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치핸드볼 대회서 여자 노르웨이 선수들 반바지 징계

"성차별적 규정에 반발 노르웨이 팀이 자랑스럽다" 논란커져

영국 장애인 육상선수권대회 참가 선수는 '하의가 짧다' 비판

호주 올림픽 여자농구팀 원피스형 보디수트 자원했다 구설수

 

 

모래판에서 힘차게 뛰어올라 공을 패스하고 슛을 꽂아 넣는 선수들.

 

비치핸드볼은 비치발리볼과 같이 모래판 위에서 경기하는 구기 스포츠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비치발리볼과 달리 비치핸드볼은 아직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하지만 2018년 유스올림픽에서 경기가 열렸고 지난해 국제핸드볼연맹(IHF)이 비치핸드볼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달라는 공문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의 복장을 놓고 잡음이 빚어져 논란이 일고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이 지난 18일 열린 경기에서 반바지를 입어 문제가 됐다.

 

국제핸드볼연맹의 대회 규정상 선수들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데, 노르웨이 팀이 이를 어기고 짧은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팀은 유럽 선수권이 열리기 전 미리 유럽핸드볼연맹(EHF)에 반바지 착용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는 벌금 부과 대상이라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노르웨이 선수들은 스페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바지 착용을 강행했고, 결국 유럽핸드볼연맹은 선수당 150유로(한화 약 20만4천 원), 총 1천500유로(약 204만 원)의 벌금을 노르웨이 팀에 부과했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 측은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편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에 미국 팝가수 핑크가 "성차별적 규정에 반발한 노르웨이 팀이 자랑스럽다"며 "내가 기꺼이 그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나섰다.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럽핸드볼연맹은 "이 사태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노르웨이 팀이 납부한 벌금 전액을 스포츠 분야에서 성평등을 지지하는 국제 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각국 누리꾼들은 "여자 선수들에게만 비키니를 강요하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며 "경기력 향상에 도움 되는 옷이면 반바지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이번 노르웨이 팀의 반바지 벌금 논란과 정반대의 일이 최근 육상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꼬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 올리비아 브린이 최근 영국 육상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가 "하의가 너무 짧고 부적절하다"고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브린은 SNS를 통해 "수년간 대회를 위해 디자인된 짧은 경기복을 입었는데 대회 관계자의 비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브린의 글에는 다수 여자 운동선수들과 누리꾼들이 "여자 선수들의 몸을 대상화하지 말라"는 공감 댓글을 달았다.

 

일본 도쿄 패럴림픽에 영국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브린은 "남자 선수였어도 (하의 길이를 두고) 비판이 가해졌을까"라며 불만의 뜻을 나타냈다.

 

브린의 말처럼 운동 경기복 논란은 유독 여자 스포츠 리그에서 자주 빚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호주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왜 이 같은 옷을 입게 됐는지 설명하는 영상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호주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도쿄올림픽에서 온몸에 밀착되는 원피스형 보디수트를 다시 입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주 선수들은 과거 보디수트를 입었을 때 호주팀의 성적이 좋았고, 상대편이 옷을 잡아당길 수 없는 등의 장점이 있어 직접 이 유니폼을 입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몸의 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성(性) 상품화' 논란이 있던 보디수트에 대해선 또다시 반대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하다.

 

호주팀과는 상반되게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다리가 드러나는 원피스 수영복 스타일의 레오타드 대신 하반신을 발목까지 가리는 유니타드를 입고 참가해 시선을 끌었다.

독일 체조연맹은 지난 4월 선수들이 몸을 가리는 운동복을 입는 것이 "체조선수의 성적 대상화를 막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독일팀 선수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올림픽에서 자신들의 '비노출 유니폼'에 관심이 쏟아지자 "누가 뭘 입을지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지가 길면 길어서 벌금을 낼 위기에 처하고, 바지가 짧으면 짧다고 경기중에 핀잔을 듣는 여자 운동선수들. 종목 불문 이어지는 여자 운동선수들의 경기복 논란에 "여자 운동선수들을 몸이 아니라 기량으로 평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