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씨가 낸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 잇따라 기각

“기자 신분 밝히고 대화 시작…김씨 발언 그대로 녹음

 김씨는 공적 인물…공개로 얻는 공공의 이익이 우월”

 

[논썰]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https://youtu.be/i-TOe0kP5HM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대화 녹취가 추가로 공개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김씨는 반복적인 허위 이력 기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등 갖가지 의혹의 중심에 서 왔습니다. 그래서 통화 내용에 더 관심이 쏠린 듯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총 7시간45분 분량의 통화 녹취 전체에 대해 사실상 모두 방송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1일 서울남부지법도 김씨가 <서울의 소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하면서 대부분 내용의 방송을 허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스트레이트’가 보도하지 않았던 김건희씨 발언들이 상당수 공개됐습니다. ‘스트레이트’에 나왔던 발언보다 훨씬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숱한 희생을 치르면서 어렵게 쌓아온 헌법적·민주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무너뜨리는 발언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주 <논썰>에서는 김건희씨 발언의 문제점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논란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건희 ‘7시간 통화’에 대한 법원결정을 전한 기사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열린공감TV) 거기는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법원 “김씨 발언은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 대상”

 

정말 무서운 말입니다. 일부 대목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농담으로도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권력을 잡으면 자신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해온 언론에 보복하겠다는 말을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후보 부인이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경악할 일입니다. 해외토픽감입니다.

 

법원은 “일부 언론사들을 지칭하여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둘 것’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김씨의) 평소 언론관, 정치관, 권력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므로 모두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의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존립의 필수조건이며, 오랜 기간 이를 억압하는 정권과 싸우면서 우리 시민들이 지켜온 가치입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도 표현의 자유가 위협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8년 인터넷 상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써 인기를 얻었던 논객 ‘미네르바’가 검찰 수사로 구속됐다가 법원의 무죄 판결로 풀려난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인 ‘정권 옹위성 표적 수사’ 사례로 꼽힙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표현의 자유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관한 칼럼을 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도 검찰이 기소했는데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사진은 미네르바 사건

 

김건희씨의 발언은 이런 사례보다 더한 표현의 자유 탄압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망발입니다. 그동안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윤석열 후보는 부인의 이런 발언에 대해 책임있는 해명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김건희씨의 이런 발언이 터무니없는 허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도 있습니다.

 

“(제보할 게 있으면) 내가 (연락처를) 보내줄 테니까 거기다 해. 내가 한동훈이한테 전달하라고 할게. 몰래 해야지. 말조심해야 돼. 어디 가서 절대 조심해야 돼.”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내가 한동훈(검사장)하고 연락을 자주 하니 제보할 것이 있으면 내가 대신 전달해주겠다.’ 법원은 이런 취지의 녹취록 발언 역시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후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공개할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일 때 최측근이었고, 검찰의 표적 수사 의혹인 ‘검언유착’ 사건의 주요 인물입니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김건희씨의 발언은 두 사람이 매우 가까운 사이일 뿐 아니라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협력 내지 공조하는 관계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결정문에는 2020년 검언유착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한동훈 검사장과 김건희씨가 4개월 동안 9차례 통화하고, 3개월간 332차례 카톡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온다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관련 추미애 전 장관의 페이스북

 

검찰에서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김건희씨가 남편이나 한 검사장을 통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끼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 농단’이자 ‘검찰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이 어떤 일로 그렇게 자주 연락한 것인지, 두 사람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떤 관계에 있었던 것인지, 윤석열 후보가 검찰을 떠난 뒤에도 김씨와 한 검사장이 연락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김씨 “내가 정권 잡으면”은 ‘비정상적인 어법’

 

앞서 인용한 언론에 대한 보복 시사 발언에서도 김건희씨는 “내가 정권 잡으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부인으로서 남편의 일에 관심을 갖고 조언하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남편의 공적 업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매우 비정상적인 어법입니다. 실제 김씨가 윤 후보의 경선 캠프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도 많았습니다.

 

“캠프가 엉망이에요. 그래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해.”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우리 (친)오빠라든가 몇 명 있어요.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하니까.”

“동생(<서울의 소리> 기자)이 좀 와. 캠프에서 블랙 조직으로 좀 뛰어 봐봐.”

“할 게 많지. 내가 시키는 거대로 해야지. 정보 같은 거…(동생은) 옛날에 국정권 그것처럼 몰래 해서 알아오고 그런 걸 잘한다니까.”

“이 기자가 하는 만큼 1억도 줄 수 있지.”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국민의힘은 김건희씨와 김씨의 오빠가 캠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비선 개입’의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캠프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도 맡지 않은 김씨가 캠프 운영과 인사 영입에 대해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막후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합니다.

 

법원은 김건희씨 발언 중 ‘우리 남편은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바보다’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윤 후보의 국정 전반에 관한 능력·견해·성향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의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직무에 ‘무속’ 끼어들어선 안 돼

 

김건희씨의 발언에서 내비치는 비선 개입의 의구심을 더 증폭시킨 것이 ‘무속’ 논란입니다.

 

윤석열 캠프에 무속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신문기사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되자 윤석열 후보는 “제가 당 관계자에게 그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알고 있다. 직책은 전혀 맡고 있지 않고 일정·메시지에 관여했다는 기사는 참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건진법사’ 전씨가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윤 후보를 안내하며 직원들을 소개하고 윤 후보의 어깨와 등을 툭툭 치는 등 예사롭지 않은 관계임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곧이어 공개됐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튿날 전씨가 속했던 것으로 알려진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했습니다. 전씨가 캠프와 관련이 없다면 왜 해당 조직을 해체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처입니다. 네트워크본부 해체는 오히려 윤석열 후보가 무속인 전씨의 선거운동 관여를 인정한 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나타난 건진법사 모습.

 

게다가 ‘건진법사’ 전씨의 딸과 처남이 윤석열 후보의 SNS 관리와 수행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또 전씨와 김건희씨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들도 여럿 보도됐습니다. 전씨의 스승이라고 하는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은 <열린공감TV> 인터뷰에서 ‘김건희씨의 초청을 받아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세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씨의 딸이 2013년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사진전의 스태프로 일했다고 전했습니다.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여러 차례 후원한 회사가 전씨가 속한 종파의 사회복지법인에 1억원을 출연한 사실도 보도됐습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때도 전씨의 조언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렇게 김건희씨와 ‘건진법사’의 관계가 의심받는 데는 김씨 자신의 발언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그런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내가 신을 받거나 이런 건 전혀 아닌데, 내가 웬만한 사람보다 잘 맞출 거야…(관상은) 빛깔을 보고서 하는 거지. 생김을 보는 건 굉장히 하수들이 보는 거예요.”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김건희씨가 무속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가처분 결정문에서 이 부분도 공적 검증의 대상이라고 짚었습니다.

 

“(김씨가) 평소 객관적 근거에 기한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유권자들이 공론의 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에도 ‘무속인’, ‘기치료’ 등이 모든 신문·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그것이 국민들이 그 사건의 내용을 판단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방송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문

 

김씨가 남편의 공적 업무에 간여한 정황이 있고, 여기에 무속에 대한 김씨의 태도 및 무속인과의 관계를 더해 보면,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김씨를 매개로 무속적 판단이 국정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에 충분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 분야는 물론, 국익을 두고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외교 분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제·사회·문화 등 국내 정책,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광범위한 국정 조정 등 대통령의 중차대한 직무에 무속이 개입할 가능성은 단 한 치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윤 후보는 김건희씨의 비선 관여 의혹과 무속인과의 관계 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혹을 씻을 만큼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국정을 맡겨도 되겠느냐’는 의구심과 ‘최순실 시즌2 예고’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힘들 것입니다.

 

이밖에도 이미 많은 비판을 받은 문제 발언이 있습니다.

 

”돈 안 챙겨주니까 미투 터져” 황당한 궤변도

 

“보수들은 챙겨주는 게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내가 봐서는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미투’는 수많은 피해 여성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그동안 감춰졌던 성범죄를 드러내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응을 전환시킨 전세계적 사회운동이었습니다. 이를 황당한 궤변으로 폄하했으니 외국 언론까지 김씨의 이 발언에 주목한 것은 당연합니다. 국격이 손상되는 느낌입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여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도 비판에 가세할 정도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서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며 김건희씨의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김건희 씨에게 반박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한 김지은 씨 글

 

그러나 김건희씨는 16일 이 발언을 방송한 를 통해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아무런 추가 반응이 없습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공격을 했지, 검찰을. 그래서 검찰하고 싸움이 된 거지. 가만 있었으면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구속 안 되고 넘어갈 수 있었거든.”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김건희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여권 인사들이)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공격했다”면서 그것이 강도 높은 수사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의 말을 그대로 놓고 보더라도, 조 전 장관 수사가 오로지 법과 원칙에 입각한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에 대한 외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수사를 강화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의 수사였다는 뜻이 됩니다.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든 검찰총장 개인의 이해관계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검찰권을 사용한 것은 ‘검찰권의 사유화’인 셈입니다. 실제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특히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상당 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으로서 한 가족에 대한 유례없는 고강도 수사를 지시·지휘한 배경과 동기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결혼 전 ○회장 및 검찰 간부와 관련된 유흥업소 출입과 동거 의혹도 단순히 사생활 문제가 아닌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서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극히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 외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송을 해도 된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끝으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보도와 관련한 국민의힘의 반응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 부적절”…법원보다 못한 어이없는 태도

 

국민의힘은 ‘스트레이트’ 보도에 대해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매우 악질적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김건희씨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선대본부 회의에서 “비열하고 악랄한 정치 관음증을 악용해 후보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정권을 도둑질하려는 작태가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7시간 통화’를 들어나 보고 이런 막말을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언론과 언론학자가 ‘사적인 대화를 보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은 녹음 과정에 불법은 없고 발언 내용의 보도가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처분 결정문에서 “설령 일부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주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되레 언론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누구보다도 공익적 보도의 필요성을 옹호해야 하는 본분을 벗어난 태도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식 취재가 아닌 일상적 대화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윤리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합니다. 이 역시 짧은 식견입니다. 언론은 취재원과 한담 중에 들은 말이나 취재원이 취중에 한 말이라도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 보도해야 합니다. 이런 보도가 큰 특종으로 이어져 권력 감시와 제도 개선에 기여한 사례도 자주 있었습니다.

 

‘국정농단’ 연상시키는 김건희 ‘7시간 통화’ 방송관련해 비판하는 국민힘당 권영세 본부장

 

김건희씨와 통화한 상대방인 <서울의 소리> 기자가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언론의 자유 탄압입니다. ‘전부 감옥에 넣어버리겠다’는 김건희씨의 반민주적 사고를 검찰이 따라하는 꼴이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건희씨 ‘7시간 통화’의 진실과 파문, <논썰>에서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내용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용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