 뒤 첫 부전승이다.

 

체코가 출전하지 못한 건 코로나 감염 때문이다. 슬루코바는 이번 주 초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헤르마노바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혼자서 경기에 나설 수는 없었다.

 

초유의 전염병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국제올림픽위원회도 관련 대책을 준비했다. 이번 대회에서 코로나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팀이나 선수를 실격이 아닌 미출전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체코의 미출전으로 2-0 부전승을 거두게 됐다.

 

한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집계·발표한 대회 관련 감염자는 123명에으로 늘었다. 이날 조직위원회는 선수 1명을 포함해 17명이 추가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선수 1명을 제외한 14명은 조직위 위탁 업무 관계자, 2명은 대회 관계자다. 대회 관계자 2명 중 1명은 선수촌에 투숙하고 있었다.

 

조직위원회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조처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크리스토프 두비 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 수석국장이 교도통신과 통화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참을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제재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23일 티브이로 생중계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부 선수단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아예 미착용한 상태로 다른 이들과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 등이 그대로 중계됐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조직위의 방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