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러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이해관계에

2차대전뒤 무기공여 금지원칙 겹쳐 애매한 태도 지속

 

우크라이나군이 26일 볼린주에서 대공 훈련을 벌이면서 스트렐라-10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우크라이나 위기’를 지켜보는 독일의 ‘애매한 모습’에 독일 국내는 물론 주변국에서 다양한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는 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독-러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길이 1222㎞)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선 관계를 통해 실현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시절인 2015년 공사가 시작돼 지난해 9월 완공된 뒤 가동 개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 사업에 대해선, 구상 단계부터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너무 의존하게 돼 전략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경유하지 않고 발트해 해저를 따라 두 나라를 직접 연결해 폴란드, 우크라이나, 발트 3국 등도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독일 국내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가스관이 도착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주는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등의 이유로 노르트스트림2를 포기하기 어렵다. 이곳은 ‘신호등 연정’을 통해 지난해 11월 말 집권한 여당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급박해지자 독일의 애매한 입장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독일 언론들은 정부가 ‘불분명한 태도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정부는 미국의 신용을 잃고 나토에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독일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 불가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폴란드·라트비아 등 주변국도 독일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태도가 분명치 않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독일은 현재 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 역시 주변국의 눈총을 받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17일 키예프를 방문했지만, “외교는 현재 최고조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무기 원조를 완곡히 거절했다.

 

26일 독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물품이 결정됐다. 군용 헬멧 5000개였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독일이 다음엔 뭘 지원할 것인가, 베개인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