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등 국제 공동연구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통해 예측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예측한 해수면 온도[IBS 제공]

 

지구 온난화가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자연 기후 변동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과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엘니뇨 남방 진동'(ENSO) 현상이 소멸할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했다고 27일 밝혔다.

 

ENSO는 태평양 적도 해역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변동을 나타내는데, 수온이 오를 때는 엘니뇨, 내려갈 때는 라니냐를 유발한다.

 

엘니뇨는 2∼7년마다 봄에 수온이 오르기 시작해 초겨울에 절정을 맞으며 세계 곳곳에 이상 한파나 더위, 홍수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엘니뇨가 끝나면 대기가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면서 정반대로 수온이 내려가 이듬해 가을에 라니냐가 이어지며 또 다른 이상 기후를 몰고 온다.

 

연구팀은 IBS의 슈퍼컴퓨터(알레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2배, 4배 높은 상황을 가정해 지구 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100년치의 미래 기후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얻기 위해 1년여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ENSO 온도 변동성이 약해짐을 확인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할 경우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이 현재보다 6% 약해지고, 4배 증가 시 31%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적도 태평양 내 열의 이동을 추적함으로써 ENSO 변동성이 약화하는 원인을 밝혔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이 증가하는데, 이는 ENSO에 '음의 피드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엘니뇨 발달이 약해지게 된다.

 

연구팀은 '열대 불안정파'가 ENSO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열대 불안정파는 적도 동태평양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규모 해양 파동으로, 일반적으로 라니냐 조건에서 발달한다.

 

분석 결과 지구 온난화 기후에서는 열대 불안정파가 약해지면서 ENSO 변동성을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온난화가 수천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 변동을 잠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 지구 기후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이날 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