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일본 전범기업들에 폭탄 테러 무장조직원
“마지막은 가명 아닌 본명으로” 말기암 투병 중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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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일본 전범기업 폭파에 관여한 신좌파 무장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 [연합]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의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했던 신좌파 무장투쟁 단체인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49년 만에 자수했다.

27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방송은 경찰이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70)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기리시마가 가나가와현 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정보를 지난 25일 입수해 병원을 찾았다. 이 남성은 자신이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밝히고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말기 암에 걸려 입원 중인 이 남성은 “마지막은 (가명이 아니라) 본명으로 맞고 싶다”며 “나를 체포하라”고 병원 관계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이 정보가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입원할 당시에는 가명을 사용했다.

교도통신은 이 남성이 범인밖에 알 수 없는 사건 정보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이 남성이 입원하기 전 가나가와현 내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디엔에이(DNA) 등을 통해 용의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남성은 현재 말기 암으로 병세가 심각해 용의자 본인으로 확인돼도 체포나 구류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리시마는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라 이 남성이 진범으로 밝혀지면 처벌될 수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4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 사건, 같은 해 10월 미쓰이물산 본사 폭파 사건 등 1974∼1975년 일본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한 신좌파 무장투쟁그룹이다. 대학 중퇴생, 한국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등으로 구성됐던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주요 기업들을 폭파하며 일본의 무반성과 무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기리시마는 1972년 4월 메이지가쿠인대학 법학부에 진학해 대학 재학 중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결성한 뒤 기업 폭파 사건에 관여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당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거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기리시마는 붙잡히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사건 발생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차역이나 파출소 등에 그의 지명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일본 전범 기업에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아시아 침략 봉사 활동의 거점이라고 보고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 고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