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측근들 제거돼

토카예프 대통령 친위 쿠데타로 비화

미-러 대립에 중국도 개입 저울질 나서

 

반정부 시위사태가 일어났던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8일 불탄 차량이 서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사태가 내부 권력 투쟁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다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중국도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KNB)의 전 위원장인 카림 마시모프(56)를 반역 혐의로 지난 6일 체포했다고 8일 발표했다. 마시모프는 카자흐스탄을 30년 가까이 통치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1) 전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재임 때 두 차례 총리를 지내고, 최근까지 국가안보위원회 원장으로 재직했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총리 등을 경질하면서 마시모프도 함께 해임했다. 앞서 지난 2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을 계기로 서부 만기스타우주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최대 도시 알마티로까지 번지며 격화되자 취한 조처였다. 당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차지하고 있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도 자신이 직접 맡는다고도 밝혔다. 토가예프 대통령은 이후 지난 7일에는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도록 군에 명령했다”며 시위대 강경 진압을 주도했고, 현재 시위는 소강상태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9일 이번 시위와 관련해 5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이번 사태로 적어도 16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이 소련 해체로 독립한 지난 1991년부터 대통령으로 재임하다가 지난 2019년 토카예프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물러났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회의 의장에 오르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8일 국가안보회의의 부사무총장인 아자마트 압디모무노프를 해임했다고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압디모무노프는 나자르바예프가 6년 전에 임명한 측근이다.

 

이 때문에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번 반정부 시위 사태를 계기로 자신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자르바예프가 카자흐스탄을 떠났다는 망명설도 돌고 있으나, 나자르바예프의 대변인은 나자르바예프가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으며 토카예프 대통령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망명설을 부인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연구원은 <데페아>(dpa) 통신에 “토카예프를 나자르바예프의 후견에서 벗어나게 하는 내부 쿠데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점차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를 하는 등 러시아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는 옛 소련 소속 공화국들의 집단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을 지난 5일 요청해, 러시아 공수병력이 주축이 된 4500명의 병력이 파견된 상태다.

 

8일 러시아 국방부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군용기에 내리는 모습을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는 거친 말을 주고 받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최근 역사의 교훈은 일단 러시아 사람들이 당신들 집에 오면 그들을 떠나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인이 당신들의 집에 일단 들어오면, 살아남거나 강도를 당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맞받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10일 러시아의 국경 지대 병력 증강으로 고조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해 고위급 실무회담을 하는데, 카자흐스탄 사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도 카자흐스탄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9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상하이협력기구(SCO) 산하 대테러 기구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을 전제로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 주도 아래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주변 5개국이 참여해 설립됐으며,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이자 170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자칫 중국 내 신장 자치구로 혼란이 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러시아 이어 중국도 카자흐스탄 사태 개입 준비

상하이협력기구 “지원 나설 준비 돼 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사태 번질까 촉각

 

연료 값 급등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수십명이 숨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5일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중국이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카자흐스탄 상황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는 회원국인 카자흐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히는 한편, 러시아 쪽에 병력을 요청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선 카자흐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했다.

 

9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상하이협력기구 산하 대테러 기구는 카자흐 정부의 요청을 전제로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 주도 아래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주변 5개국이 참여해 설립됐으며,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상하이협력기구 쪽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조처로 상황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치안과 카자흐스탄의 헌정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당국 지도부가 취한 단호하고 포괄적인 조처를 전면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장밍 상하이협력기구 사무총장은 따로 성명을 내어 “회원국인 카자흐스탄 내부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카자흐스탄 상황이 조기에 안정화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9일치에서 카자흐의 현 상황을 외부세력이 개입한 ‘색깔 혁명’이자, 테러리즘·극단주의·분리주의 등 ‘3대 악’과 관련된 것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웃나라인 카자흐스탄의 안정 회복과 장기적 발전을 위해 경제협력과 테러 대응 등의 분야에서 중국은 언제든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는 정부의 급작스런 액화석유가스(LPG) 값 인상이 촉발시켰지만, 지난 4일 경찰이 수도 알마티에서 벌어진 시위를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이튿날 시위대는 알마티 시청을 포함한 정부 청사 와 대통령 관저 등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는 등 항의시위가 격화하자,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특히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도둑떼와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사전 경고 없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6개국 참여 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쪽에 병력 지원도 요청하면서, 러시아는 수송기 9대를 동원해 공수부대 병력과 각종 군사장비 등을 카자흐 수도 알마티로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카자흐스탄 사태가 자국의 영향권 안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이자 170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자칫 신장 자치구로 혼란이 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위기 해결을 위한 카자흐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며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를 부추기는 외부세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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