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회장 ‘주가조작’ 범행 도운 가담자들

“약식 명령 확정 부담돼 정식재판 회부 가능성도”

 중앙지검, 김건희씨 처분만 남긴 채 수사 진행 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 씨.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약식기소된 투자자 등 5명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선민정 판사는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된 이아무개씨 등 5명 사건을 정식재판으로 회부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고인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해 재판 없이 벌금형 등을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약식기소가 됐더라도 추가 심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식 재판에 넘겨 피고인을 상대로 심문하는 등 공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요 가담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다른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주가조작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5명은 구속기소했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에 상당부분 관여한 4명은 불구속 기소, 주가조작 사실을 알면서 주식을 사들여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도운 이들 5명은 약식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선수들이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시세조종을 했다고 판단했는데, 91명 중 대다수는 범행을 인지하지 못한 단순 투자자라 보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권 전 회장 등 범행 주요 가담자 9명의 재판은 지난달 4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들 대다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이 약식기소된 이들을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경우는 보통 검찰이 판단한 것보다 혐의가 중하거나 사실관계를 더 따져보기 위한 경우가 많다. 도이치모터스 수사·재판 과정을 아는 검찰 관계자는 “주가조작 주범들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약식명령을 먼저 확정짓기 부담스러워 정식 재판으로 회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 처분만을 남겨두고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씨는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구속기소)씨에게 신한증권 1계좌, 투자자문사 이아무개 대표(구속기소)에게 증권계좌 2개를 맡기고, 권 전 회장 권유로 직접 주식을 사는데 2개 계좌를 이용했다. 주가조작이 이뤄진 2010년 1월~2011년 3월 김씨 명의 계좌를 통해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팀은 대선 전부터 김씨 쪽과 조사 일정을 조율 하는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고, 일반인과 동일하게 특혜나 불이익 없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대선 전부터 계속 조사를 미뤄왔고, 김씨가 곧 대통령 배우자 신분이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출석조사보다는 서면조사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