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공개한 오염수 처리 계획안보니

구체계획 발표돼도 국내 영향 파악 어려워

전문가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정보 미공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 설치돼 있는 원전사고 오염수 저장탱크. 연합뉴스

 

일본이 2023년 봄부터 시작하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바다 방류 규모가 하루 최대 500㎥(50만ℓ)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는 5월20일 현재 126만㎥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일본은 하루에 150㎥씩 오염수가 늘어나는 상황과 방류 설비의 가동률을 고려해 저장된 오염수 방류에는 3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 가운데 세슘, 스트론튬 등 62개 핵종은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걸러내 배출허용 기준에 맞추고, 알프스로 처리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6만베크렐(Bq)/L인 배출기준의 40분의1 이하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이 결정에 따라 25일 발표한 오염수 처리 계획안을 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해안에서 바다로 1㎞ 가량 배관을 설치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는 방류설비 설치와 관계 당국의 인허가 기간을 고려해 2023년 4월1일부터 시작해 2051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루 오염수 방류량은 최대 500㎥로 계획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오염수를 통해 바다로 들어갈 삼중수소 총량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 관리 기준인 연간 22조 베크렐(Bq)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류 기준도 제시했다. 도교전력은 이 기준과 연간 80%(292일)의 방류시설 가동률을 적용해 1일 최대 배출 가능 삼중수소 총량을 753억Bq로 잡고 방류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삼중수소 배출 총량이 정해진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량은 삼중수소의 농도가 최저일 때 최대가 된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5만~216만Bq 범위에 있다. 500㎥는 삼중수소 농도가 15만Bq/L일 때 나올 수 있는 하루 최대 방류량이다. 도쿄전력은 이 경우의 연간 오염수 방류량은 약 14.7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 평균농도인 62만Bq/L를 기준으로 한 최대 방류량은 하루 120㎥, 연간 3.5만㎥다.

 

일본이 방류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 해양 환경에 끼칠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저터널 방류로 어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1km 밖에 오염수를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해양 방류가 아니라 저장 탱크 증설 등을 활용하여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내 해양 환경에 끼칠 영향을 과학적으로 파악하려면 방류 계획과 해류 흐름 등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다. 도쿄전력이 다소 구체적인 방류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시뮬레이션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서경석 원자력연구원 환경안전평가연구부장은 “환경 영향을 보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방류할 오염수 속에 어떤 방사성 핵종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일 중요한데, 발표된 계획에는 이런 정보가 없어 아직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