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쟁·자유 외치면서 '누구로부터' '왜'엔 함구
이재명, 김구 묘역 참배…"일제 탄압 역사 진행형"
무장 투쟁 영웅들 '모욕'줄 땐 언제고 이제와 '평가'?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 쉴드 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105년 전 1919년 3월 1일은 한민족이 잔혹했던 일제의 국권 강탈과 만행에 항거해 전 세계에 자주독립 의지를 외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에선 가해의 주범인 '일제'(일본제국주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토론토 한인회관서 1일 오후 한인회 주최로 기념식 열려
한편 토론토 한인회가 주최한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이 1일 오후 6시 한인회관(1133 Leslie St., North York)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국민의례로 시작해 대통령 기념사 대독과 한인회장 기념사, 독립선언문 낭독 및 삼일절 노래 제창 및 만세삼창 등이 있은 후 기념 공연도 있었다. 한인회는 이번 기념식에 한인회 어린이 합창단이 애국가와 캐나다 국가, 그리고 삼일절 노래를 부르며 처음 선보였다고 밝혔다.
토론토 한인회는 기념일이 평일이어서 직장인과 가족동반 참가 등의 편의를 위해 저녁시간에 기념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독립·투쟁·자유 떠들면서 '누구로부터' '왜'엔 함구
윤 "외교 독립운동 선각자들"…이승만 띄우기인 듯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선열들은 "손에는 태극기를 부여잡고, 가슴에는 자유에 대한 신념을 끌어안고, 거국적인 비폭력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선열들이 흘린 피가 땅을 적셔 자유의 싹을 틔우면..."이라고 했지만, 선열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사에 관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누구로부터' '누구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펼쳤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우리 민족을 35년간 참혹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 '일제'란 사실을 어떻게든 피하려 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다 △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 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 △ 우리 스스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과 문화 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도 계셨다 등을 언급했다. 여기서도 똑같았다. '누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왜'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투쟁을 했는지가 통째로 빠져 있다.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모든 선구적 노력의 결과였다"는 대목에서도 그냥 '제국주의'라고만 했을 뿐 '일본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았다. '옛 식민 종주국' 일본을 감싸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무장 투쟁 영웅들 '모욕'줄 땐 언제고 이제와 '평가'?
독립 21회, 자유 17회, 운동 12회 언급…일제는 없어
대통령 말 따로, 정부 행동 따로, 언행 불일치는 기념사에서 재확인됐다. 윤 정부는 작년 여름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김좌진, 이청천 장군 등 일제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던 독립 영웅들의 흉상 이전 평지풍파를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 윤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다"고 말해 발언의 진의를 의심케 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독립 투쟁"이란 해괴한 개념을 내놓았다. '미래지향적'이란 말을 집어넣은 것은 '일제 과거사'를 잊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분 40초간 낭독한 2천434자 분량의 기념사에서 독립(21회), 자유(17회), 국민(12회), 운동(12회), 북한(9회), 통일(8회), 번영(8회)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제'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독립과 자유, 운동 다 좋지만, 누구로부터의 독립인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지, 누구와 싸우기 위한 운동인지가 없는 '얼빠진' 기념사였다.
이재명, 김구 묘역 참배…"일제 탄압 역사 진행형"
"대한민국 명운 가르는 총선…퇴행 멈추고 미래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등 애국지사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공동의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미래이지만, 그들이 수십 년, 그 긴 세월 이 강토를 침탈하고 수없이 많은 우리의 국민들을 살해하고 탄압하고 수탈했던 것은 명백한 역사이고, 그 역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천리강산의 수천만 한민족이 일제의 침략에 항거해서 자주독립의 나라를 만들고자 싸웠던 그날을 기념하는 날임에도 대통령의 기념사에 일제의 침략과 그로 인한 우리의 고통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과 지적이 없었던 점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또 얼마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총선이 있다"며 "이제는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을 우리 국민들께서 함께 열어 주시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무도한 정권이 대한민국의 뿌리인 3·1 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또 훼손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굴종 외교'는 일본의 거듭된 과거사 부정과 영토 주권 위협으로 되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안귀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기미독립운동 정신에 대한 모독으로 점철되었다"며 "목숨을 걸고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의 희생을 인정한다면 왜 독립 영웅들의 흔적을 지우는가. 일본을 자극할까봐 우려되는가"라고 반문했다.
3.1절 기념식 '자위대' 문구, 우연인가 기획인가
세 줄 구호의 앞 글자 읽으면 '자위대'로 읽혀
"엄격한 검수 거치는데 단순 실수인지 의문?"
작년 기념사 등 윤 정부 '친일 본색' 환기시켜
1일 정부가 주관해 열린 105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난데없는 ‘자위대’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개최된 기념식은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를 주제로 내세웠다. 그런데 세 줄로 배치한 이 문구의 앞 글자를 위로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자위대’가 되는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즉 ‘<자>유를 향한 / <위>대한 여정, / <대>한민국 만세’의 맨 앞 세 글자를 세로로 내려 읽으면 ‘자위대’라는 글자가 조합되는 것이다.
이는 우연으로 돌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많은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친일적 행태와 결부지어 ‘우연인가 아니면 기획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주권당은 ‘3.1절 기념식에 ‘자위대’가 웬말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다른 날도 아니고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3.1절 기념식 배경 문구에 ’자위대‘라는 문구가 우연히 들어갔으리라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대통령 행사는 매우 엄격한 검수 과정을 거치며 기념식 배경 화면을 사전에 제작과 검수, 행사 당일 예행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도 “경악스럽다” “제정신이 아니다”는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른 정부에서라면 단순한 우연이나 실수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 같은 예민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일련의 친일 행보가 시작된 것이 지난해 3.1절 기념사였던 것에서부터 크게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1절에 윤 대통령은 “우리가 잘못해서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고 얘기할 뿐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말은 전혀 없이 일본과의 화해 협력만을 얘기하는 등 일본의 식민 침략에 면죄부를 주는 기념사를 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거센 반발을 샀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이 부산항에 입항하기까지 했다.
올해의 기념사는 "105년 전 오늘 우리의 선열들은 대한의 독립국임과 대한 사람이 그 주인임을 선언했다"는 요지로, 3.1절 기념사가 갖춰야 할 내용이 결여된 점에서는 작년의 기념사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이미 '3.1절 아닌 친일절 기념사'라는 규탄까지 받았던 상황이어서 기념사가 불러일으킨 충격 자체는 상대적으로 덜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위대’ 문구 연출이라는 의문의 소동이 벌어져 작년의 ‘3.1절 친일 기념사 파문’을 떠올리게 하면서 단순 실수가 아닌 “기획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게 했다.
지난해 큰 물의를 빚었던 3.1절 기념사와 자위대 함정의 기억이 겹친 결과 2024년 3.1절 행사에서 단지 주최측의 부주의나 무신경이 빚은 우연한 해프닝쯤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 많은 시민들로부터 과민하다고 볼 수도 있는 반응을 불러온 것이다. 단순 실수나 우연이라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인 친일 행태가 자초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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