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앞두고 취소 ‘초유의 사태’

구체적 설명없이 “실무협의 덜돼”

한은총재 등 후임 인사 제동걸어

 

청와대 전경.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회동이 16일 오전 만남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의 만남이 당일 무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윤 당선자가 공식 제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와 한국은행 총재 임명 등 인사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정권교체기 신-구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당분간 양쪽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권 · 사면 갈등에 회동 취소까지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시각, 같은 내용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어 취소 사실을 확인했다. 양쪽은 발표 문안과 시간을 사전에 조율했다고 한다. 양쪽은 왜 당일 회동이 취소됐는지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이날 낮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전날까지 실무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 것은 전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띄우면서다. 윤 당선자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라며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본다.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하고, ‘김경수 동반 사면론’까지 띄우자 “사면 거래를 하자는 것이냐”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이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임명권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중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윤 당선자 쪽은 차기 정부가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 당선자 쪽은 현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 놓은 상태”(김은혜 대변인)라며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다고 맞받으면서 충돌 국면이 전개됐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로) 조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번 회동의 성격은 축하와 덕담이다. 문 대통령도 당선자가 어떤 이야기든 허심탄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래서 두분이 독대하기로 한 건데, 갑자기 인사·사면·추경 등이 의제화되어 버렸다”며 “의제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 자칫 양쪽이 곤란해질 수 있어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폐지’ 논란 등 신경전 지속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회동 의제 조율 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으나, 네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쪽이 기선을 제압하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자 쪽의 인사권 요구 등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회동을 전격 취소하며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앞서 양쪽은 윤 당선자의 민정수석실 폐지 발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윤 당선자는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상견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 신상 털기, 뒷조사 같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쪽은 회동 시기에 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한동안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의 인수인계 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가 첫번째 시험대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에 필요한 실무 준비는 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신-구 권력의 갈등은 대선에서 드러난 진영 간 대립을 격화시키고 윤 당선자의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나 이완 기자

 

박수현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축하·덕담 자리로 다시 일정 잡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축하와 덕담, 국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자리로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자리로 만들기 보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은 16일 저녁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께 말씀드린 중요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송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아침 윤석열 당선자 쪽과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을 4시간여 앞두고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회동 무산을 알렸다. 정권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수현 수석은 회동 무산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이냐’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은) 축하와 덕담을 하면서 국정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당선자는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는 자리”라며 “(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배석자도 없이 하자고 제안했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박 수석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겠나. 두 분은 배석자 없이 어떤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묶어) 사면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중요한 건 대통령과 당선자가 허심탄회하게 말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전날 권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편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 수석은 또 윤 당선자 쪽에서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민과의 소통은 장소나 지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국민께 얼마나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귀기울이냐가 소통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처음은 늘 화기애애…대통령-당선자 만남, 25년의 역사

 

1997년 12월20일에 만난 김대중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

 

대선 직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미묘했다.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이 당선자에게 국정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만남에 앞서 대화 내용, 의제 등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 조율했다.

 

직선제 개헌 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5대 대선 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는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에 만났다. 당시 대선에서 김 대통령은 아이엠에프(IMF) 사태를 불러온 자신을 출당시키고 ‘3김 청산’을 외치며 화형식까지 거행한 여당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 민주화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 대통령은 1층 로비에서 김 당선자를 기다리며 극진히 예우했다. 청와대 경호실도 외국 정상 국빈 방문급으로 의전을 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대화를 이어갔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 6개 사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 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오랜 동지이자 숙적이었던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 정례회동을 이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취임까지 모두 8차례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07년 12월28일 저녁 청와대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나 정권 인수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권교체기인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28일 회동에서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있나 봅니다”라고 인사하자, 이명박 당선자는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차례 회동을 거쳐 정권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자 돌변했다. 퇴임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인 ‘친노 세력’을 촛불시위 배후로 지목하고, 자서전 집필 등을 위해 재임 당시 자신이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을 ‘국가기록물 유출’로 규정해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급기야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보복 수사로 끝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을 불렀다.

 

정권 재창출을 이룬 2002년(김대중-노무현)과 2012년 대선(이명박-박근혜) 이후의 정권 이양은 순탄했다. 5년 전 19대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 궐위 상태여서 문재인 당선자는 대선 이튿날인 2017년 5월10일 바로 취임해 별도의 인수인계 절차가 없었다. 김해정 기자

 

참여연대 “‘수사 지휘’ 윤석열의 이명박 사면 요청은 어불성설”

시민사회 · 법조계 “이명박 사면 논의 부적절…또 다른 갈등 일으킬 것”

참여연대  “범죄 전직 대통령 사면 안돼 … 박근혜 사면도 원칙 허문 결정”

법조계 “정치적 거래가 된다면 사면권 남용…제한 규정 마련해야”

 

                    이명박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온다.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이명박의 사면 논의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수수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은 가당치 않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명박의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공약을 스스로 저버린 바 있다”며 “스스로 세운 원칙과 약속을 허무는 결정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라며 “이명박 사면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는 “사면제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사법제도의 신뢰를 흔들 여지가 있어 남용해선 안 된다”며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처벌받은 사람 등 과거 사법제도 운용이 잘못됐거나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면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사면 논의를 꺼내면서 자신이 수사 지휘했던 사건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본인이 수사 지휘한 사람을 사면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본인이 수사한 것을 정치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법감정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선례가 남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헌법상 권한은 존중하지만 법률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 있다”며 “권력형 비위 내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파렴치범을 사면하는 것이 국민 통합에 어떤 기여를 할지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거래가 된다면 이는 사면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사면권은 용인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에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추후 개헌 시 대통령 사면권을 헌법 자체에서 제한하는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이우연 기자

 

윤 당선자, 내일 문 대통령과 오찬 독대…‘MB 사면’ 건의하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다고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윤 당선자는 문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독대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는 내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로 했다”며 “두 분이 독대하고, 배석자 없이 허심탄회하게 격의 없이 이야기할 자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회동 형식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쪽은 점심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동은 윤 당선자 확정 뒤 7일 만이다. 통상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열흘 안에 회동을 가져왔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 빠르다. 두 사람이 대면하는 것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있을 당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21개월 만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윤 당선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에서는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윤 당선자도 대선 기간 중 이런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동에선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청 “현 정부가 안한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 삼는 건 부적절”

‘정적 통제·국민 신상털기·뒷조사’ 들며 폐지 방침 밝힌 데 불쾌감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민정수석실이 ‘정적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 뒷조사 등을 해왔다’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 기능은 민심 청취, 법무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정책,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존폐 여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자가 과거 ‘사직동팀’을 언급하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까지 묶어 “과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기간 동안 윤 당선자가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대선 뒤 청와대 인사에게 인사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 9일까지는 문 대통령 임기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말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 여부에 대해선 “한은 총재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인사)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윤석열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유력 검토…광화문과 저울질

 

청와대 이전TF 팀장 내정 윤한홍 의원 언급

광화문· 용산 2개안 저울질…용산은 경호 등 이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화문 청사로 옮겨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 내정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 두 개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함께 최근 집무실 후보지를 둘러봤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를 새롭게 검토하게 된 데는 경호 우려와 국방부 지하벙커를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주변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와 비교해 주변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호가 용이하고 국방부 지하 벙커와 헬기장 부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윤 의원은 “광화문에 청사를 두면 기존 청와대 벙커와 헬기장 부지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청와대를 최대한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취지에는 국방부 청사가 더 맞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애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정부서울청사는 공간이 협소해 집무실 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바로 옆 외교부 청사 활용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집무실에 따라 관저 위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이 외교부로 결정될 경우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이, 국방부 청사에 둔다면 용산구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나 외교부·국방부 장관 공관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둘 경우, 공직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광화문 대통령’ 구상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군 관련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국방부 영내에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돼 원활한 소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 의원은 “바로 옆에 용산가족공원이 만들어지게 되면, (대통령이) 더 쉽게 국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청와대 이전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기존 직원들의 이사와 리모델링 등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취임 전까지 마무리 지으려면 늦어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초까지는 (이전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