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수단서 피신한 육상선수 3명

올림픽 끝난 뒤 영구정착 기회 줘

유엔 “수백만 난민 꿈 위해 달려”

 

난민팀 소속의 제임스 냥 치엥지에크가 지난달 31일 육상 800m에 출전해 예선에서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난민팀(EOR) 소속 3명의 선수가 캐나다로 영구 정착할 수 있게 됐다. 내전을 피해 난민이 된 수단 출신의 육상 선수들이다.

 

4일 유엔난민기구 누리집을 보면, 여자 육상 800m에 출전한 로즈 나티케 로코녠(28)과 제임스 냥 치엥지에크(23·남자 육상 800m), 파울로 아모툰 로코로(29·남자 육상 1500m) 등이 스포츠 재능을 인정받아 캐나다에서 정착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난민팀이 출전한 2016 리우올림픽에도 출전한 바 있다.

 

로코녠을 비롯한 세명의 선수는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지난달 30일 육상 800m에 출전한 로코녠은 예선에서 2분11초87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육상 800m에 출전한 치엥지에크도 지난달 31일 2분2초04를 기록했고, 1500m에 출전한 로코로는 지난 3일 자신의 최고 기록인 3분51초78을 기록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

 

 파울로 아모툰 로코로가 지난 3일 도쿄올림픽 육상 1500m에 출전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들에게 메달만큼 값진 소식이 전해졌다. 캐나다가 이들의 스포츠 재능을 인정해 영구 정착 기회를 제공한 것. 리우올림픽부터 출전한 난민팀 소속 선수에게 자신들의 나라에 자리 잡도록 손 내민 경우는 캐나다가 처음이다.

 

세명의 선수들은 어린 시절 수단에서 벌어진 내전을 피해 케냐로 피신했다. 로코녠은 8살 때 가족들과 케냐로 도피했다. 이후 난민캠프에서 교사의 제안으로 참여한 10㎞ 육상 대회에서 맨발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리우올림픽 개막식때는 난민팀을 대표하는 기수로 참여해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관람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치엥지에크 역시 군인이던 아버지가 사망한 뒤 소년병으로 강제 징집될 위험을 피해 2002년 케냐로 피신했고, 로코로는 가족과 내전을 피해 2006년 케냐로 피신했다. 모두 난민 캠프에서 펼쳐진 육상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꿈의 무대’에 두차례나 참가했다.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이들은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 캐나다 영주권을 얻어 온타리오주 오크빌에 있는 쉐리든대학을 다닐 예정이다. 향후에는 시민권까지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로코녠은 최근 캐나다 <CBC>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세계 모든 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출신 아케르 알 오바이디가 지난 3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급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난민팀은 11개국 출신 29명으로 구성돼, 12개 종목에 참여한다. 2016 리우올림픽 10명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난민팀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쓰고, 메달을 받으면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울린다. 리우올림픽에 이어 도쿄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찬가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태권도와 레슬링에 출전한 이란 출신 키미아 알리자데(23)와 이라크 출신 아케르 오바이디(21)가 준결승전까지 진출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이들은 금메달만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다. 수백만명의 난민들의 꿈을 위해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말 난민은 2040만명이며, 절반 이상은 18살 이하 미성년자로 추산된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