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길·정찬민·한무경 보직 사퇴

이철규 ‘소명 중’…송석준도 포함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의 ‘후폭풍’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불어닥쳤다.

 

국민의힘은 24일 권익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다. 이들 6명 가운데 이철규·정찬민·한무경 의원이 윤석열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윤석열 캠프의 조직본부장, 정찬민 의원은 국민소통위원장, 한무경 의원은 산업정책본부장이다. 캠프 인사가 이번 징계 명단에 오른 경우는 윤 전 총장 캠프가 유일하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정찬민·한무경 의원은 캠프 관련 직책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철규 의원의 경우 “관련 의혹에 대해 당에 추가 해명 기회를 요청했기에 소명 절차를 지켜본 뒤 판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권익위가 국민의힘에 통보한 12명 명단에는 이들 외에도 윤석열 캠프 소속 송석준 의원과 안병길 의원이 포함됐다. 12명 가운데 5명이 윤석열 캠프 소속이었던 셈이다. 당 차원 조사에서 이 두 의원은 ‘구제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안병길 의원은 “캠프에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홍보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캠프 내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문제에 연루되면서 윤석열 캠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조직 재정비도 불가피해졌다. 한 캠프 관계자는  “명단에 오른 것 자체가 후보와 캠프에 누를 끼친 것”이라며 “(명단에 오른 의원들과 캠프가) 같이 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열린민주당 “김의겸 해명, 사실에 부합…별도 조처 없다”

 “권익위, 새로운 사실 없이 무책임한 조사” 비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을 받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 관련해 열린민주당이 24일 “김 의원의 해명이 사실에 부합한다”며 징계 등 당 차원의 조처는 없다고 밝혔다.

 

열린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내용을 확인한 결과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의 주장을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며 “열린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권익위 발표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점과 김의겸 의원의 해명이 사실에 부합하는 바, 김의겸 의원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열린민주당은 2020년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김의겸 후보의 해명을 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후보로 선정했으며 유권자와 당원들도 그 결과를 알고 김의겸 후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열린민주당은 이어 “아무런 추가 정황이나 근거 없이 기존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니 조사해야 한다는 식의 형식적이고 무책임한 조사결과를 보내온 권익위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은행대출을 받아 25억7천만원짜리 서울 흑석동 상가주택 건물을 사들여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공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는 23일 권익위 발표에 대해 “(흑석동 재개발 내용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모두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며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송채경화 기자

 

권익위, 국민의힘 의원 12명 ‘부동산 투기 등 의혹’  확인

명의신탁 ·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 포함…특수본에 송부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의 의뢰로 지난 6월 말부터 이들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50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해왔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2명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1명의 부동산거래·보유 과정에서 본인 또는 가족의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조사 자료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하고, 해당 정당에도 결과를 전달했다.

 

권익위는 국민의힘 의원 12명(13건)이 각각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이 있다고 판단했다.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소속 의원은 법령 위반 의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웅 권익위 조사단장은 “국민의힘 13건의 경우 본인 관련 8건, 배우자 관련 1건, 부모 관련 2건, 자녀 관련 2건이며, 열린민주당 1건은 본인 관련”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조사 자료를 특수본에 송부하고 국민의힘·열린민주당에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다만,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조사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해당 의원의 실명과 구체적인 의혹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2019년 3월 흑석동 상가 건물 구입 건으로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난 김의겸 의원(열린민주당)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건으로 지목된 게 자신이라며 “흑석 재개발 9구역에 관한 내용은 서울시 ‘클린업 시스템’에 모두 상세하게 나와 있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특수본의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달 29일부터 국민의힘 의원 102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437명을 포함해, 정의당과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 5개 야당 의원 116명과 그 가족 507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난 5일 복당한 윤상현 의원과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신변보호 대상인 태영호 의원, 무소속 8명 등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아울러 이날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의원(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2명) 가족들의 소명 사유가 적절한지를 심의해 “관계두절·연락두절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돼 종결하고 수사기관에 송부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김 단장은 “조사 절차·범위 등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편, 조그마한 의혹이라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송부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일련의 조사가 부동산 투기 행태를 획기적으로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권익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4명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12명이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탈당 권유 조처를 내렸으나, 우상호 의원 등 5명은 탈당계 제출을 거부한 상태다. 김양진 기자

 

흑석동 상가 ‘업무상 비밀 의혹’ 김의겸 “어떤 비밀 이용했다는 건가”

“흑석 9구역, 2018년 5월 시공사 선정..부동산 구입 시기 두 달 뒤인 7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내용…무슨 의혹인지 권익위가 공개하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발표한 야당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흑석동 건물 매입 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의원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흑석 재개발 9구역은 2017년 6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제가 부동산을 구입한 날은 두 달 뒤인 7월이다. 해당 내용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모두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며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을 하면서 어떤 비밀을 얻었고 거기에 어떤 의혹이 있다는 건지 권익위원회는 공개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은행대출을 받아 25억7천만원짜리 서울 흑석동 상가주택 건물을 사들여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김 의원은 그러나 “공직자가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샀다는 비판은 감수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직을 토대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김 의원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1월 “해당 지역 재개발 계획은 이미 공개된 것으로 불법 취득한 정보 활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2020 더불어민주당 공직후보검증위 현장조사팀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수사본부의 철저하고 조속한 수사를 기대한다”며 “당적 문제는 제가 거론할 문제는 아니다. 전적으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권익위가 당에 해당 내용을 공식 통보해오면 이를 살펴본 뒤 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민주당, 국민의힘 부동산 거래 의혹에 “엄중 조처” 압박

민주당-국민의힘 12명 동수 “권익위 여야 균형 맞췄나 의심”

‘탈당 권유’ 여당 지역구 10명 수용-거부 갈려 당적 보유 중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대선주자 캠프는 일제히 “엄정한 조처”를 촉구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주당 현역의원 수가 국민의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권익위가 지목한 국민의힘 ‘문제 의원’이 여야 동수로 집계되자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이 예상 밖의 강도 높은 후속조처를 들고 나올 경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의 탈당 권유를 뭉개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저녁 이재명 경기지사와 저녁식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를 비판·감시할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의원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며 “그동안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보다 강하게 원칙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보겠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제 국민의힘의 결단이 남았다. 이번 만큼은 민심을 역행해 적당히 눈치 보며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당 대선주자 쪽도 철저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재명 캠프 홍정민 선임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소속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엄정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고,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들었다고 판단한다면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권익위가) 여야 균형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기엔 부족한 발표였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을 포함해 비교섭단체 야 5당의 전수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부동산 거래 의혹이 제기된 여당 의원들의 거취에도 거듭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권익위 전수조사 직후 민주당은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의원총회를 통해 제명된 양이원영·윤미향 의원 2명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10명은 여전히 당적을 갖고 있다.

 

탈당 권유를 거부한 의원들(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과 탈당계를 제출한 나머지 의원들(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간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탈당 처리를 미룬 결과다. 이중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로 서영석·윤재갑·우상호 의원은 혐의를 벗었다.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 멈춰선 민주당은 국수본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조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그동안 당이 징계한 것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 아래 탈당을 권유한 것 아니냐”며 “수사 결과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징계 단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익위 전수조사 직후 지도부의 전격적인 후속조처로 민주당이 박수를 받았지만 비례대표 외에 실질적 불이익을 받은 의원이 없다는 점에서 ‘읍참마속’ 탈당 권유가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